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이 추천하는 책들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이하 책따세)’이 2012년 여름방학 청소년 추천도서 목록을 발표했다.

책따세(http://www.readread.or.kr)는 독서의 가치에 깊이 공감하는 교사들이 1998년에 모여 활동하다 2007년부터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활동 폭을 넓힌 독서문화 시민단체이다. 올해 7월 현재 교사, 학생과 학부모, 일반시민 등 80명 정도가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온라인 회원이 약 6만명 정도에 달한다.

책따세는 올해 여름방학 추천도서 목록을 발표하며 “추천 목록을 발표할 때마다 무언가 빠지지 않았나, 목록 검토진들은 항상 아쉬워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망울을 떠올리며 책을 신중하게 고르고 고른 우리들의 진정성을 같이 공감하고 이 목록이 널리 활용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추천도서 목록을 분야별로 나눈 것이다. 책따세 회원 교사와 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추천 평을 지면관계상 다 싣지 못하고 간추렸다.

■ 문학 - 11종

갑신년의 세 친구 | 안소영 지음 | 창비 | 고1부터

오래 전 ‘책만 보는 바보’를 통해 역사의 거친 숨결을 올곧게 글로 풀어놓았던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도 거친 역사에 대한 숨고르기를 한다. ‘책만 보는 바보’에서 김득신에게 보여주었던 한없는 애정이 이 책에서는 김옥균에게로 향한다. 사실상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김옥균의 일본 망명, 상하이에서의 처참한 최후는 역사책에서는 잘 알 수 없었던 내용으로 작가의 애정이 살려 놓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주요 인물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엄청난 양의 참고문헌은 덤이라고 보기에는 아주 큰 선물이다.

개같은 날은 없다 |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고1부터

형제가 있는 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형제관계는 축소된 부모다. 문제는, 형은 어른이 아니라는 것이다. 몇 년 먼저 태어난 죄로 받아들이기에는 부모의 두 역할에다가 형의 역할, 그리고 아이로서의 욕구까지 너무 많은 인격이 뒤섞인 상태가 된다. 그러면 형만 불쌍할까? 형도 어린아이기 때문에 억눌린 욕구와 상처는 폭력으로 나타난다. 게다가 부모 입장에서는, 특히 이 책의 형제처럼 엄마가 갑자기 죽으면 형은 동생에게 더 중요한 존재가 된다.

그래서 웬만한 폭력은 묵인된다. 결국 동생도 불쌍하다. 이 책에는 한창 폭력에 노출된 동생, 중3 남강민과 어렸을 때 오빠에게 폭력에 노출된 후 어른이 돼서도 폭식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23세 최미나가 등장한다.

전혀 교집합이 없던 두 사람은, 강민이 애완견 찡코를 죽이는 일이 벌어지고, 미나가 우연히 본 찡코의 사진으로 둘은 연결된다. 그리고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로 찡코와 교감하려는 시도를 통해 서로가 같은 상처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동질감에 의해 상처가 치유돼 간다.

나는 부모와 이혼했다 | 라헬 하우스파터 지음, 이선한 옮김 | 큰북작은북 | 중2부터

주인공 ‘나’의 부모님은 주인공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혼한다. 이혼은, 물론 부모에게도 고통스런 일이었지만 ‘나’에게는 더 큰 상처와 아픔을 남겼다. 그리고 주인공 ‘나’는 엄마, 아빠와의 조용한 이혼을 마침내 결심하게 된다.

오늘날 가족 해체 현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흔하게 일어난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도 현대화, 산업화 되는 과정 속에서 가정의 울타리가 깨어지고 각자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가족은 정말 필요하지 않은 걸까? 이 책은 가정의 소중함과 세상에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난 아프지 않아 | 이병승 외 지음 | 북멘토 | 중3부터

학교폭력, 왕따, 자살…. 언론에 매일같이 오르내리는 단어들이다. 이 책은 청소년들의 이런 사회적 현실을 다양한 시각에서 반영한 단편 모음집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난 아프지 않아’는 섬뜩한 반전에 마음이 서늘해진다. 학교폭력과 왕따라는 현실을 선과 악으로 단순히 구분 짓기보다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탈북 청소년이 우리 사회에서 느끼는 이질감을 다룬 ‘열하 일기’는 멀게만 느껴졌을 탈북 청소년들의 삶을 가깝게 느낄 수 있다.

