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실태조사 참가자 4021명 중 43.8% "일터에 휴게시설 없어"
산업안전보건법 휴게시설 개정안 2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

인천투데이=김지문 기자│민주노총 인천본부(이인화 본부장)가 21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지방자치단체 13곳의 휴게시설 실태조사를 공개했다.

민주노총 인천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열악한 노동환경과 미비한 휴게시설을 지적했다. 노조는 휴게시설 부족 해결책으로 산업단지 공용 휴게시설 마련, 20인 미만 사업장 휴게실 설치 의무화 등을 제시했다.

20일 민주노총 인천본부가 시청 앞에서 휴게시설 실태조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일 민주노총 인천본부가 시청 앞에서 휴게시설 실태조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 사업장 약 40% 노동자 휴게공간 없어

민주노총은 지난 4월부터 국내 산업단지 13개를 대상으로 휴게시설, 복지시설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실태조사에 응한 노동자 4021명 가운데 43.8%인 1762명이 휴게실이 없는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민주노총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저임금 사업장일수록, 고용된 노동자가 적은 사업장일수록 휴게실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인천의 경우 실태조사에 참가한 노동자 307명 중 39.1%인 120명이 휴게시설 없는 일터에서 일한다고 답했다. 실태조사 참가자 중 2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93명이다. 이중 65.6%인 61명이 휴게시설이 전무한 일터에서 일했다. 

공공연대노조 인천본부 이주남 본부장은 “같은 자료에서 휴게실이 있는 경우 저임금,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휴게실 이용 빈도가 다른 노동자들보다 더 높다”며 “꼭 휴게실이 필요한 노동자에게 휴게공간이 없는 현실을 방증한다”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2021년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고 올해 8월 18일부터 사업장 휴게실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휴게실 설치 의무를 20인 이상 사업장에 한정했다.

이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휴게시설 부족 문제를 가장 크게 겪고 있는 2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쿠팡4센터 휴게시설 (사진제공 민주노총)
쿠팡4센터 휴게시설 (사진제공 민주노총)

휴게공간 있어도 시설 열악·부실 운영 많아

휴게공간이 있음에도 부실하거나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사업장들도 있다.

플랜트건설노동조합 경인지부 송흥재 지부장은 “5300여명이 일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건설현장에 있는 휴게공간은 공터에 배치된 의자 700개가 전부다”며 “노조가 열악한 휴게시설을 언론에 공개한 이후 사측이 의자 200개를 더 배치했다. 하지만 아직도 4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의자가 없어 휴게시간에 아스팔트에 누워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ㆍ[관련기사] 플랜트건설노조, "삼성바이오 송도 건설현장 노동환경 열악"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최효 부분회장은 “물류센터 노동환경과 휴게시설을 개선해달라는 요구를 하자 사측은 계약 연장 종료 통보로 답했다”며 “100여명이 일하는 인천 쿠팡4센터의 휴게실은 8명 남짓 들어가는 천막이 전부고, 그마저도 일부러 관리자 데스크 옆에 세워 눈치를 준다”고 말했다.

최 부분회장은 "노동환경 개선, 휴게시설 마련과 함께 휴게시간이 보장받을 수 있는 사업장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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