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본래 청소년이 제안한 취지 축소
시의원, "생리대 사용법 영상 이미 많아"
“유정복 기조 맞춰 공무원 태도 변화”

인천투데이=박규호 기자│인천시가 청소년 제안 사업의 취지를 축소해 인천시의회에 설명하는 바람에 해당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명희 인천시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 선임팀장은 지난 2일 진행된 인천시 2023년 여성가족국 소관 세입세출예산안 심의에서 인천시가 '생리용품 사용법' 사업취지를 축소 설명했다고 밝혔다.

인천시청사(사진제공 인천시)
인천시청사(사진제공 인천시)

청소년들이 직접 사업제안

해당 사업은 인천시가 10대를 대상으로 생리대 보편 지원사업을 받을 때 여성의 몸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권리를 담은 동영상 홍보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청소년들이 제안했다.

이후 해당 사업은 담당부서 지정을 두고 시 청소년정책과와 건강증진과가 의견 차를 보였고, ‘인천시교육청이 이미 시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표류됐다.

이에 시 주민참여지원센터 청소년협치단과 시 참여예산위원회 여성가족분과, 시 참여예산지원협의회는 청소년이 올바른 정보를 더 쉽게 접해야 한다는 이유로 해당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후 해당 사업은 주민 투표까지 상정·통과돼 시 청소년정책과 예산안에 편성됐다.

문제는 시 청소년정책과가 예산을 편성할 때 ‘여성의 몸과 생리대 사용 방법에 대한 올바른 교육 동영상 제작’이란 이름으로 제작했던 사업을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사용법 영상 제작’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해 제출한 것이다.

또한, 청소년협치단이 제안한 취지는 ‘여성의 몸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권리를 담은 영상을 인천시가 생리대 보편 지원할 때 시청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인데 시가 올린 예산안 세부설명서에는 '여성의 몸과 생리대 사용방법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제작, 성 교육 시 교육자료로 활용'이라는 취지로 변경했다.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생리대 사용방법은 이미 너무 많은 영상이 제작돼 있다는 이유를 들어 해당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시의회 문복위 소속 이강구(국민의힘, 연수5) 의원은 "해당 안건의 정확한 취지는 듣지 못했다"며 "청소년들이 정보 접근을 요즘은 다 유튜브 등 동영상플랫폼으로 하는데 접근성과 활용도가 떨어질 것이라 생각해 삭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취지 축소해"..."취지 이해했지만 시의회서 삭감돼"

김명희 선임팀장은 “설명서 제목이 ‘생리대 사용법’이라 마치 생리대 생산기업의 홍보사업처럼 표기됐다”며 “해당사업의 취지는 인천시가 생리대 보편 지급 시 사용법을 더 쉽게 알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내용이 생리대 사용법에 관한 동영상으로만 내용이 축소돼 시의회 세부 설명안에 올라간 것 같다”며 “(이렇게 된 이유는) 유정복 시장의 주민참여예산제 축소 기조에 발 맞춰 시 공무원들이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아울러 “해당사업은 문화복지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삭감된 것이니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부활시켰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천시 청소년정책과 관계자는 "여성의 몸과 생리대 사용방법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해했다"며 "시 청소년성문화센터에 전문가가 많으니 센터가 동영상을 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글자 하나하나는 다 전달하지 못했지만 전체적인 취지에서 사업이 필요함을 설명했다"며 "하지만 한 시의원이 생리대 사용법 동영상은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을 보면 얼마든지 있다라는 지적을 했고, 그래서 예산이 삭감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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