‘고양이를 보았다’는 가출 청소년들의 차갑고 피폐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명령’은 5.18 광주민주항쟁 당시 눈앞에서 친구를 잃은 선생님의 이야기이다. 늦게나마 진실을 찾아 떠나기 전 학생들에게 명령을 내린 자와 아무 생각 없이 명령을 따른 자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있다. 그밖에도 해외 입양아의 뿌리 찾기, 청소년의 꿈 찾기 등 다양한 주제를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

다이어트 학교 | 김혜정 지음 | 자음과 모음 | 중2부터

주홍희, 중학교 2학년 여학생, 현재 몸무게 79kg, 목표 체중 64kg.

홍희는 더 이상 ‘돼지’라고 놀림 받는 것이 싫어서 ‘마주리 다이어트 학교’에 입소한다. 그녀가 처음 받은 충격은 바로, 1000kcal를 소모하면 1kg이 감량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7700kcal를 소모해야 1kg이 빠진단다.

텔레비전에서 많은 다이어트 관련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항상 다이어트 성공 후에는 비키니나 딱 붙는 옷을 입고 등장한다. 현재의 내 몸에 만족하고, 내 몸을 사랑하면 안 되는가? 이 책은 이런 세태를 마주리 원장과 새미언니, 다이어트 학교의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다.

방관자 | 제임스 프렐러 지음, 김상우 옮김 | 미래인 | 고1부터

학교폭력에 대한 소설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학교폭력문제가 심해지면서 사회가 멍들고 있다. 아이들은 계속 자살하고 있는데, 사회는 침묵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폭력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이 책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방관자의 도덕적 딜레마를 다룬 작품이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폭로하는 것을 넘어, 그러한 갈등 상황에서 방관자가 된 주인공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방관자’가 곧 다음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전한다. 또한 학교폭력과 왕따의 가장 무서운 적은 침묵과 방관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별소년 쌍식이 | 최지혜 지음, 박레지나 그림 | 글로연 | 중1부터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불편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으로 인해 친구도 없이 놀림을 당하며 살아야하다니, 왜 사람들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나의 아픔을 놀림거리로 삼을까? 열다섯 살, 늘 혼자이던 쌍식이에게도 사춘기가 찾아오고, 다행히 쌍식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여자 친구 미현이도 생겼다. 명절마다 내려오는 미현이와의 짧은 만남, 쌍식이는 명절만 바라보며 1년을 보낸다.

이 책 속 그림은 만화나 영화처럼 구체적인 장면 하나하나를 그려놓지 않았다. 몇 줄 안 되는 글과 함께 그려진 그림들은 마음으로 읽어야한다. 조용한 곳에서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어느 새 쌍식이의 들리지 않는 세상에 들어가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는 소리를 함께 듣게 될 것이다.

열여덟 너의 존재감 | 박수현 지음 | 르네상스 | 중1부터

카리스마에 아름다운 외모만이 아닌 스무 살에 딸을 낳은 철부지 엄마까지 가진 이순정, 팔랑거리고 다니지만 엄마 아빠의 악다구니 속에서 마음이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강이지, 있는 듯 없는 듯 병풍 같은 삶을 당연하게 생각해 온 김예리. 이 아이들이 스스로의 마음을 써내려가면서 서로의 마음을 읽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쿨샘과 함께 서로를 위로하고 자신을 치유해 간다.

당장 괴로워 죽을 것 같다가도 마음을 써내려가다 보면 힘든 이 시간이 강물 흘러가듯 흘러가버리고, 조금은 단단해진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다.

