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태연 전국유통상인협회장 “서울시 상인정책이 전국적 기준 되지 않겠나”

▲ 인태연 명예부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귀하를 서울시 명예부시장으로 모십니다
부평 문화의거리에서 의류점을 운영하면서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인태연(49)씨가 서울시 명예부시장이 된 것은 지난 7월 9일이다.

각자 활동하는 분야에서 의견을 수렴해 시장에게 전달하고 정책도 제안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월 청년ㆍ장애인ㆍ노인 3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면서, 서울시 명예부시장제도는 시작됐다. 지난 7월 9일에는 여성ㆍ중소상인ㆍ전통상인ㆍ다문화까지 더해, 명예부시장이 7명으로 늘어났다.

‘중소상인의 희망 - 골목상권이 보호받는 서울을 만들고, 중소상인의 목소리를 서울시가 귀담아 듣도록 귀하를 서울시 명예부시장으로 모십니다.(위촉기간 2012.7.9.~2013.7.8.)’

인씨의 의류매장 안쪽에 있는 쪽방 같은 사무실에 놓여 있는 위촉패에 적힌 글귀다. 박 시장이 인씨를 명예부시장으로 위촉한 취지와 명예부시장으로서 인씨가 할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

▲ 인태연 전국유통상인협회장
인천사람이 서울시 명예부시장을?
무보수 명예부시장제도 도입 취지나 명예부시장이 하는 일보다, 서울시가 인천시민을 명예부시장으로 위촉하고, 그 과정에 인씨가 응모한 배경과 이유가 먼저 궁금했다.

이야기는 인씨가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으로서 지난 겨울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 반대 농성을 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씨는 동장군이 막바지 기승을 부린 2월 12일부터 일주일 동안 농성했다.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유통산업발전법 등을 개정해 재벌유통을 규제하려는데 이것이 한미자유무역협정(‘시장 접근’)에 위배돼 무용지물이 될 판이니, 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하든지 재협상해야한다고, 19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때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박 시장은 농성을 하는 배경과 이유를 물었다. 아울러 ‘각계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명예부시장을 만들 구상인데,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천사람이 서울시 명예부시장을? 인씨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인천사람이 자격이 있겠느냐?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랬더니 ‘사는 곳이 어디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상인들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시간이 흘러 이런 통화 내용을 잊고 있을 무렵, 서울시 관계자로부터 전국유통상인연합회로 연락이 왔다. ‘명예부시장 공모를 하는데, 왜 응모하지 않느냐’고.

인씨는 서울시의 제안을 이렇게 받아들였다. ‘상인문제는 어느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600만 자영업자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다. 상인문제는 전국적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지역의 문제이다. 서울시가 상인을 보호하고 중소상인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수립하면, 그게 전국적 기준이 되지 않겠나? 박원순 시장이 상인문제에 애정과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그러면 인천시민 인태연이 아니라, 전국유통상인엽합회장 인태연으로 참여해보자’

박원순의 생각과 명예부시장 인태연의 각오
인씨는 위촉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명예부시장으로서 할 일이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그것은 곧 그의 각오이기도 한다. 그리고 ‘박원순의 생각’을 헤아리려고 노력한다.

“서울시는 자치단체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박 시장이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 상인들과 정책 협약을 할 때도 느꼈지만, 시장 면담은 요청한 지 3~4개월 안에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사회적 약자의 의견과 요구를 시장에게 직접 전달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박 시장도 이를 감지했을 것이고, 직접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명예부시장제도를 둔 것으로 이해한다. 명예부시장의 업무가 구체적으로 정해져있지는 않지만, 각 분야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박원순의 생각’이다”

명예부시장들은 외부인사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심사를 거쳤다. 이들은 월 1회 박 시장과 회의를 한다. 일상적으로는 각 분야의 사회적 이슈와 시의 주요 업무를 놓고 담당공무원과 협의할 수 있다.

