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돈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추석을 앞둔 이맘때면 여러 곳에서 연락을 받게 된다. 언론사에서는 추석을 맞아 어떤 식의 이주노동자 대상의 위안행사가 있는지를 물어보고, 교회나 봉사단체들에서는 이런 저런 위안행사를 준비했는데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해달라고 한다.

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에 주변을 되돌아보고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일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이런 행사를 통해 이주노동자들과 내국인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며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사에서는 추석에 벌어지는 미담의 하나로 취재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고, 위안행사를 여는 단체들은 선한 의지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명절 때마다 벌어지는 이러한 풍경이 개인적으로 마뜩찮다. 미담의 하나로 행사를 취재하는 언론사나 행사를 주최하는 단체들에 이 기간 동안 이주노동자들은 ‘소외된 사람’이라는 시선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시선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 시기가 되면 더욱 강화된다. ‘소외된 사람’이라는 시선에서 이주노동자는 명절에 갈 곳도 즐길 것도 없는 외롭고 가난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를 소외시키는 것은 추석이라는 명절 분위기도, 경제적 약자로서 자신들의 자리도 아니다.

이주노동자는 자신의 땀으로 노동을 하고 그 대가를 받는 노동자이다. 일상적인 차별과 냉대, 노동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향유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이 땅, 대한민국이 만들어놓은 사회적ㆍ정치적 약자인 것인 것이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돈이 없고 갈 곳이 없는 이들이 아니고, 동일한 노동자이자 인간으로 보장받아야하는 권리의 일부가 박탈된 존재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안과 위무가 아니라, 인간적인 이해와 대화이고, 박탈된 권리에 대해 함께 분노하고 싸워주는 친구이다.

또한, 이 노동자들에게 추석이라는 명절은 휴일을 맞아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거나, 이주노동자 공동체가 준비하고 함께하는 행사들에 참여하는 소중한 기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국인들처럼 이주노동자들도 여러 가지 일정들로 여념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명절에 이주노동자는 당연히 외롭고 쓸쓸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다. 그 역시 ‘소외된 사람’이라는 시선이 만들어 놓은 편견이다.

이러한 편견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전형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다시 수행한다. 그러다 보니, 행사를 준비하는 단체들에서 행사의 취지를 살리기보다는 행사 일정에 맞닥뜨려 이주노동자들을 동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 행사를 준비할 때, 좋은 취지의 행사이니 이주노동자들은 어렵지 않게 초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에 기반을 두고 준비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행사 주최 측의 이런 자신감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외된 사람’을 위해 마련한 행사이니, 당연히 이주노동자들은 감사하며 참여할 것이라는 생각은 부디 버려주었으면 좋겠다.

편견에서 벗어나서, 나아가 입장을 바꿔서 이주노동자를 다시 한 번 이해해보자. 우리는, 위안 받기보다는 우리 문화를 그리고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받고 지지받는 일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이번 추석을 앞두고도 언론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참고로 한국이주인권센터에서는 명절에 이주노동자들로부터 직접 행사를 제안 받지 않은 경우에는 별다른 행사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명절에 교육이 진행되는 일요일이 끼면 그날 센터의 문을 닫아건다. 소중한 휴가를 즐기는 노동자들에게 교육이라는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주노동자 위안행사 일정을 물어보는 기자에게 위안행사 취재보다는 추석을 앞두고 전국의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준비한 전국이주노동자 집중 집회(9월 23일)에 대한 취재를 권했다. 이주노동자들이 공동체 회의를 수차례 열어 자신들의 노동자로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당당히 발언하는 집회에서의 모습이 위안행사를 통해 ‘소외된 사람’으로 고정되는 것보다 몇 배는 의미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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