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웅 마중물 교육센터 기반구축팀장
실로 놀이의 시대이다. 요즈음 대세는 애니팡! 스마트폰으로 애니팡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핸드폰을 놓지 않고 다니며 무엇인가를 열심히 보거나 쓰거나 말하거나 움직이고 있다. 즉 놀고 있는 것이다. 텔레비전이나 영화 광고의 반 이상이 스마트폰과 관련된 것을 보아도 얼마나 우리 일상 속에 놀이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요즈음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끊임없이 핸드폰으로 놀고 있다. 심지어 수업시간에도 책상 밑으로 계속 손을 놀리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벌은 핸드폰을 빼앗기는 것이고, 가장 큰 상은 핸드폰을 최신형으로 교체해주는 것이다.

호이징아라는 학자는 놀이하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로 지칭했는데, 지금 이 시대가 바로 호모 루덴스의 시대인 것처럼 보인다.

놀이하는 인간과 노동하는 인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당시 절대 권력자 왕의 숨겨진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왕의 대소변까지 영화의 소재가 된다. 그 숨겨진 왕의 모습에 우리는 연신 즐거워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절대 권력의 유희와 놀이의 일상 이면에는 그것이 가능하게 한 수많은 사람의 억압적인 노동력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도 상상을 초월하는 놀이들과 상상력을 담고 있다. 계속 진화하는 신제품들은 상상 가능한 꿈이 현실이 돼 놀이로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입이 딱 벌어진다. 그런데 이 놀이의 이면에 놀이가 아니라 고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그리고 이들의 노동은 애플과 삼성의 수십조 흑자로 귀결되고 있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 놀이의 콘텐츠인 무한한 상상력이 월 50만원도 못 받는 수많은 비정규직들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모두가 호모 루덴스인 것 같지만 사실은 호모 루덴스를 위해 피땀 흘려 노동하는 인간이 존재한다. 즉 노는 인간과 이를 위해 고된 노동을 하는, 두 개의 인간이 이 사회에는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좀 더 생각해야할 것은 이 놀이가 우리가 원했던 놀이였는가, 하는 점이다. 라깡은 우리의 욕망이 우리가 원했던 것이 아니라, 타자의 욕망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삼성과 애플이 원하는 욕망의 그물망에 우리가 걸려들어 마치 우리의 욕망인 것처럼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것은 푸코의 언급처럼 자본이 원하는 규율사회 속에 우리를 밀어 넣고 호모 루덴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자유롭게 유희하는 호모 루덴스가 아니라, 동물원의 철장 속에서 주어진 바나나와 기구를 이용해 노는 원숭이에 불과하지 않은가?

놀이의 전복과 정치의 회복

호모 루덴스의 원래 의미는 주어진 게임의 미로에서 길을 찾는 인간이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적 활동을 하는 존재를 의미한다. ‘주어진’ 욕망, ‘주어진’ 기구, ‘주어진’ 장소에서 ‘주어진’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일체의 것을 의심하는 놀이를 할 줄 아는 인간이다.

그 놀이는 위로부터 부과된 특정한 사람들의 희생에 기반을 두는 소수의 놀이가 아니라, 자신 고유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찾는 ‘모두의’ 놀이어야 한다. 이것은 획일화된 놀이가 아니라 차이가 존중되고 차이를 넘나드는 놀이어야 한다. 나와 너의 경계, 여성과 남성의 경계, 민족과 민족의 경계, 자연과 사람의 경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경계, 공간과 공간의 경계, 시간과 시간의 경계,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 바로 상상력의 작업이라는 말이다.

이처럼 놀이에도 권력이 있고, 억압이 있고, 차별이 있을 수 있다. 소수만을 위한 놀이와 은폐된 놀이가 아니라, 경계를 허물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차이를 편안히 드러내는 놀이 공동체의 회복, 그것이 진정한 호모 루덴스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호모 루덴스는 비판과 차이의 정치 회복 속에서 가능해질 수 있다.

※ ‘마중물칼럼’은 사단법인 ‘마중물’ 회원들이 ‘상식의 전복과 정치의 회복’을 주제로 토론하고 작성한 칼럼입니다. 격주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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