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문화재청·국방부, 올해 9월 병원건물 철거 이미 합의
보존 권고했던 문화재청 “건물훼손 커 문화재 지정 한계”
시민의견 수렴 약속 파기...1년 넘게 지속한 논의 물거품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 부평 미군기지(캠프마켓) 내 근대건축물인 일제 조병창 병원 건물 철거를 앞두고, 기존에 건물 존치를 권고했던 문화재청이 입장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사실상 묵인한 셈이다.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활동도 중지된 상황에서 철거를 방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ㆍ[관련기사] 국방부, 부평 캠프마켓 조병창 병원 철거...“역사유적 훼손” 반발

1948년 촬영한 인천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B구역 내 조병창 병원 건물(사진제공 독자)
1948년 촬영한 인천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B구역 내 조병창 병원 건물(사진제공 독자)

9일 인천시 취재를 정리하면, 시와 문화재청, 국방부는 지난 9월 캠프마켓 건축물 보존을 위한 실무회의를 열고 조병창 병원 건축물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이미 도출했다.

조병창 병원 존치 여부의 쟁점은 토양오염정화 비용이다. 3자 기관은 건물을 존치한 채로 토양을 정화할 경우 사업비와 시간이 많이 들고, 토양환경보전법이 정하는 기간까지 정화를 마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병창 병원이 있는 캠프마켓 B구역은 지난 2019년 12월 반환됐다. 환경보전법상 토양오염 정화기간은 2년이고 1년 이내로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오는 2023년 말까지는 정화를 마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달 시와 문화재청에 조병창 병원 철거를 암시하는 조치예정사항을 통보했다. 이어 시는 이달 초 국방부에 토양오염 정화 시 건축물 주요부자재와 바닥기초 등 흔적이 최대한 남겨질 수 있게 협조를 요청했다.

결국 시는 두 달 전부터 조병창 병원 건물이 철거될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외부에 알리지도 않았다. 지난 9월 30일 인천시의회에서 조병창 병원 건물 보존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초 조병창 병원 건물 보존을 권고한 문화재청이 입장을 선회한 것도 철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의당 류호정(비례) 의원이 지난달 문화재청으로부터 받은 ‘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 B구역 내 조병창 존치 여부’ 답변을 보면, 문화재청은 “조병창 병원 건물이 역사적·장소적 의미는 있으나, 등록문화재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조병창 병원 원형 안 남아" 2년 만에 바뀐 대답

한국전쟁 시 폭격과 주한미군의 개축으로 인해 당초 병원시설로서 원형의 모습을 거의 찾기 어렵다는 이유다. 2년 전 보존을 권고했을 당시보다 건물이 더 심하게 훼손되지 않았을 상황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앞서 국방부와 인천시는 지난해 6월 조병창 병원 건물 철거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후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와 지역사회에선 보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후 시는 시민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1년 넘게 이뤄진 논의는 무의미하게 됐다.

이에 인천지역 시민들로 구성된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는 조병창 병원 철거 규탄 의미로 9일 캠프마켓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에 항의방문 할 예정이다. 이어 10일에는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향후 건축물 흔적과 주요 부자재 보존, 정밀기록화 작업으로 역사·문화 가치가 최대한 남겨지게 조치하겠다”며 “조병창 본부 건물 등이 남은 D구역은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활용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