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진료실서 알려주지 않는 성인병 이야기(46)

+ 항산화제의 종류

비타민 A와 카로티노이드 =
카로티노이드는 비타민 A의 전구물질로 과일과 채소의 노란색, 붉은색을 내는 색소이다. 비타민 A와 카로티노이드는 항산화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론적으로는 심혈관계 질환 발병 원인으로 알려진 과다한 활성산소(질소) 생성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심혈관계 질환 발생과 진행을 억제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비타민 A나 베타 카로틴을 단독 보충한 경우 심혈관계 질환 발병이나 사망률에는 별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지금까지 많은 베타 카로티노이드 중 베타 카로틴을 비롯해 몇몇 카로티노이드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고, 천연 베타 카로티노이드가 아닌 합성 베타 카로티노이드를 복용한 문제점이 있지만,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카로티노이드를 심혈관계 질환 예방 목적으로 복용할 근거는 부족하다. 그러나 베타 카로틴이 풍부한 식품은 녹황색 채소인 당근ㆍ호박ㆍ시금치ㆍ브로콜리ㆍ토마토와 같은 색이 진한 채소로, 대표적인 건강식품이다. 약을 통해서가 아닌 식품을 통한 베타 카로틴 섭취는 건강을 위해 좋다.

비타민 E = 비타민 E는 식물성 유지ㆍ견과류ㆍ녹색 채소류에 많이 들어 있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자연에 존재하는 최소 여덟 가지 성분인 알파ㆍ베타ㆍ감마ㆍ델타 토코페롤과 알파ㆍ베타ㆍ감마ㆍ델타 토코트리에놀을 포함한다. 그 중 알파 토코페롤이 가장 활성화된 성분이다.

비타민E의 주요 기능은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막 지질을 보호하는 것이다. 특히 심혈관계 질환의 대표 위험인자인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지질단백 중 저밀도지질단백의 산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 이론상 심혈관계 질환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나, 아직은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비타민 C = 비타민 C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채소나 과일에 많다. 비타민 C는 체내에서 전자를 공급하는 작용을 한다. 그 결과 비타민 A나 E처럼 항산화 효과를 갖는데, 주로 저밀도지질단백의 과산화를 예방한다. 특히 흡연 시 저밀도지질단백 과산화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임상 연구에서 비타민 C 섭취로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지 못했으며, 아직까지 비타민 C의 심혈관계 질환 예방 효과는 확실치 않다.

비타민 B군 = 비타민 B군은 비타민 B1ㆍ비타민 B6 등 수용성 비타민 여덟 종류를 총칭하는 말로, 식사를 통해 섭취한 지방과 탄수화물, 단백질 분해와 아미노산 재합성 시 조효소 역할을 해 에너지 대사와 세포 신진대사에 깊게 관여한다. 배아미나 대두 제품, 어패류, 우유, 채소, 과일 등의 식품에 많다.

혈액 내 증가한 호모시스테인 농도는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로 알려졌으며, 비타민 B군은 호모시스테인 농도를 낮추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몇몇 작은 규모 연구를 제외하고는 비타민 B군을 복용하는 것으로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지는 못함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해 별도로 비타민 B군을 복용할 필요는 없다.

셀레늄 = 셀레늄은 다양한 효소 기능을 위해 필수적인 미세영양소이다. 셀레늄은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저밀도지질단백의 산화를 억제한다고 보고됐다. 셀레늄 혈중 농도가 낮은 경우 허혈성 심질환 위험이 증가한다는 역학 보고가 있으나, 이러한 효과가 생활습관의 차이인지, 셀레늄 자체 효과인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셀레늄이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는 명백한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셀레늄은 필수영양소이나 고용량은 독성을 나타낼 수 있어 미국의학협회 식품영양위원회는 성인의 셀레늄 섭취 용량을 최대 400μg(100만 분의 1그램)로 정했고, 미국심장학회에서는 심혈관 질환 예방 목적으로 셀레늄 복용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 항산화제 패러독스

다량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면 심장병 예방은 물론 이와 관련된 사망률을 낮춘다는 역학 연구들이 있어, 비타민을 약물로 보충하면 심장질환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대와 달리 효과가 없다는 보고가 대부분이다.

당뇨병 합병증은 과다한 활성산소 발생에 따른 산화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으므로 이론상 항산화 효과가 있는 비타민을 복용해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어야 하나, 이제껏 진행된 많은 임상 연구에서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이를 일컬어 ‘항산화제 패러독스’라고 한다.

따라서 항산화 효과가 있는 비타민을 섭취해 활성산소 제거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금연, 과식하지 않기 등 활성산소 생성 자체를 억제하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를 통해 비타민 권장량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식생활에 보다 신경 쓰도록 하자.
▲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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