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장군동상보존시민연대 집회 “보수 정당에 투표해 정권 창출하자”

“여보세요. 나 맥아더 동상 앞이야. 어디야?”
“나도 맥아더 동상 앞인데…. 여기 있었네.(웃음)”
“이게 얼마만이야”

서울 노원구에서 온 윤상국(78)씨는 25일 ‘맥아더 장군 동상 보존과 빨갱이 조봉암 동상 건립 반대, 송영길 시장 주민소환 추진 결의대회’가 열린 인천시 중구 소재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앞에서 62년 만에 고향친구를 만났다.

‘어버이연합’ 회원인 윤씨는 24일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캠프를 찾아가 대북문제 등과 관련해 항의를 표시했다며 이날 자유공원에서 열린 집회에 동료 10여명과 함께 참석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윤씨는 연천 출신으로 한국전쟁 이후 고향을 떠났다고 했다. 윤씨는 “이 놈의 세상이 어떻게 되는지, 빨갱이 세상으로 돌아가나? 6.25 때는 땅 한 평이라도 빼앗으려고 했는데…”라고 말했다.

이날 자유공원에는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노인 4000여명이 모였다. ‘맥아더장군동상보존시민연대’가 주최하고 ‘인천지구황해도민회’가 주관한 ‘제9차 국가안보와 맥아더장군동상 보존 및 빨갱이 조봉암 동상건립 반대와 송영길 시장 주민소환 추진 결의대회’에 참석한 것이다.

‘맥아더장군동상보존시민연대’는 2005년부터 맥아더 동상 보존 결의대회를 열어왔다. 올해가 아홉 번째다. 집회에 참석한 노인 대부분은 인천에 거주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윤씨처럼 서울 등지에서 온 노인도 꽤 있어 보였다.

“좌익 집권하면 모두 죽고 망해, 보수정당에 투표하자”

집회는 기도회로 시작됐다. 손신철 목사는 개회 기도에서 “교회가 들어오고, 맥아더가 들어온 인천에 모였다. 그 많던 북한의 십자가가 사라졌다, 이 민족을 구혼하는 기도를 함께 올리자”고 말했다.

대회사에 나선 류청연 인천황해도민회장은 “맥아더는 자유수호의 상장이자 한미동맹의 상징이다. 또한 선진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상징물”이라며 “역사적 유물로, 우리가 지켜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조봉암 동상이 여기에 세워질지 모른다, (맥아더 동상을) 지키는 일은 가정, 사업, 신앙을 지키는 것과 같다. 건강보다 안보가 중요하다, 경제 망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지만, 안보가 무너지면 회복이 안 된다”며 “좌익이 집권하면 국방력을 감축해 남침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 주최 측은 결의문을 통해 “종북ㆍ좌익세력이 집권해 적화되면 모두 죽고 모두 망한다. 종북ㆍ좌익세력으로부터 나라를 지키자”며 “종북ㆍ좌익세력에 의해 나라가 망가지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보수 세력이 단결해 금년 대선에서 집권하도록 모두 나서자”고 했다.

대표적 우파 언론인인 조갑제씨가 안보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30%의 시민이 있는데, 고학력일수록 못 믿고 중졸 학력일수록 많이 믿는다. 많이 배울수록 무식해지고 건전한 판단을 못한다”며 “젊은 사람이 나라 망치지만, 노병들이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관진 국방장관이 ‘종북세력은 군의 주적’이라고 정훈교육을 잘 시키고 있다. 종북 세력이 언론ㆍ정치권 등에 들어가 군대가 제 기능을 못했는데, 이제 20대 남자가 달라지고 있다. 역사관이 50~60대와 비슷해졌다”며 “김 장관을 위해 박수를 치자”고 선동했다.


대선을 55일 남겨 놓은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들이 특정 정당과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선거법 위반 논란이 예상된다. 행사 주최 측은 ‘종북 좌익 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 보수 세력 단결해 정권 창출하자’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부하기도 했다.

또한 “좌익 세력이 나라를 망친다. 6.15와 10.4 공동선언은 매국 이적행위이기 때문에 원천무효로 폐기되어야한다. 보수정당 후보에게 투표하자”고 밝히기도 했다. 주최 측은 행사 후에 설탕 4000포를 행사장을 찾은 노인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이에 대해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정권 창출하자’는 문구는 포스터 부착 때부터 문제가 돼 조치했고, 보수 세력하면 연상되는 후보가 있을 수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한 뒤 “선거법 위반이라고 딱히 보기는 어렵다. 설탕을 무료로 나눠줬는데, 특정인이 주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송 시장 주민소환 하는 황당한 이유
… 죽산 동상 건립 운동에 ‘찬물’

행사 주최 측은 유인물 등을 통해 민주통합당 소속 송영길 시장을 주민소환하자고 선동했다. 그 이유는 황당했다. “송 시장의 능력이 부족해 예산 규모가 비슷한 부산시가 받은 국고 보조금의 20%밖에 못 받고, 빨갱이 조봉암 동상 건립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부채 증가 ▲좌파 시민단체 예산 지원과 보수단체 50%로 삭감 ▲기초노령연금 두 배 준다고 허위 공약 ▲실업자 증가 ▲구도심 활성화 공약 미 이행 ▲북한 물자 지원으로 시 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들었다.

부산시에 비해 국고보조금을 20%밖에 못 받은 것은 현 정부에서 벌어진 일로, 인천시 재정 위기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로 꼽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한 경기도, 강원도 등과 함께 추진한 말라리아 방역 물자 지원 외에는 인천의 대북 지원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 시 재정 악화 주장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특히 죽산 조봉암 동상 건립은 대법원 무죄 판결 후 인천에서 범시민운동 차원으로 진행된 것으로, 항일 독립운동가 출신을 여전히 ‘빨갱이’로 표현한 것은 인천시민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죽산 조봉암 동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새얼문화재단 관계자는 “죽산 선생 동상 건립 운동에 인천시민 수천여명이 참석하고, 모금액도 수억원에 이른다”며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정치권도 모두 망라돼있다. 조봉암을 아직도 빨갱이로 표현하는 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청장 재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새누리당 후보들 대부분도 죽산 조봉암을 빨갱이로 표현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노경수 예비후보는 “빨갱이 조봉암 동상 건립 반대는 적절한 구호는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이병화 예비후보도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했다. 다만, 조병호 예비후보는 “지자체장은 정치적 문제에 말을 하지 말아야한다”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집회는 오후 4시 무렵 끝났다. 폐회 후 참석한 노인들이 주최 측이 무료로 나눠주는 설탕(3kg·위 사진)을 받기 위해 갑자기 몰려, 진풍경이 연출됐다.

행사장에서 만나 황해도민회 부녀회 회원은 “아침 9시부터 노인들이 모였다. 10시부터 설탕을 받을 수 있는 표를 나눠줬고, 표를 여러 장 받을 수 있어 손에 도장을 찍어줬더니 (설탕을 받은 뒤 또 박기 위해) 화장실에서 지우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 회원에 따르면, 주최 측은 매년 대회 때 가방과 설탕 등을 사은품으로 나눠줬다.

동구 만석동에서 왔다는 할머니는 “1시 30분 넘어서 왔는데, 표를 받지 못했다”며 인터뷰하고 있는 부녀회원에게 설탕을 받을 수 있는 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부녀회원은 “두 장, 세 장씩 받은 분들이 있어, 표가 1시에 동이 났다, 내년에는 1시까지 오면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줬다. 할머니는 “힘들게 한 시간 걸어왔는데 설탕도 못 받았다, 내가 왜 왔는지 모르겠다”고 화를 내며 대회장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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