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신옥 다색빛공동체 대표

한국 사회는 이미 이주민 인구 200만명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그중 인천시는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입국하는 관문역할을 하는 곳이다.

조신옥 다색빛공동체 대표
조신옥 다색빛공동체 대표

2021년 9월 기준 인천시 인구는 300만7461명이다. 이중 외국인은 6만5666명으로 인천시 인구의 약 2.2%를 차지한다. 다양한 체류자격으로 거주하고 있는 이주민은 다문화사회의 구성원이다. 인천은 이미 이렇게 다문화사회로 진입했다.

한국 사람들은 ‘다문화’라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각자의 생활환경에서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거나 매스미디어에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접하면서 형성된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급변하는 세계화 시대라고 하지만 혈통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선 아직도 왜곡된 단일민족주의가 아주 뿌리 깊다. 외국 출신이거나 해외 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실감하게 된다.

그중 다문화가족에 대한 편견은 아직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다문화가족이라면 흔히 한국 남성과 후진국 여성 간 국제결혼을 떠올리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선진국 출신과 결혼하면 글로벌 가족, 후진국 출신과 결혼하면 다문화가족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해외 사정에 밝지 못한 사람들일수록 고정관념이 더 심한 것 같다.

1945년 8.15해방 후 미군정과 한국전쟁을 전후해 형성된 한국 여성과 미군의 국제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농어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으로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미지가 이상하게 왜곡됐다.

또 언론이나 방송 프로그램의 부정적인 역할도 크게 한몫했는데 여전히 진행형이다. 대표적인 예로 다문화가정의 고부갈등 해소를 위한 역지사지 힐링 여행 프로그램은 좋은 취지로 시작했다고 본다. 그러나 적지 않은 당사자들은 오히려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문화 인식개선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출신국과 피부색, 선정된 문화 배경과 이야기 등이 시청자들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데 아쉬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상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고 언어소통도 안 되는 상태로 맞선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가정 폭력, 다문화 한부모가정 증가, 다문화 자녀에 대한 괴롭힘 등 불행한 소식이 비일비재하게 언론에 등장하면서 다문화가정에 문제가 많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심지어 외국인이라면 모두 가난한 나라에서 돈 벌러 한국에 온 사람들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특히 동남아 출신들은 마음에 더 깊은 상처를 입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의 꾸준한 요청과 노력으로 상습적인 가정 폭력 전과자의 경우 한국 정부가 국제결혼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등 국제결혼 관련 법 제도가 강화되면서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

외국에선 베트남의 경우 한국인과 결혼할 때 현지 교육기관에서 한국어를 학습하고 일정 수준을 충족해야 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국제결혼 비자가 발급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새로운 다문화가정의 구성 형태가 진화하고 있다. 한국에 유학 왔다가 한국인을 만나서 결혼하거나 아니면 해외에 갔다가 외국인을 만나 한국에 들어오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서로 다른 문화 배경을 가진 다문화 가정의 공용어가 제3국 언어인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사례를 보면, 타이완 여성과 한국 남성이 일본에서 만나 결혼한 경우 일본어로 소통하고, 중국 여성과 한국 남성이 러시아 유학 중 만난 경우 러시아어가 공용어였다. 한국 남성과 중국 여성이 호주 유학 중에 만나 결혼했을 때는 영어가 공용어였다. 이들의 자녀들이 다문화 배경을 가진 훌륭한 가정환경에서 글로벌 인성과 지성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사회가 건전한 다문화사회로 발전하려면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편견 극복과 인식개선을 우선해야한다.

초기에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라는 식으로 다문화를 ‘용광로’에 비유하며 타문화를 한국문화에 용해 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우세했다. 이후 다문화를 ‘샐러드’나 ‘비빔밥’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상호문화교육을 주창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학계와 시민단체, 인권단체는 다문화에 대한 관심과 지원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주창하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변화가 있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지원도 끊임없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정작 이주민과 다문화가정 당사자들의 절박한 요구사항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다문화 관련 분야에서 당사자들은 흔히 사업의 대상자나 조력자 정도로 활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남편 한 사람만 믿고 낯선 타향에 정착해 억척스럽게 생활을 개척하는 다문화 여성들이 많다. 그중 아주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사람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극히 한정돼 있다.

막대한 다문화 관련 예산 집행은 당사자들한테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고 한다. 다문화언어강사, 통번역 교육 과정 등을 수료하거나 다양한 자격증을 아무리 많이 취득해도 취업과 잘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단기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천시의 경우 10년 이상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근무하면서 호봉제를 요구하던 이주여성이 최근 수탁기관이 바뀌면서 상급자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사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고 진정서를 제출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누구를 위한 다문화정책인가.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정부 예산을 축내는 집단으로 오해 받기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건전한 다문화 도시 조성을 위해서는 정부와 자치단체의 다문화 지원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다문화가정 당사자들을 정부와 지자체 정책의 수혜자로만 인식할 게 아니라 수요를 잘 파악하고 다문화 관련 사업의 실질적인 업무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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