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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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 대표 변호사

인천투데이ㅣ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은 국정원의 인사와 예산, 조직을 손에 쥐고 원장을 보좌하는 이른바 ‘2인자’다. 그 자리에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출신 최측근 조상준을 앉혔다. 그런 조상준 기획조정실장이 올해 10월 25일 돌연 사임했다. 

왜 그만 뒀을까.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일신상의 개인적인 사유”로 사임했다는 게 윤석열 대통령과 국정원의 공식입장이다. 그런데도 뒷말이 계속되는 몇 가지 이상한 일들이 있었다. 

우선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은 10월 25일 일과시간 중 사표를 국정원장이 아닌 대통령에게 직접 제출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이 사표를 국정원장의 의견을 묻지 않고 즉시 수리했다.

그러고선 사표수리사실을 비서관을 통해 김규현 국정원장에게 알렸다. 김규현 국정원장은 그때까지도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의 사표 제출과 수리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초유의 ‘국정원장 패싱’ 사건에 다들 어안이 벙벙했다. 

정황을 보면 윤 대통령은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의 사임을 사전에 기정사실화 하고, 후임자 검토까지 완료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조 실장 사임 당일 검사 출신 김남우 변호사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김남우 변호사 역시 재직 중인 로펌에 사표를 내고, 27일부터 기조실장으로 출근했다. 이는 조 실장의 사표 이전에 후임 인선이 이미 마무리 돼 있었다는 정황을 보여준다. 즉, 조상준은 ‘항명’ 등의 사유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후임자 임명을 위해 사표를 제출한 것이다. 

이 의문의 국정원 기조실장 교체에 언론은 의문을 표시했다. 이후 후속 보도로 조상준 기조실장은 국정원 인사와 관련한 내부 갈등 끝에 사퇴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조 실장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답게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을 쟁점화해 국정원 내 소위 ‘서훈 라인’을 제거하는데 앞장섰다. 이에 따라 국정원 내 1급 간부 27명 전원이 퇴직하는 초유의 상황이 연출됐다. 

그런데 조 실장은 이걸 넘어 2, 3급 간부까지 대거 교체하려는 사안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다가 ‘킬’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 실장은 아무리 문재인 정부 지우기를 하더라도 그게 1급 전원퇴직 정도면 됐고, 이후 국정원 변화는 ‘제도 개혁’에 더 치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 실장의 기조에 여권 일각에서는 ‘좌파냐’라는 공격이 있었다는 것이다.

조 실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김남우 기조실장은 조 실장이 차마 건드리지 못했던 국정원 2, 3급 간부 100여명을 무보직 대기발령 시키는 사상 초유의 인사를 감행했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정부소식통은 “대북 관계 지원 등 과거 정권의 시책을 뒷받침하는 업무에 투입됐던 논란성 인사에 대해서는 보직을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는 것이다. 사실상 나가라는 사인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을, 그것도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임을 윤 대통령은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의 사표를 수리한 다음 날인 10월 26일 조 실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 참석이 예정돼 있었다. 윤 대통령의 갑작스런 인사발표로 국민들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에 대해 더 상세히 들을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 

또한, 전 정부시절 간부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127명 이상의 1, 2, 3급 국정원 직원을 교체하는 행동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국민’인 공무원을 바라보는 윤 대통령의 시각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국정원이라는 정보기구의 특성상, 각 개별간부들이 축적해 온 정보자산들이 ‘이월 보고서’같은 단순한 형식으로 후임자에게 전달되긴 어려울 것이다. 그들은 그들 자신 하나하나가 정보자산이다. 상당기간 국정원 내 정보취급에 공백상태가 예상된다.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의 갑작스런 사퇴와 그 이후 국정원 간부들의 대거 대기발령은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민을 보호하고, 공무원을 보호한다’는 게 얼마나 ‘선택적’인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보호하고 싶은 국민과 공무원만을 보호한다. 국민통합의 의무가 있는 대통령 자질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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