원예반 소년들 | 우오즈미 나오코 지음, 오근영 옮김 | 양철북 | 중2부터

이 책의 주인공 3명은 각기 다른 상처를 가지고 있다. 성실한 모범생인 다쓰야는 초등학교 시절 시비 거는 친구를 피하기 위해 어리숙한 친구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다.

옷차림부터 껄렁한 오와다는 중학교 때 불량소년이었던 과거에서 벗어나려고 애쓰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어린 시절 집단 괴롭힘의 상처로 머리에 상자를 쓰고 등교하는 쇼지는 세상과 소통하기를 두려워한다.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전혀 공통점이 없는 세 사람은 우연히 학교 뒤편의 화원을 가꾸는 원예반 활동을 함께 하며 친구가 된다. 작은 씨앗들이 싹을 틔워 꽃을 피우는 과정을 바라보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어 안으며 우정을 키운다.

첫키스는 사과 맛이야1 | 고운기 지음, 금동원 그림 | 다산북스 | 고1부터

“시 읽기는 스무고개야. 시인이 여기저기 숨겨 놓은 힌트들을 찾아가다보면 보물을 찾을 수 있어”라고 하면 아이들은 그런 보물 필요 없다고 한다.

“시인은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의 더듬이를 열 개는 더 가지고 있단다. 그러니 우리가 보고도 그냥 넘기는 것들을 의미 있는 말들로, 그림을 그리듯 풀어내줄 수 있지”라고 하면, 그저 ‘더듬이’라는 말에 킥킥거리고 웃기 일쑤다.

아마도 수업시간에 배우는 시들이 저들의 삶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이들은 저희 또래가 지은 시들이나 감정이 흘러넘치고 달콤한 노랫말들에 꽂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달달하지는 않지만, 향기를 머금은 시들을 선물하고자 한다. 이 시들이 이팔청춘 열여섯의 고비를 씩씩하게 걸어가는 힘이 됐으면 한다.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시들을 엮어내고, 꿈꾸는 듯한 그림들을 곁들인 시들을 곱씹고 되뇌어가며 읽어보길 바란다.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 이현주 지음 | 작은것이 아름답다 | 중1부터

아이들은 정말 알고 싶은 게 많은데 그 궁금증을 조근 조근 풀어줄 푸근한 어른을 만나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어쩌다 한 수 가르침을 받게 되더라도 공자왈맹자왈 하여 피부에 와 닿지 않고 기성의 고정관념에 편승하는 정도이다.

이 책에서는 그렇지 않다. 두서없이 물어대는 순진한 손자를 대하듯 아무 권위도 내세우지 않고 당신이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쉽게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있다. 때로는 당신도 잘 모르겠다고 하며 생활 속에서 느낀 바를 예로 들어가며 함께 답을 찾아보자고 이끌어간다.

‘나’ ‘너’ ‘우리’의 세 부분으로 나눠 개개인이 속으로 갈등하는 문제나 서로의 관계에서 접하게 되는 어려움, 또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까지 일깨워가며 어린 청소년들이 한번쯤은 집고 넘어가야할 문제들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조언을 아끼지 않은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 인문·예술 - 10종

나의 서양음악 순례 |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 | 창비 | 고2부터

이 책은 서양고전음악을 안내하는 입문서가 아니다. 서양고전음악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떠돌며 살아온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서양고전음악은 단순히 취미나 교양의 차원에서 이야기되지 않는다. 저자가 말한 바대로 이 순례기는 ‘음악이라는 거울에 비친 나 자신에 관해 이야기 한 것’이다.

가난한 재일교포 가정에서 성장한 저자에게 서양고전음악은 열등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기도 하고, 아내이자 동료이기도 한 F와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대화거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저자는 서양고전음악의 세계를 순례하며 경계인인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 김종배 지음 | 쌤앤파커스 | 고2부터

대학생 시절, 아버지와 토론을 벌인 기억이 난다. 토론 주제는 ‘신문 기사는 과연 객관적인가?’였다. 아버지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객관적 사실이 존재한다는 입장이었고, 나는 그 주장을 반박했다. 나는 객관은 없고 다수의 주관만 있을 뿐이라는 궤변에 가까운 논리를 내세웠다.

