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항공우주학과 50주년, 유창경 항공우주융합원장 인터뷰
“인하대 학풍 ‘엔지니어 양성’ 중점... 항공우주산업 주역 다수”
“인천시 예산 확대, 별도 항공우주국 신설 등 제도 받침 필요”
“다누리호 달 향해 순항... 우주산업 ‘스핀오프’ 경제효과 기대”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은 1958년 대한민국 최초로 로켓을 발사한 지역이다. 이는 당시 미국잡지 ‘미사일과 로켓(missiles and rockets)’에도 실린 내용이다. 당시만 해도 인천을 중심으로 한국은 로켓 선진국이었고, 그 중심에 인하대학교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로켓 개발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1960년대 4.19 혁명을 시작으로 5.16 군사쿠데타 등 정치적 불안이 겹치며 정부 주도 연구는 사라졌다. 하지만 인하공대 학생들은 1960년대까지 로켓 11기를 발사하며 시험을 진행했다.

이런 성과들을 토대로 1972년에는 인하대 항공공학과가 설립됐다. 올해로 50주년이다. 1989년에 현재의 학과명 항공주공학과로 개칭했다. 항공우주공학과는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항공우주융합원과 함께 인천을 항공우주산업 선도도시로 이끌고 있다.

유창경 항공우주융합원 원장을 지난달 23일 융합원 원장실에서 만났다. 인하대 항공우주공항과 출신인 그는 “인하대는 탁월한 교육과 연구성과 등을 인정받으며, 대한민국 항공우주 분야 산업의 역군들을 배출한 요람”이라고 자부했다.

유창경 항공우주융합원 원장.(사진촬영 여수정 기자)
유창경 항공우주융합원 원장.(사진촬영 여수정 기자)

한국형 발사체·전투기 사업, 인하대 출신 엔지니어 핵심 역할

유창경 원장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항공우주분야 학과는 인하대와 서울대·항공대 3곳뿐이었다. 인하대는 학풍도 학자보다는 엔지니어를 배출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따라서 현재 항공우주산업에 종사자 가운데 인하대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 주도의 KFX(한국형전투기)와 한국형 발사체 사업에도 인하대 출신 엔지니어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유창경 원장은 올해 8월 발사한 다누리호 전담 평가위원이며, 누리호 사업에는 노태성·이형진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하대는 항공우주산업 분야에서 인천의 위상과 역할을 키우기 위해 더욱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해 인천 송도에 항공우주융합캠퍼스를 조성했다. 올해 5월에는 과기부 선정 ‘스페이스 챌린지’ 사업 연구개발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곳에는 인천시·산업부·인천테크노파크 등이 출자해 지난 2017년 설립한 항공우주산학융합원도 함께 있다. 항공정비(MRO)와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항공산업 기술과 인재 육성도 담당한다.

유창경 항공우주융합원 원장.(사진촬영 여수정 기자)
유창경 항공우주융합원 원장.(사진촬영 여수정 기자)

인천 새로운 산학융합 모델로 항공우주 산업 선도

유창경 교수는 “항공우주산업은 전기·전자·정보통신 등 다양한 산업과 접목될 수밖에 없다. 융합원은 항공우주공학과 외에도 인하대 연계 학과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스타트업과 연구소 등과 공동연구를 한다. 이는 새로운 산학융합 모델”이라고 자부했다.

또한 유 교수는 사단법인인 항공우주산학융합원이 시로부터 출연금 일부만 받을, 뿐 예산 운용을 타 기관에 구애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장점이라고 했다. 초창기 여러 기관이 출자해 설립한 것과 별도로 국책사업을 수주하고, 연구사업들을 대행하면서 운영하고 있다.

유 교수는 “융합원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자체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어딘가에 지원을 바라기만 하면 융합원의 역동성이 사라질 수 있다”며 “이를 위해 향후 항공우주 교육과정이나 적층제조(3D 프린팅) 기술 등을 적극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외에도 사회 전반에 항공우주산업에 대한 높아지고, 이를 뒷받침할 각종 제도와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며 “인천시가 항공과 예산을 대폭 늘리던가, 혹은 현재 해양항공국과 별도로 항공우주국을 설립하는 것까지 고민해야 인천의 미래 산업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누리호가 찍은 달 지구 공전 사진.(사진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유튜브)
다누리호가 찍은 달 지구 공전 사진.(사진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유튜브)

“다누리호 세계 최초 달 공전사진 촬영... BLT 궤도 덕”

유창경 교수는 한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현재 계획대로 순항 중이라고 설명했다. 12월 말이면 달 상공 100km 지점에서 궤도를 돌며 탐사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유 교수는 “다누리호가 지난달 초에는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신기한 사진을 보냈다. 이는 세계에서 첫 사례”라며 “이는 ‘탄도형 달 전이(BLT, Ballistic Lunar Transfer)’ 궤도에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게와 연료소비를 줄이기 위해 선택한 궤도였는데 벌써부터 훌륭한 결과를 냈다”고 언급했다.

다누리호가 달 궤도에 제대로 안착한다면, 한국은 달에 탐사선을 보낸 세계 7번째 국가가 된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계획(2025년까지 달에 유인 착륙)’에도 참여할 전망이다.

유창경 교수는 “인천에만 우주탐사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 20~30개 된다. 누리호·다누리호 발사 같은 우주탐사 기술은 그 자체의 경제효과보단 기술이 다양한 민간분야에 적용되는 파급효과(스핀오프)를 낸다”며 “이는 인천뿐 아니라 국내 전체 산업구조 변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월11일 열린 인하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50주년 기념식 사진.(사진제공 인하대학교)
지난달 11월11일 열린 인하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50주년 기념식 사진.(사진제공 인하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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