허식 인천시의회 의장, 화재 당일 출장길
주민 “복구 과정에서 의장 역할 아쉽다”
시의회 “국제관례 의전 문제 변경 어려워”
시민사회 “허식 의장은 출국 안 했어야”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인천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 화재가 발생해 복구 작업이 한창인데 지역구 시의원이 해외 출장을 가 논란이 벌어졌다. 해당 시의원은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이다. 주민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인천시의회는 여러 사정상 변경이 어려웠다고 답했다.

6일 인천시의회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시의회 ‘해양산업클러스터 및 항만 재개발 특별위원회’는 지난 5일부터 6박 7일 일정으로 싱가포르와 타이완을 방문한다. 위원회 위원은 아니지만 허 의장이 동행한다.

해외 출장 목적은 항만과 인접 지역 도시재생 선진 사례를 비교 시찰한 뒤, 이를 제물포르네상스 사업 등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다.

인천 동구 현대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점포가 소실됐다. (사진 독자제공)
인천 동구 현대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점포가 소실됐다. (사진 독자제공)

논란이 되는 지점은 의원들이 출국한 날이 인천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날인데 있다. 허 의장의 선거구는 인천 동구 전체로 한다. 지역구에 재난 수준의 상황이 벌어졌는데 해외 출장을 위해 출국을 한 것을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화재가 발생한 직후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행정안전부 장관, 소방청장, 경찰청장, 인천시장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라”고 명령했다.

또한, 화재 진압 직후 행정안전부는 재난기금 명목으로 특별교부세 10억원 지급을 결정했고 인천시와 동구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동구 주민 A씨는 “지역구 시의원뿐만 아니라 시의회 의장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을 텐데 현장에 한 번 다녀간 뒤 출장을 떠났다”며 “지역 주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시장 상인 B씨는 “화재 발생 후 여러 정치인이 다녀갔지만, 허 의장은 없었다. 피해상황 점검을 하기위해 행정안전부 장관, 인천시장 등이 방문했을 때 함께 방문한 것이 전부이다”고 한 뒤 “지역구 시의원의 행보라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인천시의회는 여러 조건 상 해외 출장을 당장 취소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천시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이번 출장은 지난해 계획한 출장인데 당시 이태원 참사로 인해 미뤘던 일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장 당일 화재가 발생하면서, 일정을 급하게 변경하기가 어려운 조건이었다. 허 의장과 타이완 가오슝시의회 의장 면담이 잡혀있다.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 없다”고 한 뒤 “출국 직전까지 피해 현장에 방문해 챙겨야 할 사안을 모두 챙기고 출장길에 오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해외 출장은 특위의 일정이며, 허 의장은 특위에 속하지 않았다. 허 의장이 반드시 동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제물포르네상스가 허 의장 지역구의 중요한 사안은 맞다. 현대시장 화재도 허 의장 지역구의 중요한 사안이다”고 한 뒤, “가오슝 시의회와 일정은 출장 일정 후반부에 있는 것으로 안다. 그 일정 때문이라면 허 의장은 출국을 미룰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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