이제 시간이 흘러 교사가 된 내가 학생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가 매일 보는 뉴스는 과연 객관적일까?’ 시사평론가 김종배가 쓴 책,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는 뉴스의 독법을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뉴스는 객관적인 현실세계가 아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뉴스는 언론이 취사선택한 사실을 바탕으로 쓴다는 것이다. 필자는 언론이 먼저 특정한 관점을 세우고, 그에 맞게 여러 사실을 구성하고 배열한다고 말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 와이즈베리 | 고1부터

마이클 샌델이 ‘정의란 무엇인가’를 저술하게 된 이유가 이 책에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물신화의 늪에 빠져 정의의 기준이 갈수록 퇴락해가는 미국 사회의 온갖 모습들이 소개된다.

상식적인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서 인용되는 사례를 보고 현대 자본주의의 물신화와 배금주의가 인간 삶의 본질적 영역을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지 새삼 절감하게 될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믿는 샌델의 반론이 날카롭고 신랄하다. 어쩔 수 없는 곤궁에 빠져 자기 신체의 일부를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어찌 선택의 자유인가? 과도하게 우리들의 눈, 귀를 향해 날아오는 광고들이 어째서 사생활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란 말인가? 경제적 효율성을 중시한다면서 왜 우리는 선물을 현금으로 주기를 꺼려하는가? 정말 인간은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존재인가?

무엇보다 인간의 명예와 긍지, 헌신과 사랑의 의미가 담겨있는 행위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다, 만약 이것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으로만 생각한다면, 그 행위의 가치는 부패하거나 타락할 수밖에 없다고 샌델은 엄중히 경고한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세계 지리 이야기 | 조지욱 지음 | 사계절 | 중2부터

이 책의 저자는 지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라고 했다. 마치 말씀 잘 하고 재미있는 선생님이 지리에 관한 모든 것을 내 앞에서 아기자기하게 설명해 주시는 것처럼 문장도 술술 잘 넘어 갔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책을 고를 때는 교과서 공부에 도움이 되는지를 많이 따져보는 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부분들이 특히 관심을 끌었다.

이 책은 자연 현상 말고도 인구 이동이나 인종 분포 같은 것도 재미있게 쓰여 있다. 아프리카 지도를 훑어보니 경선과 위선을 중심으로 갈라진 것이 많이 눈에 띄는데, 이는 유럽 지배자들이 그들의 이익을 더 강조하기 위해 서로 나누어버린 것이란다. 이 책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내용이 많다.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 토마스게이건 지음, 한상연 옮김 | 부키 | 고1부터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현재까지 이 지구촌에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과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었던 독일을 비교 분석한 책이다. 저자인 토머스 게이건은 무한경쟁의 미국과 여유만만 독일을 비교하면서 미국식 민주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풀어간다.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주말에도 허리가 휘도록 일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미국보다 소득은 적을지라도 여유롭게 즐기고 다양한 복지 혜택을 누리는 사회민주주의 유럽이야말로 살만한 곳이 아닐까?’라고 한 옮긴이의 글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제는 독일과 같이 많은 성장을 하였지만, 우리의 삶은 독일처럼 풍요와 여유는 없고,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으로 미국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미국과 독일 중 어느 나라를 우리의 모델로 삼아야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세계철학 백과사전 - 만화보다 더 재미있는 철학 이야기 | 샤를르 페팽 지음, 쥘 그림, 이나무 옮김 | 이숲 | 고2부터

철학을 이해하기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해하기 어려운 데다가 철학을 배워도 써먹을 데가 없다고 생각하면 철학 서적을 덮어 버리기 쉽다. 이 책은 철학 서적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도전해볼 수 있는 책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 사상들을 만화로 쉽게 표현해 거부감을 확 줄였다. 그러나 만화에 심오한 뜻이 담겨있고, 그것을 이해하려면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과 동양 철학의 근간을 이룬 공자, 장자에서부터 근대 철학, 포스트모던 철학에 이르기까지 철학자 58명의 주장과 전문교육기관 2개를 소개하고 있다.

