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택 한중대학교 겸임교수
옆집에서는 땅굴을 팠다고 흥이 났다. ‘내일부터 문화특별시, 오는 길 빨라진다’라고 언론에 대서특필하고, 자랑한다. 방송영상단지를 조성하고 시민의 역량을 하나로 묶어 문화관광산업도시를 만들어나갈 것이란다.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온수~부천~부평구청) 개통을 맞아 부천시가 잔치분위기다. 정말 부럽고, 축하하면서도 약간은 속이 쓰리다.

나는 부평에서 반평생 동안 교육ㆍ문화예술 콘텐츠 개발ㆍ축제 등 시민이 참여하는 현장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살아왔다. 하지만 문화예술가로서 설 자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더 이상 내 주변 환경만을 탓할 수 없다는 생각에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21세기에 들어선 후 ‘문화’를 모토로 전 세계의 지각이 변화하고 있다. 인간이 중심인 도시로 가기 위해 문화예술 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부평과 인천도 지속가능한 미래가 있는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다.

문화도시가 되려면 마을공동체를 통해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세상은 이미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외국에서는 지역공동체가 자율성과 힘을 갖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기 위해 부평도 구성원 간 수평적 대화가 필요하다. 지역의 원로ㆍ전문가ㆍ시민단체ㆍ상인ㆍ기업ㆍ행정 등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지역사회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구민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 때 현안을 해결해나갈 수 있다.

또한 문화 콘텐츠 개발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깨진 독에 물 부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라는 사고를 버리고, ‘깨진 독에 물을 주면 땅에서 문화의 싹이 돋아난다’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부평의 문화지형은 부평의 관문이자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부평역 광장을 기반으로 한다. ‘아트 파워 아이콘’ 즉 부평역 광장을 중심으로 권역별 문화관광콘텐츠 개발을 위한 중장기 발전 방향을 설정하고 준비해야한다.

현재까지 부평에서 진행돼온 각종 문화예술행사를 점검하고 진단해 성과와 오류, 한계를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아야한다. 전문가들로 문화예술시스템을 구축하고 권역별 문화예술콘텐츠를 만들어야한다. 여기에 부평을 찾아오는 손님에게 문화ㆍ관광ㆍ환경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문화길 지도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게 필요하다.

부평풍물대축제는 부평과 인천의 대표적 거리축제로 자리를 잡아왔다. 축제는 도시의 생명력과 문화산업의 원동력이다. 전문가들은 자생력을 가져야 성공한 축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부평풍물축제는, 16년 역사에 비해 한심스럽기 짝이 없고 어처구니가 없다. 축제를 정치권력의 도구인양 여기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과거의 전통을 현실로 가져와 후손들에게 교육적 가치가 있는 축제문화로 만들기 위한 콘텐츠가 절실하다. 축제위원회와 기획단을 혁신하는 가운데 좋은 사례를 계승하고 신선한 소재를 발굴해야한다.

부평의 문화예술이 나가야할 방향을 설정하는데, 기본 관점은 지역의 문화예술이 상당히 소중한 가치를 간직한 지역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예술가를 영혼을 먹고 사는 사람으로 흔히들 얘기한다. 하지만 작품을 만들어 팔아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예술가들의 지금 현실은 막막하고 미래비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과거의 ‘장이’들은 나라의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자발적으로 동참해 환란에 빠져있는 백성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줬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런 점에서 예술가들도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동참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부평구민의 날에 구민과 예술가가 함께 참여하는 ‘굴포예술제’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인천은 최근 송도에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녹색기후기금 인천 유치로 우리는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우리는 경험하지 못했던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고, 특히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로 인한 고통은 더욱 심각하다.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부평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부평구는 저탄소 에너지운동과 함께 구민이 이용할 자전거도로 만들기, 보행환경이 매우 열악한 부평역 광장 일대에 보행자를 위한 십자형 건널목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세력의 반대에 부딪혀있다.

부평역 일대의 상권과 문화를 활성화하는 건, 부평 발전의 원동력을 키우는 것과 같다. 하지만 부평 아트 파워의 아이콘인 부평역 광장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시민들이 찾을 수 없는 곳이 돼버렸다. 무엇이 인간과 환경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인지, 지역사회가 혜안을 가지고 실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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