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실비아루크 하와이주 부지사·김해리 전 하와이카운티 시장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

1902년 인천 제물포항을 출발한 대한민국 첫 이민자들이 미국 하와이에 정착한지 120년이 지났다.

1차 이민단은 121명으로 구성했다. 일본 나가사키항에 도착한 이들은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해 신체 검사 등을 진행했고, 102명이 미국 하와이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이 중 86명이 인천사람이었다.

하와이에 도착한 102명 중 질병 등을 이유로 16명이 입국을 거부당했고, 86명이 하와이에 발을 내딛었다. 하와이에 거주하는 한인은 1903년 86명에서 2022년 현재 약 7만5000여명으로 늘었다. 하와이주 전체 인구가 약 144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한인은 약 5%를 차지한다.

120년 동안 늘어난 한인만큼 하와이 내 한인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역량도 커졌다. 3선 시장과 부지사를 배출했는데, 이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기자말>

장실비아루크 하와이주 부지사(왼쪽)과 김해리 전 하와이 카운티 시장(오른쪽)
장실비아루크 하와이주 부지사(왼쪽)과 김해리 전 하와이 카운티 시장(오른쪽)

“하와이, 이민의 도시 인천과 정체성 맞닿아”

민주당 하와이주 부지사 후보로 출마한 장실비아루크(한국명 장은정, 55) 하와이주 부지사는 지난 11월 8일(미국 하와이 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세아울라투파이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뒤 지난 12월 5일 취임했다. 한국 이민사 120년 만에 처음 선출된 한인 부지사다.

장 부지사는 서울에서 태어나 10살 때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이민했다. 1998년 하와이주 하원의원에 당선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공화당의 아성이었던 지역구에서 민주당 출신으로 당선돼 돌풍을 일으킨 뒤 주 하원 부의장, 법사위원장, 재정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하와이 정치계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았다.

장실비아루크 하와이주 부지사
장실비아루크 하와이주 부지사

장 부지사는 인터뷰를 시작하며 “(정치에 입문한 뒤) 대한민국에 방문했던 적이 있다. 당시 인천에 있는 한국이민사박물관을 찾았다. 한국 이민사를 듣고 난 뒤 한국인 출신이라는 점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정치활동을 하며 한인 출신으로 겪는 제약에 대해선 “하와이 전체를 봤을 때 한인의 규모가 적어보이지만, 하와이는 원래 다양한 민족이 함께 어우러져서 사는 곳이다”고 한 뒤 “미국 본토에 비해 더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편은 중국 출신이고, 아들은 (거슬러올라가면) 한국·중국·일본 피가 다 섞여 있다. 우리는 한인이라기보다 하와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실비아루크 하와이주 부지사
장실비아루크 하와이주 부지사

인천이 추진하고 있는 재외동포청 유치와 관련해 장 부지사는 “한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체 하와이 시민들(재외동포)에게 인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천도 하와이처럼 이민의 도시라고 알고 있다. 하와이는 현재 중국인을 비롯해 여러 민족과 함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외동포청 유치 문제는 한국 내 정치적 문제와 연관돼 조심스럽지만, 국내 다른 지자체도 인천의 강점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고 한 뒤 “재외동포청이 세워진다면 적지는 인천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년 인천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 때 재외동포청 유치와 관련한 인천의 당위성을 부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이 가진 잠재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국 덕분에 자부심과 희망 갖고 살았다”

김해리 전 하와이 카운티 시장은 이민 2세대이다. 부모가 1914년 미국 하와이 이민을 택했고, 그 사이에 태어난 8남매 중 1명이다. 1939년생으로 1976년 민방위군 관리자(Civil defense administrator)로 임명돼 24년 동안 근무했다.

특히, 1990년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로 인근 지역 주택 180여채가 파괴된 재난 당시 탁월한 대응을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고요한 목소리(Voice of calm)’라는 찬사를 받았다.

2000년 퇴임 당시 주변의 하와이 카운티 시장 출마를 권유를 수락한 뒤 대규모 유세 없이 길거리에서 직접 푯말을 들고 유세하고 일인당 정치 후원금을 10달러로 제한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내리 3선에 당선돼 12년 동안 하와이 카운티 시장을 지냈다. 하와이 카운티 시장은 대한민국으로 치면 기초자치단체장에 해당한다.

김해리 전 하와이 카운티 시장이 어린시절 집 사진을 보이고 있다.  
김해리 전 하와이 카운티 시장이 어린시절 집 사진을 보이고 있다.  

김 전 시장은 어린시절 어려웠던 가정환경을 설명하며 “8남매가 한 집에 사는 데 물, 전기가 공급돼지 않았다. 인근에 의사도 없었다”며 “내가 태어나기 전 한 누이가 그 위의 누이에게 ‘몸이 안 좋다’고 말을 했고, 엄마가 아픈 누이를 업고 6마일을 달려 농장을 관리하는 의사에게 갔다”고 했다.

이어 “의사는 도착하자마자 엄마에게 ‘딸이 죽었다’고 말했고, 엄마는 죽은 누이를 없고 다시 6마일을 돌아왔다”며 “아빠가 집에 돌아와 누이를 땅에 묻기 위해 또 수 마일을 걸어가야 했다. 이후 산사태가 나 그 묘지를 찾지 못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시장은 “이 얘기는 우리 가족에게만 일어난 특별한 얘기가 아니다”며 “당시 대한민국(조선) 사람들도 비슷했을 것이다. 일본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을 강제 합병 선언했다고 한 이후 더 힘들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일본에 대한 감정은 뒤로한 채 양국의 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년 한-일 월드컵을 보며, 대한민국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 뒤 “대한민국은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기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운 점이다”고 강조했다.

김해리 전 하와이 카운티 시장.
김해리 전 하와이 카운티 시장.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와 관련해선 “인천이든 아니든 재외동포청이 설립 돼야 한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평화 기조를 위해서이다”고 재외동포청 설립에 대한 당위성에 공감했다.

이어 “다만, 인천이 대한민국 이민사의 시작점이다.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봐도 된다. 최근 송도국제도시를 다녀왔는데 그런 국제 경쟁력을 고려했을 때 인천이 유치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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