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훈 연구모임 오늘의 상상 준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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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2022년이 저문다. 슬프고 아린 이태원 참사부터 월드컵 16강까지 올해도 참 ‘다사다난’했다. 올해 많은 ‘다사다난’ 중에 대통령선거와 지방자치선거도 한 몫 한다.

며칠 전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過而不改(과이불개)’를 선정했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인데 이 역시 대통령선거로부터 기인한다.

올해 태풍과 집중호우, 이태원 참사까지 많은 사건사고마다 대통령선거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을 듯하다. 인천에서도 정책호응이 높았던 e음카드 지원 축소 공방이 뜨거웠고 최근엔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두고 여러 잡음이 나온다. 시장선거도 떠올릴 사람이 있었지 싶다. 결국 내년에도 두 번의 선거는 여러 일들의 원인으로 소환될 것이다.

정권 교체와 정책 바꾸기

미국은 지난달 중간 선거로 상원 과반 의석은 민주당이, 하원 과반의석은 공화당이 확보했다. 미국은 4년마다 대통령선거, 6년마다 상원의원, 2년마다 하원의원 선거를 한다. 유권자는 잦은 선거로 특정 정당의 일방적 독주를 견제하곤 하는데 이번엔 공화당의 하원 과반의석을 확보해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과 협치를 강화하게 될것이다.

사실 미국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차관보급 이상 고위 공무원은 4000명이 넘는다. 이들을 중심으로 정권교체 후 많은 정책 변화를 주도한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쉽게 바꾸지 않는 정책이 있다. 국익이란 이름의 외교정책이다.

최근 대중국 정책은 트럼프와 바이든 대통령 모두 강경한 압박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대북정책도 공화당이 대화에 접근하고 민주당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정책기조는 유사하다.

그러나 한국은 좀 다르다. 정권이 바뀌면 거의 모든 정책을 바꾼다. 이전 정권의 티끌이라도 찾아 사법적 책임까지 따지는 정치 보복은 물론, 잘한 정책이라도 하다못해 이름을 바꿔야 이어가곤 한다. 허긴 정책뿐인가. 서해 공무원 사건의 경우, 같은 정보로 월북을 판단했다가 지금은 사법적 책임을 묻고 있지 않나.

정당 사이에 정책 기조는 당연히 차이가 있지만 전 정권에서 한 일 모두를 부정해선 안 된다. 그건 정책을 바꿔야만 된다는 강박증세의 발로일 뿐이다.

멀쩡한 대통령실 청원 시스템을 바꾸는데 수십억을 쓰고 청와대를 이전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은 바꾸기 강박증 때문에 나온 예산낭비의 전형이다.

며칠 전엔 이른바 ‘文(문재인 대통령)케어 폐기’를 꺼내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초 강조한 3대(연금·교육·노동) 개혁에 포함되지 않았던 과제다. 화물연대 파업 강경 대응으로 지지층 결집에 힘이 잔뜩 들어갔나 보다. 본격적으로 전 정권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공세할 듯 보인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여야를 떠나 모든 정부가 추진한 국가적 과제다. 지난 정부의 보장성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건강보험 보장성은 67% 정도로 일본과 대만 90%, 유럽 주요 국가 대부분 80% 대인 것으로 감안하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가 재정의 투입과 효율적 관리가 대안이다. 재정 문제라면서 법인세는 왜 인하하는지 모를 일이다. 윤 정권이 던진 의료비 폭탄을 맞게 생겼다.

여야 모두 다툼의 정치, 복수의 칼날을 거둬야 한다. 토론하며 때론 타협해야 하는 정치가 사라지고 극단의 진영 논리, 보복 정치가 과잉되고 있다. 상대를 쓰러뜨려야 할 적으로 대하고 경주마 눈가리개 씌운 듯 내달리는 증오의 정치가 모든 정책을 다 바꿔야하는 강박 증세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천도 정책 바꾸기 강박증

인천시장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바뀌었다. 여러 정책 현안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후보들 사이 가장 큰 쟁점은 ‘수도권매립지 종료정책’이었다. 며칠 전 인천의 한 시민단체는 성명을 내고 ‘임기 내 수도권매립지 종료 공약을 파기할 경우 주민소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집권 5개월 만에 주민소환이 거론된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민선 8기 임기 내에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결정하는 일은 가능하지만 완전히 사용을 종료하고 문 닫기는 현실상 어렵다”는 인천시 정무직 고위 공직자의 발언에서 시작됐는데 실언이라기 보단 사전 물 타기에 가까워 보인다.

자체매립지 폐기, 수도권 공동 대체매립지 조성 난항, 광역자원순환센터 확충 지연 등 일련의 자원순환정책이 제 속도를 못 내면서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된 것은 아닐지.

자원순환정책, 매립지 종료 현안은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시장이 바뀌고 시정부가 바뀌어도 이어야할 주요 정책이자 최대 현안이다. 모든 정당, 각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범시민대책기구가 필요하다. 과거 시 재정 문제, 아시안게임 국비 지원을 위한 범시민기구가 큰 역할을 했듯이 수도권매립지 종료 역시 인천시민 모두의 지혜와 힘이 필요하다.

지지자만 보지 말고 집권했을 때 더 많은 지지자를 만드는, 통합의 정책을 기대한다. 그런 2023년을 기대하는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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