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에스 부착해 초과근무 감시 … 운송기사들 반발 움직임

주한미군 교역처(미 육ㆍ공군 복지지원단) 소속 미국인이 한국인 노동자가 운행하는 수송차량에 몰래 지피에스(GPS: 위성위치확인시스템) 기기를 부착해 수개월 동안 감시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교역처가 최근 운송기사 16명 등 19명에게 사실상 해고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역처는 지난달 26일 부평미군기지(이하 캠프마켓)에서 근무하는 운송기사 16명과 배차 직원 2명 등 19명에게 이달 24일까지 휴무하라고 통보했다. 이는 해고 통보에 앞선 수순이다.

교역처는 이미 8월에 전국 미군기지 피엑스(PX)에 물건을 배달할 1종 대형면허 소지자 20여명을 채용 공고했다. 채용된 인원은 2년 기간제 근로자들이다. 지난달 16일 용산미군기지에서 이들을 교육했고, 이들은 지난달 22일부터 캠프마켓에 출근했다.

캠프마켓 소속 운송기사가 운행하는 차량에 지피에스 기기를 부착해 감시하고, 운송기사들이 초과 근무수당을 더 받았다는 이유로 해고를 통보한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차량에 지피에스 기기를 부착해 감시한 것은 우리나라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15조(위치정보의 수집 등의 금지)에 따르면, 재난 기관 등에 의한 긴급구조 상황을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개인 또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당해 개인 또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ㆍ이용 또는 제공해서는 아니 된다. 이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돈만 토해내면 없었던 일로 하겠다”

<부평신문>은 사실상 해고를 통보받은 운송기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들에 따르면, 교역처 소속 미국인[=보안관(Safety&Security)이라고 불림]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캠프마켓 소속 차량에 지피에스를 부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안관은 운송 노동자들과의 면담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차량 정차 위치와 시간 등이 기록된 자료를 보여주기도 했다.

보안관은 운송기사들에게 ‘돈만 토해내면 오버타임(초과 근무수당)은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회유했다. 특히 보안관은 한 운전기사가, 교역처 사장이 동두천 미군기지를 방문하는 바람에 물품을 내리지 못하고 대기하다가 늦게 복귀한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사유야 어떻든 초과 근무수당을 불법적으로 수령했다고 본 것이다.

강제 휴가 통보를 받은 이들이 수령한 초과 근무수당 총액은 10여만원 안팎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일부는 주한미군과 교역처 소속 미국인을 고소할 계획도 고민하고 있다. 또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조합(이하 주미노조)도 지피에스 기기 불법 부착 문제를 노사협의회에서 다룰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도 지피에스 불법 부착 문제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2년째 임금 동결ㆍ감원 공포 … 주미노조 파업 준비

한편, 주미노조는 11월 12일까지 전국 조합원(약 1만 3000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2년째 임금이 동결되고, 감원 공포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주미노조는 지난 8월 2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소파(SOFA: 한미주둔군지위협정) 규정상 냉각기간 45일이 경과한 11월에서야 총파업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주미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감원 등을 반대하는 조합원 서명운동을 9월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또한 용산미군기지와 국회 앞 등에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집회와 1인 시위 등을 전개해왔다.

이와 관련, 주미노조 관계자는 “국내 물가는 계속 오름에도 불구, 주한미군은 2년째 임금을 동결하고 있다. 여기다 감원까지 늘리고 근로조건까지 열악해지고 있어 총파업을 하자는 조합원들의 열기가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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