박 시장이 명예부시장을 공무원 조직과 적합하게 연결하려는 노력도 엿볼 수 있다. 중소상인 영역의 경우 시 창업소상공인과와 생활경제과 담당공무원과 연결돼있다. 이를 통해 업무 보고가 이뤄지고, 명예부시장이 제안한 내용이 보고서로 ‘피드백’된다. 시에서 운영하는 심의위원회에도 참여시킨다. 지난 26일에는 서울시 정책과 명예부시장의 생각, 현안을 짚어보는 열린 토론회를 박 시장과 진행했다. 이는 서울시민방송으로 전파됐다. 명예부시장실을 따로 설치해 책상 7개도 마련해뒀다.

인씨는 명예부시장으로서 우선 서울시의 정책이 대형마트 등 유통재벌로부터 중소상인과 전통시장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생각이다. 또한 맞춤형 시장 지원, 중소상인 활성화를 위해 일할 계획이다.

중소상인들은 파편화돼있고, 시장마다 각양각색이기에, 지원 정책이 적확하지 않으면 지원해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명예부시장을 개인적으로 하는 게 아니기에, 상인단체와 관련 시민사회단체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함께 하는 것이다.

평소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인씨는 그래서인지, 몸담고 있는 곳도 하는 일도 많다. 지난해까지 부평문화의거리상인회장도 맡았던 인 회장은 부평의제21실천협의회, 부평구지속가능위원회, 인천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서로 다른 기관ㆍ단체들이 독립성이 있지만, 맥을 같이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예로, 자전거도시와 시장 살리기의 연계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대형마트를 비롯한 자본 중심의 도시는 편의성과 상품기획력에서 경쟁력이 크다. 이들과 경쟁할 때 전통시장은 망할 수밖에 없다. 차 중심의 도시는 경제적으로 소모가 많고 환경 재앙을 불러온다. 지역 경제와 환경의 선순환구조를 위해서도 자전거도시로 대변되는 사람 중심의 도시가 필요하다. 자전거도시운동과 상인운동은 서민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운동이다. 물가와 집값이 싸고 소비하는 데 비용이 적은 도시를 만들어가야 한다. 도시 공간 운동과 상인운동은 공동체운동이라는 하나의 맥락에서 같이 할 수 있다”

▲ 서울시 명예부시장 위촉패.
인천시와 부평구의 밭이 풍부해졌으면
인씨가 서울시 명예부시장에 위촉된 것에 대해 우리 지역의 반응은 어떨까? 부평구 한 관계자는 한마디로 “쪽팔리다”고 했다. 거주지에 상관없이 인재를 발굴하고 영입해 정책에 적극 활용하려는, 박원순으로 대변되는 서울시의 행정에 인천시나 부평구의 행정을 비교해서 한 말로 풀이된다.

2010년 지방선거와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송영길 시장 후보와 박원순 시장 후보는 각각 중소상인들과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박원순 시장이 중소상인 영역과 전통시장 영역에서 명예부시장을 위촉해 소통하려는 것에서, 중소상인들과 체결한 정책협약 이행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송영길 시장도 인천시와 상인 간 협의체인 중소상인경쟁력강화위원회를 설치했다. 하지만 시가 이 위원회를 만드는 데 기껍지 않았으며 그렇다보니 시간이 상당히 걸렸고, 만들어 놓고 발전적 이야기 없이 지지부진했다고 상인들은 평가한다. 그러다 숭의운동장 홈플러스 입점을 놓고 대립이 격화됐다. 상인들은 결사 저지의 입장이었지만, 논쟁이 계속되다 결국 시는 입점을 허가하도록 했다. 사실상 위원회는 끝났다. 다행히 최근 시의회에서 이 위원회 조례가 통과돼 다시 불씨를 살려놓았다.

끝으로 인씨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일개 상인에 불과하다. 서울시장이 ‘중소상인의 희망’이라고 지칭하며 나를 불러준 것은 내 개인적 역량보다는 상인운동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본다. 사회적 약자들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주체라고 보는 깊은 안목의 소치라고 여긴다. 우리 지역엔 나보다 훌륭하고 뛰어난 인재들이 많다. 그런 인재들을 발굴해내는 것이야말로 지방자치의 묘미이고 생명이다. 지역의 수많은 씨앗이 열매 맺을 수 있는 토양이 되도록 인천시와 부평구의 밭이 풍부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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