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인천시민 183만여명이 동참했다고 한다. ‘인천시 재정위기 비상대책 범시민협의회’가 목표로 한 200만명에 못 미쳤지만, 석 달 만에 인천시민의 60% 넘게 동참했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범시민협의회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한 국비 지원을 평창 동계올림픽 수준으로 할 것을 중앙정부에 요구해왔다. 이를 위해 인천지역 여ㆍ야ㆍ정 협의회 구성과 개최를 이끌어냈고,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달 국회의원 55명이 동의한 관련법 개정 법률안이 발의되기에 이르렀다.

인천시가 재정 파산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속에서 여ㆍ야, 진보와 보수, 나이와 성별, 종교 등을 뛰어 넘어 합심해서 만들어낸 쾌거이며, 인천시민들 스스로 인천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의식을 세우는 의미 있는 전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중앙정부의 인천 홀대에 화가 더욱 치민다. 시는 물론 시민사회의 숱한 국비 지원 요청을 외면해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가올 대선에서 지역의 주요 현안으로 대선 후보 진영들의 입방아에 오를 일인지, 시와 시민들이 그렇게 애달아할 일인지, 다른 지역의 국제스포츠대회와 비교할 때 납득하기 어렵다.

인천 홀대는 인천 아시안게임 국비 지원 문제뿐이 아니다.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연출대행 용역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하면서 인천지역 업체 참가를 배제하는 일이 벌어졌다.

범시민협의회 대표단이 조직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10시간 동안 항의농성을 벌여서야, 조직위원회는 입찰 변경 공고와 지역 업체 참여방안 마련을 약속했다고 한다. 조직위원회가 입장을 바꿨으니, 이를 두고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씁쓸하다.

재정 파산 위기임에도 아시안게임을 치르려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천을 40억 아시아인에게 널리 알려 인천의 도시 이미지를 높이고,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평화와 화해의 장으로 만든다는 커다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천의 역사와 정체성을 표현하는데 개폐막식은 가장 중요한 행사다.

이를 제대로 연출하려면 인천의 정서와 사명감을 가진 인천사람들과 인천지역 업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게 마땅하다. 전체 대회비용 3조원 가운데 2조 5000억원을 부담하는 인천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316억 7000만원에 달하는 개폐회식 사업예산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커다란 의미가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조직위원회는 그동안의 인천 홀대를 반성하고 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인천시민사회의 협조가 필수적임을 깨달아야한다. 아울러 조직위원회는 인천시 주요간부들과 직원 163명이 파견돼 일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태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 인천을 홀대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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