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익 민주노총 인천본부 조직국장

이동익 민주노총인천본부 조직국장
이동익 민주노총인천본부 조직국장

인천투데이|‘거꾸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해석하면 ‘과정이야 어떠하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만 내면 되고, 결과 또한 어떤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2023년 새해 첫날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로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강조했다. 그중 ‘노동개혁’이 가장 우선한 것이고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수단이며 절박한 과제라 말하며 사실상 노동운동에 대한 ‘선전포고’를 했다.

2022년 5월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12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벌인 화물연대 파업을 ‘굴복(?)’시킨 이후, 노동조합을 향한 혐오와 강경한 입장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노동자들을 국민의 삶과 경제를 볼모로 자기들의 잇속만 챙기는 ‘귀족노조’라며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했다. 그 결과 지지율 상승에 고무된 윤석열 대통령은 갑자기 뜬금없는 노동조합 회계 문제를 내세워 부패 이미지를 덧씌우고 노동조합을 싸잡아 부패 집단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기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소영세사업장(30인 미만) 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현행 ‘주 최대 52시간 노동시간상한제’를 없애 ‘주 최대 60시간 특별연장근로제’ 일몰을 연장하겠다고 한다. 한국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현재도 OECD 38개국 중 34위로 최하위의 부끄러운 수준이다.

지난달 2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노조법 2조의 ▲근로자 정의규정 ▲사용자 정의규정 ▲노동쟁의 규정의 확대’와 ‘노조법 3조 관련해서는 ▲손해배상 청구제한’ 등의 노조법 개정에 대한 의견 표명을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인사업자 외양을 띠지만 타인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플랫폼종사자도 제2조 제1호 근로자 규정에 포함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노동조건이나 노동조합 활동에 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력·영향력이 있는 자는 사용자로 볼 수 있게, 제2조 제2호 사용자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손해배상의 청구 제한에선 “민사상 배상 책임의 면제 범위를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협소하게 규정된 것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고, 손해배상 액수와 관련해선 “법원이 쟁의행위의 원인과 경과, 배상의무자의 재정상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등을 고려해 경감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노동법인 ‘노동관계 및 노사관계조정법’은 1953년 제정됐다. 올해로 꼭 70년이 된다. 세월만큼이나 한국사회의 노동환경은 바뀌었다. 특수고용 노동과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노동 등 전통적인 고용형태를 벗어난 계약과 고용이 늘어났다.

현행 노조법 2조에 규정된 노동자와 사용자에 대한 협소한 내용으로는 변화한 현실의 노동환경을 반영할 수 없다. 또한 노조법 3조를 악용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실질적으로 박탈하고 있는 악의적 손해배상이 유지되는 한 헌법적 권리인 노동권은 보장될 수 없다.

후보 시절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줄곧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과 적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화물연대 파업에서 드러났듯이 윤석열 정부는 국가가 담당하던 노사 갈등의 정치적 조정 역할을 포기했다.

대신 대통령은 ‘귀족노조’와 ‘기득권’, ‘부패집단’이라는 ‘주홍글씨’와 ‘노조 망신주기’ 방식으로 문제를 반복 언급하며 노동을 적대시하고 ‘법치주의’라는 공권력을 동원해 힘으로 풀겠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노동개혁’은 ‘거꾸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결과주의’ 다름 아니며 결정적으로 중요한 ‘어떻게’가 빠져 있다.

예상컨대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개혁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과거 보수정권이 그러했듯 네덜란드(바세나르 협약), 독일(하르츠 개혁) 등 서구의 여러 사회적 대타협 사례를 들고 올 것이다. 그럼에도 진정으로 우려스러운 것은 앞선 정권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학습효과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서구 여러 나라의 결과만 섬길 뿐 그 배경과 과정은 생각조차 않는다. 노동개혁 뒤에 올 교육개혁과 연금개혁도 불을 보듯 뻔한 결과가 예상된다. 개혁은 협박도, 망신 주기로 해결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진정으로 성공적인 노동개혁을 원한다면 노조법 2조·3조를 개정해야 한다. 또한 근로기준법 정신에 맞게 30인 미만 사업장의 어려움을 이유로 장시간노동체제를 유지할 것이 아니라 정부 재정 지원과 생활임금 보장을 우선해야 한다. 갈 길은 멀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새해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현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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