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뿐인 여성과 아닌 ‘여성정책 전문기구’ 필요”

“여성정책 수립 위해 기초 통계부터 조사해야”



<편집자주> 우리 구는 인천시 8개 자치구·군 중 ‘여성과’가 맨 처음 신설됐고, 여성단체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어서 어느 지역보다 여성담론이 풍성한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여성과 예산의 대부분은 청소년·아동복지에 쓰이고 정작 여성을 위한 정책과 사업은 타 구에 비해 빈약하다.

여성정책의 개혁성이 곧 선거정책 전반의 개혁성을 가르는 리트머스로 여겨지는 2006년, 5·31지방선거에 즈음해 인천시와 부평구 여성정책 전반을 살펴보고 차후 자치단체장의 역할에 대해 YWCA인천여성문화회관 조순일 관장으로부터 들어 보았다.



▲ YMCA 인천여성문화회관 조순일 관장

▲ 최근 모 국회의원의 여기자 성희롱 파문,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성폭력 사건 등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도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는 성인지적 정책이 요구되고 있는 분위기다. 여성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은?


= 조순일(YWCA인천여성문화회관 관장) : 사실 여성인권이나 복지의 문제는 단지 여성정책 몇 가지로 바뀔 사안이 아니다.

부평구는 어느 자치구보다도 발빠르게 여성과를 신설, 여성정책을 전면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아직까지는 여성과에서 이전 사회복지과의 업무 중 여성·청소년·아동복지 분야를 옮겨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2005년 여성과 본예산을 분석해 본 결과, 부평구 2005년 예산 중 여성과 예산은 8.78%를 차지했지만, 여성과 예산 중 여성복지 항목에 편성된 예산은 8.6%에 불과해 여성과라는 이름을 무색케 했다. (표1)

2001년 여성부가 출범한 이래 정부는 여성정책 기본계획을 2차에 걸쳐 수립했고, 인천시도 이에 발맞춰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할 인천여성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부평구 역시 여성과에서 단순히 여성 대상 업무를 담당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여성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여성정책 전담기구가 필요하다.

전문 인력을 배치해 부평구 여성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뒤 전체 부서가 성인지적 정책을 펼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 복지뿐 아니라 교통, 경제, 도시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여성을 위한 정책이 펼쳐질 때 비로소 여성정책이라 할 수 있다.

표1. 2005 여성과 본예산 편성현황

세항

2005년 본예산

비율(%)

여성복지

아동복지

청소년관리

1,403,976

14,665,019

264,030

  8.6

 89.8

   1.6

총계

16,333,025

100


▲ 여성의 사회참여가 화두로 떠오른지도 꽤 여러 해가 흘렀지만 실제 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은?

= 여성들이 출산을 위해 퇴직한 뒤 다시 사회로 나가려면 수많은 선입견과 싸워야 하고, 또 받아주는 일자리도 없다. 출산과 가사를 전담했던 기간은 공백기가 아니라 다른 어떤 분야에서도 얻을 수 없는 실력과 감성을 키울 수 있는 경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치단체와 자치구에서는 지역의 기업들과 연계해 여성인력이 자신의 소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여성과 기업을 연결해주고 창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 여성 일자리가 창출된다 하더라도 육아를 거의 전담하다시피 한 여성의 현실을 염두에 둘 때, 보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 옳은 지적이다. 작년 11월 부평3동에 영아전담보육시설이 개원하는 등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부평구의 인구수에 비춰볼 때 아직 국공립, 직장 보육시설의 비율은 턱없이 낮은 편이다. (표2) 타 구에 비해 인구가 많아 특히 여성복지에 대한 요구가 높을 것이 분명한데도, 기본적인 통계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자치구 여성과의 현실이다.

보육시설뿐 아니라 여성을 위한 정책이 실질적으로 여성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으려면 우선 기초적인 여성 통계가 있어야 한다. 여성정책과 복지 실무가 적절히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기본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현실에 근거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데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조사 사업을 하루속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 지방자치단체의 여성복지관, 여성문화회관 등 인천시에서 여성복지를 위한 많은 시설을 직접 혹은 위탁운영하고 있으며 시와 구의 사회복지과, 여성과, 동사무소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한부모가정 등 여성복지 분야도 담당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여성복지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 지금껏 여성복지를 위해 이것을 해야 한다, 저것을 해야 한다, 말은 많았다. 그러나 지금 제시되고 있는 여성복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인력과 더 효율적인 복지 시스템이 우선돼야 한다.

지역 특색과 처지에 맞는 수준 높은 복지 서비스를 위해 지금까지의 수직적 지시명령에 의한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관계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역할 분담체계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구역의 여성복지 문제를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지금보다 많은 집행 재량권을 행사해 전략적인 지역복지 계획 수립과 서비스 전달의 효율성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의 절대적 부족으로 인해 찾아가는 적극적인 복지행정이 곤란한 것이 해결돼야 하고, 여성복지 담당자의 전문지식 습득과 경험 참여는 더욱 더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회가 고령화 되면서 특히 노인여성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이혼하거나 부모가 사망할 때 여성도 자신의 재산권을 주장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지만, 지금 노인으로 있는 세대들은 자신의 몫을 전혀 챙기지 못하고 경제력이 전혀 없는 상태로 노년을 맞고 있다.

노인여성의 문제는 전체 여성의 문제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젊은 여성의 미래라는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손자녀 양육과 공공보육의 문제, 노인부양과 고부갈등, 여성취업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여성 문제를 가족 안에서만 해결하려는 방식은 오히려 노인을 비생산적이고 무가치한 존재로 보게 만든다. 재가복지서비스나 요양시설을 확충하고 노인전문병원을 쉽고 값싸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노인여성의 시민권을 인정해 사회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 여성들의 재교육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여성의 사회교육 정책은 어떠한 방향에서 펼쳐져야 하는가?

= 여성복지관이나 여성문화회관 등 여성시설을 통해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또 많은 여성들이 참여했다. 문화관광부, 행정자치부, 지자체가 값싸게 제공한 문화강좌나 문화교육프로그램은 여가활용에 목표를 두었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수혜를 받는가가 중요한 평가 지점이었다.

그러나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이전까지 백화점식 프로그램 나열로 여성들의 여가를 메꾸고 실적을 높이려 했다면, 이제는 여성문화인력 양성에 관심을 둘 때이다. 문화인력이라고 하면 문화예술가, 문화기획자, 문화행정가를 떠올리지만 이제는 문화자원봉사자, 문화수용자(교육생 포함)를 포함해 문화수용자들이 봉사자가 되고 전문기획자, 예술가, 예술경영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기존의 문화교육(강좌) 이후 후속교육을 할 수 있는 소모임이나 동아리 등 자율적 운영을 적극 지원해야 하며 이 집단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특히, 부평구는 인천시 평생학습관인 북구도서관, 여성문화회관, 구청이 근거리에 있어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를 충분히 활용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표2. 인천시 구별 보육시설 현황     (2004년 12월 현재, 인천시보육시설연합회)

구분

국 · 공립

보육시설

민간보육시설

직    장

보육시설

가    정

보육시설

법인

법인외

개인

1,235

46

14

45

625

13

492

중구

38

4

1

1

15

1

16

동구

38

8

1

2

15

0

12

남구

148

9

4

3

90

2

40

연수구

116

4

1

4

38

2

68

남동구

178

5

2

9

108

3

51

부평구

302

4

3

12

138

2

143

계양구

199

4

1

8

99

1

86

서구

187

4

1

4

106

2

70

강화군

24

2

0

1

15

0

6

옹진군

5

2

0

2

1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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