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발달 특성 무시, 초교 돌봄체계 미비” 지적
“긍정효과 기대 힘들고 세계 추세에도 안 맞아”
밀실·탁상행정 비판... 온라인 반대서명 10만 넘어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교육부가 이르면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개편안을 발표한 뒤, 인천에서도 학부모와 교원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단체들은 모두 조기취학 방침이 유아의 발달 과정과 특성을 무시한 제도이며, 탁상행정으로 내놓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전 브리핑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1년 당기는 방안을 발표했다. 2025년부터 입학연령을 3개월씩 앞당기기 시작해 4년 뒤인 2029년에는 모든 유아가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각 시·도 교육청이 이를 수용한다면 2024년부터 시범 실시하는 지역이 나올 수도 있다. 이에 학부모들이 모이는 인터넷 맘카페와 단톡방 등에서는 결사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교육부가 학교와 교육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지적이다.

하교 중인 초등학생들.
하교 중인 초등학생들.

평등교육학부모회 “경쟁교육 심화 학업 스트레스만 부추겨”

이에 지난달 31일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인천학부모회’는 성명을 발표하며 “돌봄 정책도 방치하면서 조기에 학업 스트레스를 부추기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15~20분이 지나면 집중력을 잃는 게 대부분인 만 5세 유아들이 40분 동안 초등학교 교실에 가만히 앉아 학습하기는 어렵다”며 “유치원은 오후까지 아이들을 봐주지만, 초등학교는 수업시간이 끝나면 학원으로 ‘뺑뺑이’ 돌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만 5세를 초기에 입학시키면 유아발달에 적합한 교육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수”라며 “자사고 존치 등 경쟁교육을 부추기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이를 추진한다면, 학생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증가와 학교생활 부적응 등의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교조 “인수위에도 없던 교육정책 경제논리만 따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또한 1일 발표한 성명에서 “만 5세 조기입학은 학교현장을 모르고 내놓은 탁상행정이며 밀실에서 급조한 정책”이라며 “유치원과 초교 1학년 교실을 하루만 겪어봐도 이 정책이 아이들의 발달단계를 도외시한 처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먼저 “이 정책 발표에 앞서 토론이나 국민적 합의가 없었다. 대통령 공약이나 인수위에서조차 들어본 적 없는 정책”이라며 “무엇보다 만 5세 초교 입학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연구는 미비하다”고 꼬집었다.

최근 진행된 만 5세 조기입학에 대한 관련 연구를 찾는다면, 정책 발표 3일 전인 지난달 25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아동 돌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방향 모색’ 이슈페이퍼가 있다.

이 문서 ‘K-학년제 도입의 쟁점과 전망’ 차례를 보면 “K-학년(만 5세)을 초등학교에 편제하는 것은 교육재정을 최소화할 방안”이라고 제시한다. 이를 두고 전교조 인천지부는 “유아 발달단계를 무시하고 경제적 논리로 편의성만 추구하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인천 초등학교 한 교실 모습.
인천 초등학교 한 교실 모습.

인천교총 “특정 시점에 한 학년 2배 늘면 어떡하나 ”

인천시교원단체총연합회 또한 1일 낸 보도자료에서 “유아 발달을 무시한 만 5세 초등학교 편입정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역대 정권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학제개편을 제안했다가 혼란만 초래하고 매번 무산됐다는 지적이다.

인천교총은 “현재도 개인 선택에 따라 초등학교 조기 입학이 허용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선택하지 않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유럽연합 33개국 중 초등 취학연령이 4세인 경우가 1개국, 5세 5개국, 6세 19개국이며 7세인 경우도 8개국에 달한다. 국제적 추세를 볼 때에도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제개편은 특정 시점의 학생이 2배까지 늘 수 있다는 점에서 대폭적인 교사 수급, 교실 확충과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며 “또한 해당 학생들은 추후 입시·취업 등 이해관계 충돌까지 빚어질 수 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역대 정부도 매번 학제개편을 제안했다가 혼란만 초래하고 무산된 바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주말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등 단체 36개는 지난 주말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를 구성했다. 이들은 앞으로 대통령실 앞에서 만 5세 초등 입학 추진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며 범국민 서명도 받을 예정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달 30일 오후부터 온라인으로 반대 서명을 받기 시작했으며, 서명 시작 3일 만인 1일 오전 9시 30분 기준 10만5290명이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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