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반도 시모어 섬, 2020년 전례없는 15.5도 기록
'푄 현상'이 원인... "남극 이상 고온 현상 계속 관측"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인천 소재 극지연구소(소장 강성호)가 2020년 남극 반도에서 발생한 이상 고온 현상의 원인을 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남극반도 시모어 섬(Seymour Island)에 위치한 아르헨티나 마람비오기지는 2020년 2월 9일 해당 지점의 기온이 15.5도인 것을 관측했다. 이는 지난 40년간 평균 기온(0.9도)보다 14.6도가 높은 수치다.

극지연구소 김성중 박사 연구팀은 시모어 섬의 극단적인 고온 현상이 푄(Foehn)현상 때문에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푄 현상은 바람이 산맥을 가로지를 때 산등성이를 넘어 하강하면서 고온건조해지는 현상이다.

남극반도가 위치한 남위 60~65도 지역은 강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서풍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이 바람이 남극반도에서 남-북 방향으로 펼쳐진 산맥을 지나면서 푄 현상을 만들고 시모어 섬이 있는 남극반도 북동쪽에 고온 현상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팀은 당시 남극반도 동쪽에서 약한 바람을 타고 열이 공급됐고, 전례없는 고온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남극반도 시모어 섬 마람비오기지가 관측한 일 최고기온 편차 그래프.(사진제공 극지연구소)
남극반도 시모어 섬 마람비오기지가 관측한 일 최고기온 편차 그래프.(사진제공 극지연구소)

이로 인해 이 시기 서남극 전체에 극단적인 온난화가 발생했다. 해당 지점에서 북서쪽으로 250km 떨어진 세종과학기지는 푄 현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날 2월 평균보다 높은 8.3도가 관측됐다.

사흘 전인 2020년 2월 6일엔 남극반도 북동쪽 아르헨티나 에스페란자 기지가 18.3도를 관측했다. 이는 남극 기상관측 사상 최고 기온으로 인정받은 수치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환경과학(Frontiers in Environmental Science) 특별호에 지난 5월 31일 게재됐다.

이외 국내 남극과학기지들도 올해 남극의 이상 고온 현상을 계속 관측하고 있다. 세종과학기지는 지난 2월 7일 13.9도를, 장보고기지는 지난 3월 18일 8.8도를 관측했다. 특히, 장보고기지는 올해 처음으로 3월에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간 것을 관측했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대기연구본부장은 “남극의 이상 고온 현상 출현 빈도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같은 현상이 지구온난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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