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나현 서울시립동작청소년성문화센터장

윤나현 서울시립동작청소년성문화센터장
윤나현 서울시립동작청소년성문화센터장

대면 수업과 외부 활동 재개로 학교와 청소년기관 등 여기저기서 활력을 되찾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멈췄던 행사들이 열리고 미뤘던 만남들이 이뤄지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성문화센터 체험관에서도 최근 초등학교 4~6학년 대상 다회기 성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시기 성교육 내용은 주로 사춘기 몸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면서 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보통 청소년들은 호르몬으로 인한 신체 변화에 관심이 크다. 처음에는 생식기·성기 자료에 부끄러워하거나 불편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곤 한다. 그리고 차츰 성에 대한 궁금증을 솔직하게 드러내놓는다.

그런데 최근 교육에선 이전과 다른 난관이 발생하고 있다. 생식기·성기의 변화를 다루던 중 음경, 음순, 고환 등 한자어로 된 신체 명칭을 사용하면 뜻에 대한 질문이 너무 많이 나오는 것이다. 이전에도 이런 질문들은 있었지만, 명칭을 들어봤다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하나의 사례를 더 살펴보자. 최근 진행한 초등학생 대상 디지털 성폭력 예방 교육에서 학생들이 ‘알몸’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일이 벌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흔한 단어들을 이해하지 못해 이를 설명하느라 수업 시간이 매우 부족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의 원일을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하던 중, 청소년들이 지난 2년간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해 어휘력이 약하고 다양한 관계를 통한 소통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여러 경로로 지식과 정보를 접하고 일부 수용하고 있지만, 이를 일상과 연결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했다.

청소년기는 몸과 마음이 함께 자라면서 세상과 자신에게 질문하기 시작하고 스스로 답을 만들어 나가는 시기이다. 이 과정에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자기 삶의 힘이 되는 자존감을 형성하게 된다. 여기서 성은 매우 중요한 주제이며 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교육이 필수이다.

성은 ‘크면 자연스럽게 알게 돼’ ‘괜한 호기심을 부추기는 거 아냐’라고 차일피일 미루기에 적절한 영역이 아니다. 성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미루는 사이, 잘못된 정보를 가진 채 성인이 된다. 그리고 이미 온라인에선 호기심을 이용해 자극적이고 폭력적으로 성을 묘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와 양육자들의 불안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모두가 성에 대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청소년이 검증되지 않은 여러 경로와 콘텐츠로 이미 성과 관련한 지식과 태도를 습득하고 있는 상태에서 교사와 양육자의 불안은 현실이 되고, 급하게 교육을 문의하는 경우도 많다.

답답한 현실에서 기댈 것은 결국 학교 성교육이다. 하지만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가 2020년 초등학생 142명, 중·고등학생 76명, 성인 395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 8.6%, 중·고등학생 41.6%, 성인 70.1%가 ‘학교 성교육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기존의 학교 성교육이 실제론 도움이 안 되고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데 대다수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2018년 유네스코가 발간한 ‘국제 성교육 가이드라인(CSE)’은 성교육을 인간의 생애에서 성과 관련한 모든 경험을 포괄하는 교육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즉, 성교육은 아동과 청소년들이 자신의 건강을 챙기고, 자신의 존엄성을 인식하며, 자신의 권리에 대한 이해를 높여 자기존중에 기반 한 사회적, 성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성교육이다. 단 몇 시간 성교육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잘못된 정보로 청소년들은 혼란을 겪고 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

그리고 지난 2년여에 걸친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관계 영향이 성교육 현장에서 여러 차례 포착되고 있다. 이제 더 미룰 수 없다. 지금이 포괄적 성교육(CSE)으로 전환을 적극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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