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익 민주노총인천본부 조직국장

이동익 민주노총인천본부 조직국장
이동익 민주노총인천본부 조직국장

인천투데이|윤석열 대통령은 지지율이 떨어지고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가 상승할 때마다 ‘반전 카드’로 ‘노동조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화물연대 파업을 굴복(?)시키며 국정운영 부정평가를 누그러뜨리고 지지율 상승 맛을 톡톡히 봤다.

지지율 상승에 한껏 고무된 윤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노동조합을 부패 집단으로 낙인찍고 ‘법치’를 내세우며 진심으로 ‘반노동’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런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관련 ‘윤심 논란’과 ‘나경원 찍어내기’ ‘천공 대통령 관저 개입설’ 그리고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의 연루 의혹이 불거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1심 선고 이후 다시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60.3%(긍정 36.9%)를 기록하자 지지율 하락세에 대한 반전이 필요해졌다.

12일 대통령실은 5일이나 지난 대통령 관련 행사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내용인즉슨, 윤 대통령이 7일 정부 각 부처 공무원 150여명(참석자의 절반가량이 이른바 ‘MZ세대 젊은 공무원’으로 구성됐다고 밝힘)과 간담회를 가졌고 특히 ‘노동개혁’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강조하고 “노동개혁의 여러 분야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분야는 법치”라며 “산업현장에서 폭력과 협박에 터를 잡은 불법을 놔두면 그게 정부고, 국가냐”, “폭력과 협박, 공갈이 난무하는 산업현장을 정상화하지 못하면 국민에게 세금 받을 자격이 없다”고 한 발언을 5일 이나 뒤늦게 알렸다. 또다시 노조 때리기에 한껏 열이 오른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대우조선해양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화물연대 파업, 건설노조의 고용보장 투쟁에 대해 ‘법치’를 훼손한 ‘폭력집단’으로 매도했다. 물론 조합비 횡령 등 일부 노동조합이 보인 부정부패는 그동안 노동운동이 쌓아 온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노동조합을 모든 악의 처음과 끝인 것처럼 낙인찍고 혐오와 적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환돼 불려나오는 임금체계 개편(호봉제에서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 논란, 노동시장 내 이중구조 문제, 노노간 임금불평등 문제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갈등의 폭이 큰 문제를 노동조합에게만 책임을 돌리고 ‘법치’의 대상으로 몰고 가는 것 또한 정당화 될 수 없다.

정규직·비정규직으로 양분된 불평등한 고용구조, 원청과 하청으로 분할된 기업 양극화, 약탈적 다단계 하청구조 등 임금불평등과 고용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최대 과제이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분명 쉬운 것이 아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노력을 해도 시간과 공력이 오랜 기간 투여되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줄곧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을 물리력(검찰, 경찰, 심지어 공정거래위원회까지)을 동원해서라도 힘으로 굴복시키겠다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 수단으로 ‘법’을 통치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으며 ‘법치’를 ‘형식적 법치주의’로 전락시켜 자신의 통치권을 강화하는데 악용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통치권을 강화하고 알량하게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노동조합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 정부와 윤 대통령에게 있어 ‘법’과 ‘법치’는 시도 때도 없이 마구 휘둘러대는 ‘조자룡 헌 칼’ 다름 아니다.

이러한 태도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복잡한 노동문제를 오히려 더 큰 갈등과 악순환에 빠지게 만들 뿐이다. 더욱이 노동조합과 노동운동 탄압으로 자신의 낮은 지지율을 높이려는 얄팍한 꼼수로는 노동개혁은 고사하고 노동조합과 국민으로부터 거센 저항만 불러올 뿐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주장하는 ‘법치’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노동조합을 법으로 굴복시키기 전에 그들의 외침이 무엇인지 귀 담아 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노동 존중이다. 현 정부에서 노동 존중을 기대하느니 ‘우물에서 숭늉 찾기’가 더 쉬울지 모른다는 비아냥거림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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