오늘날처럼 급변하는 사회에서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지난 3000년의 인류 역사 동안 현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디에 가치를 두었는지 살펴보는 일은 ‘자기 철학’을 세우는 데 더 없이 중요하다.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 장영희 지음 | 예담 | 중3부터

고(故) 장영희 교수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강의했던 내용을 녹취해서 정리한 책이다. 장영희 교수는, 문학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가르쳐준다고 말한다.

한 재벌 총수가 죽기 직전 아들에게 남긴 말 “너하고 사랑을 나누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를 인용하면서 정말 풍요로운 삶이란 돈이나 명예의 부유함이 아니라 사랑의 관계에서 비롯됨을 말할 때 독자는 부끄러워진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부유해질 것인가’를 가르쳐왔다. 이 책은 문학과 삶의 관계를 성찰하게 해준다. ‘문학’이나 ‘삶’이나 얼마나 거창한 단어들인가?

그러나 장영희 교수는 쉽고 따뜻한 언어로 그것들을 그려내 간다.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내는 거장의 글쓰기와 강의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큰 매력이다.

위즈덤 시리즈 4권(라이프, 아이디어, 피스, 러브) | 앤드루 저커먼 지음, 이경희 옮김 | 샘터 | 고1부터

이런 종류의 책도 있을 수 있을까? 한 쪽에는 아직 살아 있는 저명인사들의 사진이, 또 한 쪽에는 그들이 남긴 몇 마디의 말들로만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게 채워진 사진첩이라니.

이 책을 위해 사진작가 앤드루 저커먼이 고른 50여명의 인물들은 작가, 디자이너, 배우, 음악가에서 정치인, 기업인, 종교 지도자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그가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 칠팔십을 훨씬 넘은 늙은 명사들의, 그것도 화장기가 전혀 없는 맨얼굴이라는 점. 요즘처럼 외모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노인들의 생생한 얼굴을 담았으니 용기 있는 책이라고 불러야 할까?

그런데 웬일, 별 생각 없이 띄엄띄엄 펼쳐 볼 때마다 이 책 왠지 모르게 당기는 맛이 있다. 무엇보다 한때 남부럽지 않은 명성을 누렸을 사진 속 인물들의 눈빛부터 심상치 않다. 깊게 파인 주름과 쳐진 눈매, 젊었을 때 형형하게 쏘아 보던 그 눈빛이 이제는 물기 어린 연한 눈빛으로 변해 있다. 그런데 왠지 만만치 않다는 느낌이 드는 건, 그들의 눈이 오랫동안 숙성한 지혜의 창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자, 이제 처음에는 평범하게 읽혔던 아래의 몇 마디 말들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보기 바란다. 그 평범성 속에서 삶의 무게가 담긴 지혜를 건져낼 수 있을 것이다.

착한 것이 살아남는 경제의 숨겨진 법칙 | 정태인 지음 | 상상너머 | 고2부터

저자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모든 경제 활동을 단순화하는 해석에 반대한다. 이 오래된 경제학 이론의 바탕에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네 이익을 추구해라’라는 신념이 존재한다.

나의 이익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손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재의 시장 경제는 다른 사람의 이익까지 생각할 수 없도록 만든다. 이처럼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경쟁하다보면 이익을 독점하는 사람과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는 일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익을 추구하는 우리는 모두 이기적인 사람들인가? 저자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사회에서 일어나는 딜레마를 제시한다.

처음 읽는 서양미술사 | 기무라 다이지 지음, 박현정 옮김 | 휴먼아트 | 중3부터

이 책은 그림을 ‘보기’ 시작한 사람들을 위한 첫 서양미술사가 아닌 ‘읽기’ 시작한 사람들을 위한 첫 서양미술사라 할 수 있다. 사실 서양미술사를 안내하는 책은 굉장히 많다. 다소 딱딱하지만 굉장한 권위를 오랫동안 누리고 있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말랑말랑하기로 유명한 최승규의 ‘한 권으로 보는 서양미술사 100장면’ 등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책이다.

