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여의도‧송도) 대표 변호사

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 대표 변호사
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 대표 변호사

인천투데이ㅣ지난 6월 1일 제8회 전국 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7장을 들고, 누군지도 잘 모르는 이름을 향해 기표해야 했던 고통의 시간이 끝이 났다. 20대 대선과 불과 3개월 차이로 붙어 있던 선거여서, 지방선거라기 보단 대선 연장전 같은 선거였다.

대선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계열 후보가 대거 당선됐다. 다만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김동연 후보가 신승하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대승을 거뒀음에도, 민주당 구청장 후보 25명 중 8명이 당선됐다. 민주당이 일어설 실마리는 남겨둔 셈이다.

이번 지방선거에도 후보자의 선거현수막이나 공약집은 대통령 혹은 유력 정치인과 함께 악수하는 사진으로 넘쳐났다. 하지만 이름만 가리고 보면, 어느 쪽의 공약집이든 상관없이 좋을 내용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기 어려웠던,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되는 숫자 몇 개를 상기해 보자.

35만명. 국내 결식아동과 청소년의 숫자이다. 2015년 보건복지부의 공식 통계상의 숫자가 그러하고, 시민사회단체나 다른 통계를 통해 추산해 보면 상시결식 아동은 약 6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방학 중일 땐 결식지원카드를 받아 수도권의 경우 7000원 한도의 음식을 지정된 장소에서 사먹을 수 있다. 그 장소는 대부분 편의점이다. 아이들은 편의점에 가서, 그렇게 한 끼를 때우며 산다.

650만명. 국내 노인들의 숫자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중위소득에 못 미치는 빈곤 상태다. 이들 중 폐지를 주워 생계를 꾸리는 노인은 200만명으로 추산된다.

폐지 중 그나마 값이 높다는 신문지가 1kg에 100원, 박스 골판지는 80원 한다. 하루 5000원 벌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한 달 내 주워도 10만원을 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터에서 일하다가 일 년에 사망하는 숫자는 2020명이다(2019년 기준). 이글에 인용한 위 숫자들은 모두, 정은정 작가의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한티재 출간)’에서 인용했다.

대선이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정의당이 패배했다고 평가한다. 민주당이나 정의당의 역할은 사실 역사적으로 정해져 있다. 성장을 향해 무섭게 달려가는 사회에서, 배제되는 이들을 살펴 두루두루 고루고루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선거 이후에 해야 할 일은, 정은정 작가가 따뜻하게 누빈 현장의 숫자들을 다시 가슴에 새기는 일이다. 지금의 양극화를 잉태한 첫 지점, 1998년 IMF 경제불황과 그 후의 한국 경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 ‘사회에서 배제되는 이들을 살피는 일’의 임무를 자임하고 2000년 16대 국회의원 총선거부터 본격적으로 국회에 입성한 이른바 ‘586’세대가, 양극화의 저지를 위한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고 있었는지를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

국민은 대선과 지방선거로 민주당을 엄하게 꾸짖고 심판했다. 그것은 배제된 이들을 살피는 진정성 보다 ‘검수완박’ 혹은 ‘반일감정’등으로 알맹이 없는 개혁을 부르짖는 것에 대한 회초리로 읽어야 한다. 김포공항이 인천공항으로 이전한들 과연 저 숫자가 줄어들까.

개혁과 민주화운동의 대표자라는 ‘겉모습’ 말고, 양극화를 상징하는 저 숫자를 실제로 줄여 나갈 구체적인 개혁, 물러서지 않는 단호함을, 국민들은 배반의 가슴 속에서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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