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그랬냐는 듯, 폭염이 물러갔다. 아직도 한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살갗에 와 닿는 바람이 이전과 다르다. 가을로 향하는 이 바람과 함께 ‘독서바람’이 부평에 불어오고 있어 더욱 기분이 좋다.

‘2012 책 읽는 부평, 행복한 북펀(Book Fun)’의 시작을 알리는 선포식이 오는 17일 부평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이는 부평을 책 읽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민과 관이 함께 진행하는 범시민 독서운동이다. 책 한 권을 선정해 부평 주민들이 함께 읽고, 그 소감과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의 작은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을 거점으로 토론과 다양한 문화행사도 펼친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책읽는부평’ 추진협의회와 실무협의체를 꾸렸다. 추진협의회에는 구와 구의회,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지역 언론사, 부평구문화재단, 시민단체 등이 함께 하고 있다.

추진협의회는 부평 주민들이 함께 읽을 책 한 권을 선정하기 위해 먼저 후보도서 네 권을 정했고, 12일 동안 온ㆍ오프라인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도서 선정 단계부터 주민들의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투표에 8442명이 참가했고, 이 중 3134명이 선택한 ‘거북이는 왜 달리기경주를 했을까(김경집 외 | 꿈결출판사)’가 선정됐다.

‘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는 청소년들이 인문학의 재미와 감동을 깨닫고 세상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매해 개최한 청소년 인문학 강연을 엮어낸 책이다.
‘청소년과 인문학의 만남’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한 권에 담은 이 책은 자칫 지루하고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인문학을 윤리ㆍ문학ㆍ철학ㆍ과학ㆍ역사ㆍ예술 등 여덟 가지 주제별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는 청소년들에게,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 ‘무엇을 꿈꾸고 희망해야 하는지’ 등 스스로 질문하고 저마다의 해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청소년이 아니어도 좋다. 진정한 의미의 정의와 윤리를 생각하고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불공정의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한 도시 한 책 읽기’운동은 이미 여러 도시에서 전개되고 있다. 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서산시와 원주시가 2003년, 2004년부터 지금까지 이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 운동의 목적은 단순히 독서문화를 확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 도시의 구성원들이 같은 책 한 권을 읽음으로써 서로 소통할 수 있고, 그를 통해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둔다.

살기 좋은 도시는 좋은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라고 했다. 건강한 가치를 지향하고 그 가치 실현을 위해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살기 좋은 도시를 빨리 만들 수 있다. 때문에 이 운동의 성패는 부평 주민들에게 달려 있다.

‘책 읽는 부평’운동으로 부평의 가을이 더욱 풍성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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