하지만 대체로 서양미술들을 ‘보기’ 위한 책들이다. 이 책만큼 위대한 미술 작품의 탄생 배경을 역사, 철학, 경제적 관점으로 ‘읽는’ 책이다. 이 책은 그래서 미술 작품에 대한 감성적 접근보다는 지성적 접근을 강조한다.

큐피드 같은 천사들에게도 등급이 있다는 것을 아는지? 그렇다. 아홉 등급이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엔젤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존재하는 제일 낮은 등급의 천사일뿐이다. 그러니 그림에서 주역을 맡는 일은 많지 않다. 이렇듯 이 책은 미술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상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 작품을 더욱 상세히 볼 수 있는, 아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 과학 - 7종

2050 미래쇼크 | 로렌스 C. 스미스 지음, 장호연 옮김 | 동아시아 | 고1부터

사고실험. 머릿속에서 생각으로 진행하는 실험. 실험에 필요한 장치와 조건을 단순하게 가정한 후 이론을 바탕으로 일어날 현상을 예측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실험은 실제로 만들 수 없는 장치나 조건을 가지고 실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상대성이론을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주인공이 세상을 바라볼 때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라는 상상 속에서 만들어냈다. 우리는 이제 2050년의 미래 사회의 모습을 사고실험을 통해 상상해볼 것이다.

책의 제목 그대로 2050년의 미래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으로부터 40년 후의 세상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그렇다. 과거와 현재사회를 알아야 한다. 저자는 지구물리학 교수답게 명확한 통계자료와 사고실험을 통해 미래사회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우선, 인구, 자원, 세계화, 기후변화, 과학기술을 큰 테두리로 삼아 2050년 가상모델을 만들어 냈다.

인구는 과연 계속해서 증가할 것인가? 자원은 완전 고갈 될 것인가? 세계화는 점점 가속화되어갈 것인가? 기후변화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과학기술은 미래사회를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2050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리 사회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더운 여름, 사고실험을 통해 2050년의 세상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 보자.

다윈 지능 | 최재천 지음, 윤호섭 그림 | 사이언스북스 | 고2부터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윈진화론으로 바라본 세상이다. 자연 전체의 모습은 물론이고 인간 사회의 모습까지 설명할 수 있는 다윈의 진화론이 얼마나 훌륭한 이론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썼지만 생물1, 생물2를 공부하고 평상시에 생물학에 관심이 많은 나는 비록 시험 기간이었지만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생물을 공부하는 고등학생이 있다면 자신이 공부하는 과목의 근본사상은 어떤 것이고 어떤 이론들이 있으며, 실제로 어떤 현상들이 나타나는가? 라는 질문을 해봤을 텐데, 이 책은 많은 부분을 설명해주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와 함께 읽는다면 비록, 고등학생이지만 현대 생물학에 한 발작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친 연구 위대한 발견 | 발리 우드워드 외 지음, 김소정 옮김 | 푸른지식 | 고2부터

1. 나는 아인슈타인을 알고 있다
2. 나는 카를 란트슈타이너, 빌 페이지, 프레더릭 밴팅, 알 소머, 엔도 아키라, 데이비드 날린, 노먼 볼로그, 존 엔더스, 파울 뮐러, 하워드 플로리 중 한 명 이상 알고 있다.

위의 두 가지 질문 중 어느 질문에 ‘네’라는 대답이 더 많이 나올까? ‘혀를 내민 채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노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대부분이 알고 있지만, 2번 질문에 제시된 10명의 이름은 우리에게 무척이나 생소하다. 하지만 이들은 혈액형을 발견하고 인슐린을 찾아냈으며 백신을 개발하고 페니실린을 만들어내는 등 우리 인류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큰 공헌을 한 사람들이다.

