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대상도 아닌 노조사무실 들어가 무단 사진촬영
노조 “수색영장도 없어 불법... 주거침입죄 검토할 것”
감사관실 “직원 안내 받아 진입... 노조공간인줄 몰라”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시 감사관실이 인천교통공사 감사 도중 노동조합 사무실을 무단으로 들어가 조사한 사실이 알려져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해당 감사가 민선 7기 시절 임명된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압박용이라는 평가도 나와 공사 안팎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노조는 항의 표시로 1인시위에 나설 방침이다.

인천 남동구 소재 인천교통공사 사옥 전경 (사진제공 인천교통공사)
인천 남동구 소재 인천교통공사 사옥 전경 (사진제공 인천교통공사)

2일 <인천투데이> 취재를 정리하면, 인천시 감사관실은 지난달 중순부터 인천교통공사 임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시작했다. 시는 이번 감사로 임원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비롯해 출장 등 근무현황과 각종 현안사항에 대한 대처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시 감사관실은 지난달 29일 노동이사 근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인천도시철도 1호선 인천시청역에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들어가 사진을 촬영해 갔다. 당시 사무실엔 조합원들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노동이사 근무현황을 조사하는 이유는 이들의 근무형태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초에 인천교통공사는 노동자들의 고충과 의견을 듣는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상담업무는 노동이사들이 담당했고, 노동이사들은 노조사무실에 마련된 상담실에 일부 상주하며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사 내부에서 이를 두고 노동이사들이 본래 업무 현장에서 근무하지 않고, 별도 노동이사실이 만들어진 것은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시 감사관실은 지난해 3월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내렸다.

노조 측은 이후 공사가 상담실 내 노동이사들의 업무공간을 없애고 현장으로 돌려보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시는 최근 감사 도중 인천시청역에 여전히 노동이사들의 별도 공간이 있다는 제보를 접수했다. 이에 감사관들은 인천시청역 내 노조 공간을 조사하던 중 허락 없이 노조사무실을 들어가 사직을 찍는 등 조사를 진행했다.

노조는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사무실은 사정기관의 압수수색 영장이 없는 이상 함부로 들어갈 수 없으며 부당노동행위라는 주장이다. 또한 시정조치를 따랐는데도 과한 처사라고 지적한다.

또한 노조는 이번 사건이 주거침입죄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주거침입죄는 거주공간이 아니어도 선박·차량·기차 등 사람이 상주하는 공간을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대법원, 철도파업 당시 경찰 민주노총 강제진입 불법

지난 2013년 12월 철도노조가 민영화를 반대하며 파업에 나설 당시, 경찰은 민주노총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경향신문사 건물에 강제로 진입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법원에 민주노총 사무실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 됐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는 이유로 현관문 유리문을 깨고 들어가 조합원 100여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9월 대법원은 1·2심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해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없는데도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는 건 위법하다’는 2018년 헌법재판소 결정을 적용한 결과다.

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노동이사 근무 방식에 대한 조사를 하던 중 역무원들의 안내를 받아 ‘회의실’이라고 현판이 걸린 장소에 들어갔을 뿐이다. 당시 사무실에 아무도 없어 추후에 노조공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노조에 대한 조사를 하려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김현기 인천교통공사 노조위원장은 “갑의 위치에 있는 인천시 고위공무원이 직접 문을 열어달라고 지시하는데 일선 역무원들은 반박이나 설명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해당 공간을 노조사무실로 사용한 것은 3년이 넘어 노조 공간이라는 것을 모르기 어렵다. 설령 몰랐다 해도 사전에 협의 없이 빈 공간에 들어가 조사를 벌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