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ㅣ윤석열 정부가 연일 법과 원칙을 강조하지만 정작 정부는 헌법을 수호하고 헌법이 부여한 국민에 대한 공직자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인가, 정부 스스로 헌법에 기초해 한 해를 돌아보길 바란다.

대한민국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돼 있다. 제34조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국내외 청년 158명이 거리에서 압사로 숨졌다. 경찰은 압사의 위험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긴급전화 112신고를 접수하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재난과 재해 등 국민 안전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의 지휘체계는 엉망으로 드러났다. 158명이 숨지는 대참사에 진정어린 사과와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행정안전부는 참사를 ‘이태원 사고’로, ‘희생자’ 또는 ‘피해자’를 ‘사망자’와 ‘사상자’ 등의 용어로 쓰게 했다.

심지어 국민들이 애도하는 것조차 방해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이태원 사고 사망자’로 표현케 하고, 추모기간도 서둘러 축소해버렸다. 인천시도 마찬가지 태도로 일관했다. 참사를 축소하고 책임을 회피하려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다.

참사 후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이 보여준 모습은 정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의문이 들게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했으나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고 발생 전 접수한 숱한 112신고를 무시했다.

경찰이 공개한 112신고 내역을 보면 이태원 참사 책임은 명확하게 국가에 있다. 참사 당일 용산경찰서장이 삼각지에서 집회를 관리할 때 이미 이태원에서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가 잇따라 경찰에 접수됐다.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은 이날 오후 9시 20분까지 위급한 112 신고 8건을 접수했다.

서울경찰청의 공식 보고 체계는 '용산경찰서→서울경찰청 112종합상황실'이다. 하지만 대규모 인명 참사가 발생한 긴급 상황에도 보고하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오히려 대통령이 보고 받은 시점이 경찰청장과 행정안전부 장관보다 빠르다는 것은 나라의 지휘보고체계 붕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의 안전을 총괄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안전을 총괄하기는커녕 거짓으로 해명했다. 참사 발생 다음 날이었던 지난달 30일 이 장관은 이번 참사의 발생과 원인에 대한 책임이 경찰과 행정안전부에는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장관은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경찰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서울시내 곳곳의 소요·시위 때문에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 장관의 발언을 두둔했다.

그러나 이 장관의 이 발언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언론에 공개된 서울시 공공데이터자료를 보면 10월 29일 당일 이태원에 사상 최대 인파가 몰렸다. 29일 하루 동안 6호선 이태원역 승차 승객은 4만8558명, 하차 승객은 무려 8만1573명으로 집계됐다.

이 장관이 경찰을 배치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고 둘러댔지만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경찰은 ‘혼잡경비’를 수행했어야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짓말은 계속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에서 이 장관은 또 거짓말을 했다. 이 장관은 ‘서울시가 알려주지 않아 유가족 명단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했는데, 서울시가 세 번이나 유가족 명단을 행안부에 파일로 제공했다고 증언했다.

대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행안부 장관이 ‘유가족 명단이 없다’, ‘유가족들이 모이게끔 도울 방법이 없다’, ‘국무위원 말을 왜 믿지 못하냐’며 참으로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이상민 장관은 국회에서 위증을 한 것이며, 이태원 참사의 진실규명을 애타게 바라는 유족들을 우롱한 것이며, 진실규명을 방해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을 파면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유족들이 바라는 진실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그게 대한민국 헌법이 정한 국민을 위한 명령이자 법과 원칙이다.

비록 이태원 참사뿐만이 문제가 아니다.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가야 할 국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하다가 이동하다가 숨진다.

파리바게트의 청년 노동자가 집에 가지 못했고,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로 5명이 숨졌다. 화물차운전 노동자들은 졸음과 피곤과 싸우며 오늘도 도로를 달린다. 한 해에 2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하다 숨져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손배청구를 떠안고 있다.

과연 이 정부는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안전과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법과 원칙대로 일하고 있는가. ‘과이불개’에 담긴 민심을 똑똑히 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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