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인천시와 9대 인천시의회가 들어선 후 민주주의가 후퇴했다. 민주주의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부활한 대통령직선제와 1991년 부활한 지방자치제도는 등 절차적 민주주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헌법이 보장하는 바와 같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예산 편성과 수립, 집행과 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는 가장 대표적인 직접민주주의의 사례다.

하지만 민선 8기 인천시에서 주민참여예산제는 후퇴하고 있다. 민의를 대의하면서 민주주의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인천시의회는 오히려 이 후퇴는 부추기고 있다.

유정복 시장은 민선 8기를 두고 유정복 2기라며 '균형, 소통, 창조'를 시정 운영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과연 주민참여예산제를 후퇴시키는 게 유 시장이 제시한 '균형, 소통, 창조'를 토대로 시민과 소통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민선 8기 인천시는 인수위원회 활동 당시부터 ‘반헌법’ 운운하며 주민참여예산제를 노골적으로 흔들었다.

그러나 주민참여예산제는 헌법을 토대로 지방재정법에 근거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예산 편성·집행·결산 등 예산의 전 과정에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제도이다. 정부는 직접민주주의와 재정민주주의를 확대하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제를 확대했고, 인천도 꾸준히 확대했다.

주민참여예산 규모는 민선 6기 시절에 십수억원에 불과했으나 민선 7기가 들어선 후 ▲2019년 204억원 ▲2020년 297억원 ▲2021년 401억원 ▲2022년 485억원 등으로 매년 확대됐다. 그런데 시장이 바뀌고 반토막 났다.

민선 8기는 2023년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주민참여예산제 예산을 2022년 485억원에서 절반 넘게 축소한 229억1900만원으로 편성해 시의회로 넘겼다. 그리고 시의회는 이것도 모자라 다시 229억여원 중 33억여원을 삭감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툭하면 시민과 소통을 강조하고, 주민의견을 수렴해 국정과 시정을 운영하겠다고. 행정에 시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시민 참여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주민참여예산제이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사업을 발굴하고 선정하며, 총회를 거쳐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을 정한다. 그러데 인천시는 거꾸로 가고 있고, 견제를 해야 할 시의회는 후퇴를 부채질하며 더 삭감하는 대신, 쪽지 예산 챙기기에 바빴다.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인천시의 자가당착, 앞뒤 안 맞는 행정도 가관이다. 인천시는 주민참여예산제를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역시 이 또한 법과 조례에 의해서 진행하고 있다. 민간위탁에 문제가 있으면 민간위탁의 문제점을 개선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인천시는 시가 진행하는 각종 민간위탁사업의 운영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외부 평가기관에 의뢰해 평가를 실시했다. 이 평가에서 인천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가 87.67점으로 우수 등급을 받았다.

시는 자기가 외부평가기관에 의뢰해 평가를 해서 우수등급을 받았는데도 확대 발전하고 있던 인천시주민참여예산제를 반토막 내 후퇴시켰고, 인천시의회는 그것도 모자라 더 삭감한 뒤 자신들의 쪽지예산을 챙기는 데 바빴다. 과연 이게 ‘창조, 균형, 소통’에 부합하는 시정운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천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한 사업은 ▲인천평생교육 온라인 플랫폼 구축 ▲퇴근길 인문학 교실 ▲인천시민대학 예산과 운영 과정 확대 ▲인천의 재난대응 대책 마련과 반복 학습 효과 ▲인천 최초 제로에너지 1등급 건물 견학 시설 구축 등이다.

이 사업들은 주민참여예산제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주민총회를 거쳐 선정한 우선순위 사업들이다. 그런데 시의회는 이들 사업마저 삭감했다.

인천시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올해 초부터 시민 의견을 수렴해 주민참여예산 사업을 제안했다. 시민들은 또 담당부서에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주민참여예산사업을 위해 1년 가까이 활동했다.

이렇게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로 탄생한 사업들이 무용지물이 됐다. 시민들에게 틈만 나면 참여와 소통을 강조하면서, 정작 시민들이 적극적인 참여로 만든 사업은 무용지물로 만든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도 시와 시의회는 참 뻔뻔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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