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암 박두성 선생이 창안한 최초의 6점식 한글점자
점자 주간 회람지 '촉불' 88호와 '한국점자규정' 공개

인천투데이=이재희 기자 | 11월 4일 점자의 날을 맞이해 정부가 국내 최초 ‘한글점자’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4일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점자의 날을 기념해 송암 박두성 선생이 창안하고 보급했던 국내 최초의 6점식 ‘한글점자’인 훈맹정음의 육필원고와 관련 기록물을 복원해 공개한다고 밝혔다,

국가기록원은 지난 7월부터 약 4개월간 ‘한글점자와’ ‘촉불88호: 영결 김구선생’, ‘한글점자규정제정’ 등 관련 기록물을 복원했다.

훈맹정음 복원(사진 제공 행정안전부)
훈맹정음 복원(사진 제공 행정안전부)

한글점자는 송암 박두성(1888∼1963) 선생이 창안한 훈맹정음의 사용법을 기록한 육필원고다. 송암은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읽을 수 있게 서술했다. 훈맹정음은 지난 1926년 11월 4일 반포된 국내 최초의 6점식 한글점자다.

일제 강점기 시각장애인들이 한글과 같은 원리로 글자를 배우고 익힐 수 있게 한 한국 고유의 문자 체계다. 훈민정음처럼 소리 나는 대로 쓰고 쓴 대로 읽을 수 있게 제작됐다.

촉불은 사용 후 폐기하는 장부에 점자를 찍어 재활용한 점자 주간 회람지이다. 1945년 해방 후 박두성 선생은 인천에서 '촉불'을 6년 동안 200여호 발간했다. 박 선생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촉불을 제작했다.

이번 복원한 '촉불88호: 영결김구선생'은 백범 김구 선생의 영결식이 엄수됐던 1949년 7월15일의 비통한 분위기와 이범석 총리의 축사 등을 점자로 상세히 담고 있다.

'한국점자규정제정'은 한국 점자의 표준안을 마련하고 최초로 제정하고 공포했던 규정이다.

왼쪽 송암 박두성 흉상, 오른쪽 시각장애인이 만져볼 수 있게 만든 모형 흉상 
왼쪽 송암 박두성 흉상, 오른쪽 시각장애인이 만져볼 수 있게 만든 모형 흉상 

훈맹정음을 만든 송암 박두성 선생은 인천 강화군 교동에서 태어났다. 그는 1906년 한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보통학교 교사가 된다. 그러다가 1913년 장애인 교육기관 서울맹학교에 들어가 시각장애인 교육을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는 맹인 교육에 평양점자라 부른 4점식 점자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자음의 초성과 종성이 구별되지 않는 결함이 있었다.

이에 박 선생은 한글 점자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 뒤 앞서 얘기한대로 1926년 11월 4일 국내 최초 6점식 한글 점자 ‘훈맹정음’을 반포했다.

정부는 1993년 국가 공인 표준 점자 제정을 위해 '한국 표준점자 제정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했다. 또한 연구 실무팀을 구성해 점자 연구를 이어갔다. 그 뒤 정부가 1997년 12월 17일 ‘한국점자규정’을 어문 규정으로 고시하면서 훈맹정음을 공식 문자로 공인했다.

박명수 송암점자도서관 관장은 "국가기록원의 노력으로, 박두성 선생의 육필원고와 관련 자료가 원상태로 복원돼 기쁘다"며 "복원된 기록물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기록원은 복원을 완료한 한글점자와 촉불88호, 한국점자규정을 국가기록원 누리집에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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