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금석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정책기획실장
최근 독도를 둘러싸고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독도 방문과 과거사에 대한 일왕 사과 요구 발언이 이어지자, 이에 맞서 일본도 주한일본대사의 본국 소환과 귀임 조치를 내렸다. 그리고 급기야 의회 차원의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까지 요구하며 나섰다. 그야말로 외교전을 통한 영토전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대일강화조약’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 영유권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것은 1951년 9월 8일 대일강화조약 체결 이후이다. 그러나 당시 조약에는 일본이 영유권을 포기하는 한반도 섬 가운데 독도가 제외됐다. 대일강화조약 체결 직전인 8월 10일 딘 러스크 미 국무부 극동담당 차관보가 양유찬 당시 주미한국대사에게 보낸 이른바 러스크 서한에도 독도는 한반도의 영토가 아닌 일본 영토라고 적혀 있다.

패전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외교전을 펼쳐왔던 일본의 요구를 미국이 그대로 수용한 결과이다.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승만 정부는 실효성 없는 평화선 선언(이승만 라인) 발표에 만족해했다.

이와 같은 미일 제국주의 간의 밀약으로 우리 땅 독도에는 1952년과 1954년 두 차례에 걸쳐 일본인들의 불법 상륙이 자행됐다. 참으로 치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독도에 ‘시마네현 오키군 고카촌 다케시마’라는 내용이 적힌 기둥을 세우고 암벽에 일장기를 그려 넣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승만 정부는 1956년 12월 30일이 돼서야 독도에 우리 경찰을 파견했다.

박정희의 독도 밀약

이렇게 드러난 독도와 관련된 일본의 야욕은 한시도 중단되지 않았다. 일본은 1962년 한일 국교 정상화 논의 과정에서 독도를 폭파하자는 제의를 하기도 했다. 이에 박정희 정권은 “한일 두 나라는 독도를 각자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어느 일방이 다른 일방의 영유권 주장에 반론하는 경우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에 서명하고 말았다.(2011.5./ 노다니엘/ 독도밀약)

그리고 2005년에는 시마네현 의회에서 다케시마의 날을 정하는 조례를 제정하는가 하면 같은 해 발간된 방위백서에는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최근에는 ‘독도는 일본 땅, 위안부 성노예 주장은 거짓’이라는 주장이 적힌 나무말뚝을 식민시대의 상처가 고스란히 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정문 앞에 박는 테러를 자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나 사과를 할 의향이 전혀 없다. 일본은 독도 이외에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쿠릴열도(북방영토)를 둘러싸고 중국과 러시아와도 대립하고 있다. 이들은 심지어 평화헌법의 개정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이성이 마비된 채 과거 제국주의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극우적 흐름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청산되지 않은 친일이 현대사의 굴종 강요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 당시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를 만나 독도의 일본 땅 표기를 두고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홍역을 치른 바 있다.(위키리스크가 공개한 ‘2008년 7월 17일 작성된 미국 외교 문서’)

또한 얼마 전에는 국민과 국회의 동의 없이 한일(군사)정보협정을 추진하려다 엄청난 저항에 부딪혀 이를 미룬 바 있다. 정보협정 체결의 다음 수순은 군사협정 체결이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땅에 일본의 자위대가 상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뼛속까지 친일(?)인 대통령이 예견되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레 태도 변화를 보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러한 궁금증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둘러싼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임기 말 바닥으로 추락한 지지율 회복을 위한 극단적 정치쇼라는 비판에서부터 통치권자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이라는 목소리까지, 그 평가는 다양하다.

그러나 이제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냉철한 판단과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적전분열은 필패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 근대사에서 개혁을 위한 움직임이 수차례 시도됐다. 하지만 이 모든 시도가 외세와 그에 결탁한 세력에 의해 좌절됐다.

그리고 한반도 침략의 야욕을 가진 러시아와 일본이 벌인 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며 독도 침탈의 역사는 시작됐다. 그리고 청산되지 않은 친일은 또 다시 현대사의 굴종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독도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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