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아트센터, ‘지역 공연장 관객개발 전략 세미나’ 열어

▲ 18일 부평아트센터에서 열린 ‘지역 공연장 관객 개발 전략’ 세미나 토론 장면.
지난 18일 부평아트센터(관장 조경환) 세미나실에서 ‘지역 공연장 관객 개발 전략’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대표이사ㆍ이창기 강동아트센터 관장ㆍ박승현 세종문화회관 공연예술본부장이 발제자로, 김석홍 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장ㆍ이혁찬 설앤컴퍼니 이사ㆍ이석규 성균관대학교 마케팅교수ㆍ임승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해 4시간이 넘게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토론회는 각 지역 공연장마다 안고 있는 관객개발과 공연장 운영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토론에 앞서 조경환 관장은 “지역 공연장에서 일한 지 21년이 됐다. 관객에게 단순히 표를 파는 것을 넘어 공연장이 관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관객과 만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더불어 지역과 공연장이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을지 그 방안을 찾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관객개발 위해 국가적 차원의 전략과 실행계획 절실

우선 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대표이사가 ‘관객 개발을 위한 문화정책’을 주제로 발제했다. 최 대표이사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잠재 관객 개발, 문화예술 평생교육, 문화 공간 확충, 저소득층을 위한 공연 관람 기회 제공, 문화 소외지역으로 찾아가는 공연, 축제 활성화 지원 등 그동안 정부가 관객 개발을 위해 시행한 정책들을 설명하고, 그것들의 성과와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전국 1일 생활권화와 주40시간 노동, 급격한 고령화 사회, 양성평등의 사회체제, 소비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관객 개발의 새로운 모델이 개발돼야한다”며 “이를 위해선 문화기반시설을 구축하고 공연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를 감면하는 등 법률적 지원도 뒤따라야한다”고 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김석홍 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장은 ‘관객 개발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과 실행계획이 정말 필요하다’는 주제로 이야기를 펼쳤다.

김 부장은 “극장마다 관객 개발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국가가 정책적으로 위기감을 갖고 이 문제를 다뤄야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디와 비교를 하더라도 관객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공연할 때마다 관객 유치에 혼신을 다해야하는 형편”이라며 “잠재 관객이 지속적 관객으로 변화되지 않았다. 개별 사업을 통해 관객 개발이 얼마나 잘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관객 개발을 전면에 내세운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계획을 세워야한다. 현재 존재하는 자원을 잘 활용해 정책 차원에서의 거버넌스적 마인드와 창의적 실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관객 정보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기관이나 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공공성과 다양성 원칙 재고할 필요 있어

다음으로 이창기 강동아트센터 관장이 ‘아트센터의 관객개발 전략 및 활성화 사례 연구’란 제목으로 발제했다. 이 관장은 세종문화회관의 대표적 사회공헌 프로그램 ‘천원의 행복’의 성과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천원의 행복’은 다양한 장르의 질 좋은 공연을 1000원에 볼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그는 “저가 티켓을 일반 예매절차와 동일한 방식의 예매 프로세스를 거치도록 해, 예매체험 학습효과를 통해 유료 매표 확산 효과와 잠재 관객 확대방안을 시도한 성공적인 프로그램”이라며 “관객 개발의 요체는 경험제적 상품 개발과 특성분석을 통해 시장 세분화와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 기능 확대를 통해 불용고객을 가용고객화하고 이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혁찬 설앤컴퍼니 이사가 ‘지역 공연장의 관객 개발에 관하여’라는 주제로 토론했다. 이 이사는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의 높고 낮음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옳고 그름은 없다고 본다”는 말로 토론을 시작했다.

그는 “국가가 운영하는 대형 공연장은 전문 예술가와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추동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의 공공극장은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 예술가를 확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 극장은 지역민의 눈높이에 서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공공극장은 공공성과 다양성 두 가지를 추구하지만, 솔직히 관객들은 수준 높은 것, 또는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경험상, 다양한 것을 봤다고 해서 예술적 안목과 경험이 숙성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성과 다양성이라는 원칙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부평아트센터라면, 부평 인구분포와 부평주민들이 문화적으로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지역 주민들에게 ‘꼭 가봐야 할 공연’이란 인식이 생기게 하려면 지역 아마추어 예술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한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관객 개발이란 관객과 사귀는 것

다음으로 박승현 세종문화회관 공연예술본부장이 ‘공공 공연장의 미션과 자발적인 예술참여를 통한 관객 개발 방안’을 발제했다. 박 본부장은 “공공극장은 국가의 행정체계 아래공연장이 있다는 개념이 아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여러 가지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곳이 바로 공공극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들이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극장이 공공영역으로 자리 잡을 때, 공공극장의 의미가 살아난다”며 “공공극장을 지역민이 참여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관객 개발이라는 말도 운영주체적인 표현이다. 극장을 운영하는 주체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놓고 관객으로 개발한다는 의미 아닌가?”라며 “사고를 전환해 주민을 공공극장을 운영하는 주체로 놓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이석규 성균관대 마케팅교수는 “지역 공공장소를 문화 활동의 복합센터로 육성하는 것은 시민들의 문화 복지 생활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고민해야할 주제”라며 하드웨어적인 투자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측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의 필요성과 발향설정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공감대 형성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임승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대표는 “문화공간을 위한 시민은 없다”는 말로 토론을 시작했다. 그는 “시민들은 수동적인 문화수혜자가 아니다. 스스로 문화를 생산하고 선택하고 발신ㆍ보급하는 주체”라며 “관객을 개발한다는 것은, 관객과 사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문화예술만이 아닌 시민들의 다른 영역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시민들은 지금 카드빚을 비롯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 점을 좌시하고서 ‘즐거운 문화 향유’가 가능할까?”라며 “공공극장은 위로받고 대안도 생산해낼 수 있는 공간이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자녀가 하는 공연에는 무조건 감동을 받는다. 아이가 공연을 잘 해서가 아니라 자녀와 나 사이에 인격적 관계가 맺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공공극장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극을 공연한다면? 지역의 문화공간은 지역 공동체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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