이 책에서는 과학자 10명이 어떻게 연구를 진행해 나갔으며, 갖은 실패와 무관심 속에서도 얼마나 성실히 자신의 일을 수행했는지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던 동기는 인류에 대한 깊은 애정이었다고 말한다. 과학보다 나은 것은 마음이 있는 과학, 윤리가 있는 과학, 공평한 과학, 정의로운 과학이라고 말하는 이러한 숨은 과학자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겠다.

자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 요제프 H. 라이히홀프 지음, 박병화 옮김 | 이랑 | 고1부터

데즈먼드 모리스는 인류를 ‘털 없는 원숭이’라고 표현했다. 사람의 몸에 털이 있긴 하지만 몸을 감싸고 있는 그 가느다란 털은 ‘털’로써 의미가 없다.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우리의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에서 털이 사라진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털이 없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털이 없어진 이유를 인류의 진화 과정을 통해 설명하고, 두꺼운 털 대신 사람의 피부에 있는 수백만 개의 미세한 땀구멍이 있기에 장시간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사소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질문 51개에 대해 인류와 동물 이야기, 생명의 유희, 인류가 변화시킨 환경, 스스로 변화하는 자연으로 분류해 답해주고 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진화생물학자의 입장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통찰력을 가지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연이 새롭게 보인다.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 이인식 지음 | 김영사 | 고1부터

최근 과학계에서는 자연을 스승으로 삼고 인류 사회의 발전을 모색하는 흐름이 생겼다. 환경오염 물질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억제하는 자연 중심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려는 것이다. 나아가 자연 중심 기술을 개발하면 높은 수익과 부가가치를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경제적인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이런 자연 중심 기술을 ‘청색 기술’이라 명명했다. 이 책은 ‘청색 기술’에 대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자연을 모방한 위대한 발명품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꼬마리 씨앗이 자신의 바지와 개의 털에 달라붙는 것을 보고 메스트랄은 벨크로를 발명했다. 벨크로는 붙였다가 뗄 때 “찌이익” 소리가 나는, 이른바 ‘찍찍이’다.

이 책을 추천할지 논쟁이 있었지만, 학생들에게 ‘청색 기술’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소개하는 데에는 손색이 없다고 판단해 추천 도서로 선정했다.

페가서스 10000마일 | 이영준 지음 | 워크룸 | 고1부터

페가서스(CMA CGM 페가서스)는 길이 363미터, 부두 바닥에서 갑판까지의 높이 20미터, 흘수(=배가 물속에 잠겨 있는 깊이) 15.4미터, 재화중량 13만 톤, 6700개의 컨테이너를 실은 1만 1300티이유(TEU: 길이 20피트 기준이고 컨테이너 한 개를 세는 단위)급의 오늘날 가장 크고 정교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배의 모든 것을 한 번씩 만져보는 데만도 1년이 걸린다는 기관장의 말로 크기를 어림잡아 보려 해도 우리의 감각과 상상을 초월한다. 무지막지하게 큰 배다.

이 책은 페가서스를 타고 중국 상하이에서부터 영국 사우샘프턴까지 10000마일을 항해하며 기록한 견문록이자 기계비평서다.

이 배를 타기 위해 무려 5년간을 수소문하고 섭외했다고 하는데, 무엇 때문에 5년이나 공을 들인 걸까? 지은이는 기계도 비평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 리처드 도킨스, 김명남 옮김, 데이브 매킨스 그림 | 김영사 | 고2부터

자연은 우리에게 신기한 현상들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극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오로라는 정말 아름답다. 오로라의 경우 지구 밖에서 입사(入射)하는 대전 입자가 지구 초고층 대기의 공기 분자와 충돌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우리 주위에는 신기한 마법 같은 일들이 많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런 마법 같은 과학의 세계를 많은 사진과 독특한 일러스트를 통해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그리고 마치 철학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 질문 12가지를 던진다. 현실이란 무엇인가? 마법이란 무엇인가? 최초의 인간은 누구였을까? 우주에는 우리뿐일까? 등이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에 인문학적인 감성과 과학적인 합리성이 녹아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단순한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과학적 사실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을 뛰게 할 정도로 놀라운 일인지, 얼마나 신기한지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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