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교육지원청이 올해 하반기 ‘교육수요자 만족도 조사’를 앞두고 학부모 응답률뿐만 아니라 만족도까지 그 목표치를 정해놓은 뒤 교감회의에서 이를 달성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북부교육지원청이 정한 목표치는 학부모 응답률 70%, 만족도 88% 이상으로 인천지역 5개 교육지원청 가운데 1등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학교별로 교사 교육을 실시하고 만족도 업무 담당자를 지정하도록 했다. 특히 학급 담임에겐 학부모마다 반드시 2회 이상 전화 면담을 하고, 교사 명의로 문자메시지도 전송하도록 했다.

또한 학생의 학력이나 진로 등 학부모가 관심 있는 분야를 상담하면서 학부모들이 만족도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도록 했다. 가정통신문도 반드시 두 차례 이상 전달하도록 했는데, 북부교육지원청이 마련한 가정통신문 예시문을 보면, 만족도를 표시하는 5단계 척도 중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를 유도하는 듯 밑줄을 쳐놓기도 했다.

북부교육청은 이렇게 업무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이유를 ‘학교에서 수요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학교 관리자의 의지, 교사의 역량에 따라 학교별 격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학교에서 노력하고 있으나, 이를 학부모에게 제대로 홍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부교육지원청의 주장이 일면 타당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인천지역 5개 교육지원청 중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만족도 조사를 코앞에 두고 이렇게 지시한 것은 다른 교육지원청과의 경쟁을 우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만족도 조사 지표를 보면, 자녀의 학력 향상ㆍ올바른 성격과 생활습관 형성ㆍ방과후학교 교육활동ㆍ학교정보 획득ㆍ학생 지도와 상담ㆍ교육민원 처리 만족도 등 다방면에 걸쳐있다.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담임교사가 갑자기 학부모와 상담을 한다고 해서 응답률과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 생각하는 자체가 터무니없다.

학생 지도를 위해 필요하면 평상시 해야 하는 것이 학부모 상담 아닌가. 이런 방식으로 정확한 만족도 조사 결과가 나올 리도 없다.

더 심각한 폐해는 이런 지시 때문에 학교 관리자들이 교사들을 달달 볶는다는 데 있다. 무엇을, 누구를 위한 만족도 높이기인지 모르겠다고 속으로 성토하며 어쩔 수 없이 학부모 전화 면담과 상담 일정을 짜는 일선 교사들이 안쓰럽다.

공교육을 살리는 길 중 하나로 학교 수업의 혁신을 꼽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의 과다한 행정업무가 이를 막고 있다. 교사들이 눈코 뜰 새 없는 행정업무 때문에 학생들을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하소연한 지 오래다. 교육수요자 만족도 조사와 관련해 이번 북부교육지원청의 지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와 다르지 않다.

북부교육지원청은, 언론이 문제점을 지적하자 ‘교사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진행하라는 공문을 다시 전달하겠다’고 했다. 참으로 한심하다. 공교육 살리기, 교육 관료들부터 바뀌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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