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 사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월 초 학교폭력 방지대책의 하나로 이 방침을 발표했다. 한참이 지난 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1일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할 경우 또 다른 인권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교과부의 훈령을 수정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같은 달 16일 이주호 교과부장관은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국가인권위에 통보했다.

이렇게 갈등이 번지자, 국회 교과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를 훈령으로 처리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다며 이 사항을 국회에서 법으로 처리하도록 하자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러한 제안도 듣지 않고 각급 일선학교에 9월 7일까지 학교폭력 가해 사실 학생부 기록을 마감할 것을 지시했다. 이어 학생부 기재를 보류하겠다고 밝힌 시ㆍ도교육청 3곳에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겁박했다. 9월 14일에는 대학교육협의회에서 교과부의 방침을 수용해 대학들이 대입 수시 등에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내용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흐름을 보고 있노라면, 이명박 정부가 교육정책에서도 불통임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가 인권침해 문제를, 국회의원들이 국회의 입법권 침해 문제를 지적했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소년법은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 한다’고 돼있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할 경우, 대입과 취업 등에 제한을 받게 돼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이 아닌 훈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나 학교폭력 가해 사실 학생부 기록은 교육적 측면에서 학생을 낙인찍고 주홍글씨를 붙이는 등 부정적 효과가 크다. 구제장치가 없어 오히려 폭력이 폭력을 낳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학교폭력 예방과 피해학생의 인권과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적극적 대처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가해 학생의 인권마저 침해하고 국민으로서 누려야할 기본권마저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성장하는 청소년 아닌가. 더구나 한 때 잘못에 대한 처분이 장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엄연한 법령 위반이기도 하다.

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교과부가 사법기관에서 해야 할 방식으로 폭력학생을 통제하고 낙인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정부가 인권을 외면하는 ‘불통 정부’라는 비판에 하나의 빌미를 더 줄 뿐이다.

교과부는 학교폭력 학생부 기록을 당장 중단해야한다. 학교폭력 문제를 놓고 교과부가 할 일은 학교폭력 발생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세심한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울러 피해학생뿐 아니라 가해학생을 구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과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교과부가 이러한 일들을 하지 못해서 받고 있는 질책을 모면하기 위해 학교폭력 가해 사실 학생부 기재를 밀어붙이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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