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4회 새얼 아침대화 박찬일 셰프
'한식의 특징과 현재, 미래' 주제로 강연

인천투데이=박규호 기자│“한식은 반찬을 고를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 개성이 있다. 다채로운 맛과 개성을 바탕으로 한 한식은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박찬일 셰프는 5일 오전 새얼문화재단이 인천쉐라튼그랜드호텔에서 진행한 제434회 새얼아침대화에서 ‘K(케이)-푸드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며 한식의 매력과 인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박찬일 셰프는 ICIF요리학교(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 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 요리학교)를 나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소재 '청담 몽로'에서 셰프로 일하고 있는 요리연구가이다. <경향신문> 음식칼럼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KBS> ‘한식연대기’, ‘서가식당’, <Olive> ‘수요미식회’ 등 TV프로그램에 출현했다. 주요저서로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짜장면: 곱빼기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등이 있다.

아래 내용은 5일 박 셰프의 강연을 정리한 내용이다. <기자말>

박찬일 셰프가 새얼아침대화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박찬일 셰프가 새얼아침대화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부대찌개와 한식

외국의 식재료로 각 나라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면 그 나라의 음식이 된다. 새로운 음식 문화를 만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흔히 주한미군이 남긴 음식을 재료로 만들어 부대찌개는 한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대찌개는 한식이다. 외국의 식재료를 사용했으나 한국의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처음 부대찌개는 미군기지에서 나온 음식 부산물에 우거지와 소금을 넣어 끓였다. 주한미군 소재지 경기도 의정부 지역에서 김치를 넣기 시작했다. 부대찌개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것도 의정부 지역이다.

서울시 용산구에선 부대찌개를 랜디 존슨 미 대통령 이름을 따 '존슨탕'이라고 불렀다. 1966년 랜디 존슨 미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실제로 부대찌개를 먹지 않았지만 부대찌개를 먹었다고 소문이 나서 붙여졌다. 

현재 부대찌개는 햄과 소시지, 김치와 콩, 치즈 등을 넣어서 끓인다. 햄과 소시지는 미국 식재료이고, 음식에 콩을 넣는 문화는 영국에서 유래했다. 식재료와 문화가 외국에서 유래했다고 한국의 문화와 역사로 만든 부대찌개가 외국 음식은 아니다. 

이처럼 현대인들이 먹는 음식은 복잡하고 다양해 음식 계통을 밝히려면 외국의 재료까지 살펴봐야 한다. 외국 식재료를 쓰거나 외국 음식 문화에서 유래했어도 한국방식, 한국 문화, 한국 역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면 한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박찬일 셰프가 새얼아침대화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순열과 조합, 한식의 특징

음식을 만들 때 식재료의 순열과 조합(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은 한국 밥상만이 지니는 특징이다. 중국과 서양은 음식이 코스로 나오고, 일본은 반찬 가짓수가 적다.

한식은 밥 한숟가락에 두세 가지 음식을 같이 먹는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와 맛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그래서 한식은 다채로움을 토대로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반찬 5개를 조합해서 먹을 때 경우의 수는 31개이고 반찬 10개를 조합해서 먹을 때 경우의 수는 1022개이다. 이처럼 많은 경우의 수는 한식이 다른 나라의 음식과 차별화할 수 있었던 이유다.

조지클레이턴 포트 미 해군 소위가 구한 말 CIA(미 중앙정보국)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한식의 다채로움에 외국인이 매력을 느끼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조지클레이턴 포트는 콩밥, 소고기뭇국, 구운 닭, 구운 돼지고기, 김치, 고추, 동치미 등 다양한 음식을 먹은 것을 보고했고 충분한 음식으로 대접받고 있다고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반찬의 가짓수가 많고, 차리기가 어려워 한식의 세계화가 힘들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한식이 지닌 순열과 조합의 특징이 오히려 한식의 개성을 강하게 만들어 세계화에 성공하는 계기가 됐다.

박찬일 셰프가 새얼아침대화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한식의 현실과 미래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 음식문화는 세계로 널리 퍼지고 있다. 이미 외국인들은 김치를 집에서 담가 먹기 시작했다.

아마존 등 글로벌 물류 플랫폼에서는 김치 양념이 잘 팔린다. 한국 기업은 완제품 위주로 판매하고자 하지만 외국인은 양념장을 따로 구매해 직접 김장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탈리아에서는 김치에 전분을 넣어야 되는 것을 토론할 정도로 김치를 좋아한다. 한국에서는 김치에 와인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김치와 와인을 같이 먹지 않지만 외국에선 김치를 좋아해 김치와 어울리는 와인을 찾는다.

미국 레스토랑에서는 김치 한 접시가 2만5000원에 팔리기도 한다. 단순히 한식을 높게 치켜세우려는 게 아니라 실제로 세계에서 한식시장도 크고 외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식이 세계에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한식이 지닌 다채로움의 힘이다. 한식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완제품만이 아니라 직접 한식을 제작할 수 있게 양념장 등을 팔아 더욱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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