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인천투데이ㅣ내년부터 백령도를 운항할 대체 대형여객선 도입이 무산돼 섬 이동권에 불이 들어왔다. 준비를 허술하게 한 전임자를 탓하기보다 앞으로 여객선 건조비 지원 등 서해5도에 대한 정부의 이중적인 잣대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조현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조현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

필자가 지난 10여 년 동안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부처 관료들과 서해5도의 다양한 현안을 논의 할 때마다 느낀 공통점이 있다. 주민에 대한 지원 요구는 타 지역과 ‘형평성’을 이유로 거절하고, 정부의 필요에 의한 규제는 접경 해역의‘특수성’을 들어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번 윤석열 정부의 서해5도 주민 지원에 대한 정책 기조는 아직 확실히 모르겠다. 다만, 유정복 시장이 경험이 있어서 재선 임기 동안 백령도를 비롯한 섬의 접근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했으면 한다. 

유정복 시장의 제물포 르네상스는 인천의 성장 동력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항일원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개발하는 사업이다. 항만 전방으로 해양 경제력을 확장하고, 후방의 중․동구 원도심도 활성화하려는 도시 차원의‘스핀오프(spin-off)’ 전략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국력이 강할 때 인천은 해외 진출 통로가 되지만 약할 때는 타국의 침략 통로가 됐다. 19세기 인천의 바다는 제국주의 열강의 상인과 군대의 길이었으나 정부 수립 이후에 산업화 수출의 길로 한국의 성장을 견인했다. 

이런 역사를 간직한 곳이 인천 내항이다. 이곳은 1883년 1월 제물포항 개항을 시작으로 1974년 아시아 최대 갑문항으로 발전해 현재까지 가동 중이다. 이제 새로운 명소로 재탄생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한편, 인천의 섬은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특성상 서해 연안 방비를 위한 군사적 요충지에 해당했다. 한국과 중국을 잇는 해상교통의 길목이었다. 오늘날에는 물류, 관광, 수산, 에너지 등 다양한 해양자원의 거점이기도 하다. 

제물포 내항과 섬들을 연결해 인천이 자랑하는 바다 운동장을 넓게 써야 한다. 혁신은 일상의 발견과 공감에서 시작된다.

연안여객터미널과 제물포 르네상스와 연계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연안여객터미널은 좁고 인천시민조차 접근성이 떨어진다. 섬을 찾는 방문객과 주민 모두 불편하다. 주변 미관 또한 좋지 않다.

무엇보다 인천은 타 지자체와 다르게 유일하게 버스, 도시철도, 여객선 등 3대 대중교통을 모두 갖춘 도시다. 이런 특수성을 살려 국내 최초로 ‘버스(Bus)-지하철(Metro)-여객선(Ship)’을 통합․집적화 시킬 수 있다. 

이른바 인천형 ‘BMS(Bus-Metro-Ship) 대중교통 시스템’을 구축하고, 내항 8부두와 인접한 인천역 일대를 ‘BMS 대중교통 환승시설’로 복합 개발이 가능하다. 인천만이 할 수 있다.

현재 도심 버스터미널과 철도 역사의 경우 이용객의 유동성을 기반으로 상업과 문화를 결합한 복합공간으로 개발되고 있다. 인천내항은 인천역을 기준으로 경인선과 수인분당선, 국도 6·42·46·77호선 등 정부가 관리하는 철도와 도로의 환승점이다. 여기에 여객선만 더하면 된다. 

기존의 연안여객선 이용객의 유동 인구를 확보하면서 2500만명이 넘는 수도권 시민의 수요도 창출할 수 있다. 섬 주민들의 이동권리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작년 한 해 국내 연안여객선 이용객은 1150만여명이다. 이중 인천 섬 이용객은 약 155만 명이고, 섬 주민의 경우 40만명(이용객의 26%)이 이용했다. 

서해5도의 경우 전체 여객선 이용객(35만명) 중 주민은 약 14만명(40%)으로, 제주 추자도(약 4만 명), 경북 울릉도(약 9만명), 전남 흑산도(약 11만명) 등 먼 바다 섬 중 주민의 이용 빈도와 비율이 가장 높다(아래표 참조). 

지난 2020년 연안여객선이 대중교통 수단에 추가됐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여객선 대중교통화 정책에 큰 진전은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2025년 연안여객선 공영제 실시’를 국정 과제에 포함시켰다.

대중교통법 제3조는 국가의 책무를 “대중교통서비스 향상을 위하여 다양하고 새로운 교통수단의 보급과 시설․장비의 확충 및 지원의 강화, 광역적인 대중교통서비스의 개선, 대중교통수단 간 환승의 편의증진, 오지․도서 및 벽지 등의 지역에 대한 대중교통서비스의 강화, 대중교통이용에 필요한 정보의 제공”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 시행령은 “대중교통지향형 도시의 개발”도 국가의 책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인천형 BMS 시스템과 환승시설 개발은 국토부와 해수부의 재정 지원을 이끌어낼 근거와 당위성은 충분하다. 선제적 사업으로 인천시민을 대상으로‘버스(광역포함)-도시철도-여객선 환승요금 제도’를 실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여객선도 모바일 승선권이 발급되기 때문에 인천교통공사가 ‘BMS 환승요금 플랫폼’을 개발․운영하고 그 데이터를 축적해 향후 연안여객선 공영제 전환 시 중요한 자산으로 활욜 할 수 있다. 그리고 만성 운영 적자인 인천교통공사의 경영개선을 위해 복합 환승시설 개발과 운영까지 검토할 수 있다. 

인천 내항은 최고 10m에 달하는 조수간만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둑을 쌓아 바닷물을 가둬놓고 최대 5만톤급 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역사적인 항만시설이다.

지난해부터 울릉도는 1280명이 승선할 수 있는 2만톤급 대형 카페리가 운항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 인천도 2만톤급 이상의 연안여객선이 갑문항을 드나들고 시민들도 직접 체험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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