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경 인천여성회 회장

손보경 인천여성회 회장
손보경 인천여성회 회장

인천투데이|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같았다. 사람들과 제약 없이 만나 웃고 떠들 수 있는 날이 다시 올까 싶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세상을 2년 넘게 가뒀다.

그러나 서서히 희망이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제한된 모임이나 행사가 열리기 시작했다. 조심스럽지만 반가운 일이다.

퀴어문화축제도 열린다. 2000년 시작한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올해로 23회를 맞이한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대구‧제주‧인천 등 시·도 10곳에서 매해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오는 7월 퀴어퍼레이드를 비롯한 행사를 열기 위해 서울시에 서울광장 사용신청서를 제출했고, 서울시는 이를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했다.

신청서를 제출한 지 두 달이 지난 6월 15일, 열린광장운영위는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수정 가결했다. 조직위가 신청한 사용 기간은 7월 12일부터 17일까지 6일이었는데 7월 16일 하루만 사용하게 했다.

신체 과다 노출과 ‘청소년보호법’으로 금지된 유해 음란물 판매·전시를 하지 않는 조건도 달았다. 이에 조직위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고제인 서울광장 사용을 성 소수자 행사에만 허가제로 집행하려는 서울시의 명백한 차별적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차별금지법안이 2007년부터 꾸준히 발의됐으나 제정은 아직도 요원하다. 2020년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다시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심사도 되지 않은 채 계류돼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46일간 단식농성을 하던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활동가 ‘미류’와 ‘종걸’의 단식농성 중단 기자회견이 지난 5월 26일 국회 앞에서 열렸다.

이들은 성별과 장애 유무,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을 국회의 원 구성이 바뀌기 전에 심사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 개최 요구도 거부했고,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논의와 심사를 시작하라는 요구에도 답변기한인 5월 25일 정오까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결국 ‘차별금지법 제정까지 끝까지 투쟁한다’라는 기자회견으로 이들의 단식농성은 마무리됐다.

6월 1일 제8회 지방선거에서 성 소수자 구의원이 탄생했다. 서울 마포구의 차해영 당선인이다. 성 소수자가 선출직 의원에 당선된 것은 국내 선거 역사상 처음이다.

차 당선인은 선거일 이전 언론매체에 자신을 레즈비언, 바이 섹슈얼(양성애 지향)이라고 커밍아웃(coming out)했다. 성 소수자의 지방의회 입성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변화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인천에서도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 개최를 위한 조직위원회가 구성되고 있다. 2018년 동인천북광장에서 열린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는 ‘반대 세력’으로 축제의 장이 아닌 혐오의 장으로 바뀌었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았다.

올해 인천퀴어문화축제는 열린 공간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축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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