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원 고추장으로 유명한 대상그룹의 식자재 매장이 삼산동에 입점하려하자, 일대 도매시장 상인들과 인천지역 상인단체들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대책위를 꾸려 싸운 지 꼬박 1년이 지났다.

식자재 제조업체인 대상의 식자재 유통업 진출은 유통재벌의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이 동네슈퍼 옆에 입점하는 경우와 다르지 않다. 대전의 경우 대기업이 식자재 유통업에 뛰어들면서 동종 업종에 종사하는 중소상인들의 매출이 30~40% 감소했다고 한다.

삼산동에 들어선 식자재 매장은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에 따른 사업조정제도를 교묘히 피해 지난 4월부터 영업을 강행했다. 이로 인해 주변 식자재 도소매상인들의 매출이 15%에서 20%정도 줄었다고 한다.

상생법에 따라 중기청에서 사업일시정지를 내렸지만, 유통재벌이 그랬던 것처럼 대상그룹 계열사인 대상베스트코는 삼산동에서 꼼수를 썼다. 자신들이 등록한 매장을 문 닫고, 다른 사람의 명의로 신규사업자 등록을 하게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신규사업자 등록이 대상의 자본에 의한 것인지, 개인사업자의 자본에 의한 것인지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그 열쇠는 개인사업자의 매각인수자금 출처이다.

대책위와 중기청 모두, 개인사업자가 친인척 관계에 있는 전 대상베스트코 임원한테서 돈을 빌려 인수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대책위는 매각인수자금이 오간 뒤 대상베스트코가 전 임원을 권고사직 시킨 점을 들어 자금이 대상베스트코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기청은 그 돈이 전 대상베스트코 임원의 개인 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매각인수자금 출처의 진실을 밝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중기청은 의혹을 밝히는 데 더 적극적이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기업의 꼼수와 배짱에, 그리고 사업조정 기간이 1년이 지났어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중기청을 보면서 상인들은 한숨만 내쉴 뿐이다.

요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이 휴일 영업을 재개하면서 지역 중소상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형마트 등의 영업시간 등을 제한하는 지자체 조례가 제정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법원이 판결했지만, 지난해 12월 30일 국회에서 심의 의결한 유통산업발전법이 규정한 대형마트 등에 대한 영업제한은 골목상권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상생법의 사업조정제도 역시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유통재벌들이 꼼수와 배짱을 행사하는 것은 골목상권과의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상도의마저 저버리는 몰염치한 행태로 볼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유통업에 진출하면서 골목상권은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 골목 상권의 황폐화는 서민경제의 붕괴를 몰고 오기 마련이다. 이제 길은 하나다. 중소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만들어야한다. 중소상인 적합업종 특별법을 만들고 유통법과 상생법을 강화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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