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훈 연구모임 오늘의 상상 준비위원

연구모임 오늘의상상 신봉훈 준비위원장
연구모임 오늘의상상 신봉훈 준비위원장

인천투데이|한국지엠 누적 적자가 3조7000여억원으로 늘었다. 전기차 생산물량 배정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더욱 어렵게 됐다. 2년 연속 무분규 교섭을 이끈 노동조합의 의미 있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지엠 철수설이 다시 불거진 이유다.

지난 9월 27일 제럴드 존슨 GM 본사 수석부사장에 이어 10월 6일 실판 아미 GMI(GM해외사업부문) 사장이 한국에 왔다. 철수설 때문일까 그 어느 때보다 이번 방한에 모두가 주목했다.

하지만 실판 아민 사장은 ‘GM본사의 소형SUV 전기차 생산은 미정인 상태이며, 유럽시장 재진출, 기술혁신과 수익 창출 가능성을 고려한 전기차 전환시점의 중요성’ 등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데 그쳤다.

2018년 산업은행으로부터 8100억원을 지원받으며 최소 ‘10년 경영 지속’을 약속했지만 경영정상화는 요원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9월 자동차산업 동향’을 보면 현대차 14만9202대, 기아차 10만6289대에 생산에 비해 한국지엠은 2만1907대에 불과하다.

코로나 상황에 따라 수출이 호조라곤 하나 여전히 내‧외수 모두 부진하다. 이에 따른 연도별 영업손실 누적 적자는 3조7000여억원에 이르고 있다. (▶2014년 1486억원 ▶2015년 5944억원 ▶2016년 5311억원 ▶2017년 8552억원 ▶2018년 6227억원 ▶2019년 3305억원 ▶2020년 3169억원 ▶2021년 3760억원)

한국지엠은 2009년 ‘Good GM’으로 재편되면서 글로벌 GM의 경소형차 개발과 생산기지로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13년 쉐보레 브랜드 유럽 철수 이후 추락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종 가운데 스파크, 말리부,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 외엔 모두 수입이다. GM 인기 차량을 OEM으로 수입했지만 국내 소비자는 외면했다.

이제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의 연내 가동이 중단하면, 트레일블레이저와 미국산 수출 캐딜락 1종, 새로 추가되는 CUV 한 종 등, 단 3종류 차만 생산한다.

한국지엠의 강점이던 경차와 소형차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자동차 미래사업 핵심인 전동화 생산기지는 미국과 중국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지엠은 마지막 내연기관 생산을 담당하며 점차 생산 비중이 줄어들 것이다.

차세대 세단 성향의 CUV(Crossover Utility Vechicie)가 2023년부터 생산되면 경영이 호전될 것이라고 하지만 전기차 생산 없이 시장 경쟁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전동화는 자동차 미래사업의 핵심

경영 적자와 고용 리스크 다툼 외에 철수설이 다시 급격히 부상한 배경에는 8월 16일 발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있다. 이 법으로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사실상 한국지엠 전기차 생산물량 배정은 어려워졌다.

GM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끝내고 전기차로 대전환 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미시간주 오리온 타운십 공장에서 볼트 EUV를, 디트로이트 햄트락에 22억달러를 들여 100% 전기차 생산기지를 만들고 있다.

우리의 기대와 다르게 미국에 이어 전기차를 생산할 기지는 중국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를 확인하듯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은 2025년까지 한국에 전기차 10종은 출시하지만 생산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이번에 방문한 실판 아민 사장도 답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지엠은 점차 생산 비중을 낮춰가며 또다시 정부와 지원을 놓고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냉정하게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예전 방식으로 철수를 막는 것은 국민정서상 불가능하고 더구나 또 GM에 끌려가선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유연하게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자동차포럼, 공론화 그리고 용역

한국지엠 군산공장과 쌍용차, 현대차 광주공장 등에서 교훈을 찾아 그동안 제기된 각종 대안들, 노동자소유기업 전환부터 독자적인 생존, 국공립 또는 자회사 형태, 그리고 제3완성차 매각 등을 들어내서 논의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인천시와 노조가 중심에 서서 지역유관 산업계와 전문가그룹, 관계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자동차포럼(협의체로 격상도 가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포럼이 짧으면 5년 앞에 벌어질 위기를 대비하는 기본 틀이 돼야 한다.

인천지역 자동차 유관산업 분석과 전동화 추세에 따른 산업계 재편, 가능한 변화방안에 대한 전문 학술용역도 필요해 보인다. 인천시 경제부서가 할 일이다.

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자동차의 모태는 한국 최초 현대식 자동차 조립공장인 ‘새나라자동차’였다. 인천 부평이 자동차산업의 시발지라는 자부심과 달리 회사명이 바뀌고 지분구조가 바뀔 때마다 우리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는데 특히 대우자동차에서 한국지엠이 되기까지, 또 되어서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고비가 없었다.

예전에 부평공장을 매각하고 그곳에 디즈니랜드를 유치하자는 허무맹랑한 주장이 기억난다. 지역경제와 고용을 등한시 하는, 이런 주장이 또 나오기 전에 미리 대비해 가야한다. 국회는 산업자원부와 함께, 인천시는 한국지엠과 함께 점점 다가오는 GM과 이별을 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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