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철 참여예산센터 소장

최계철 참여예산센터 소장
최계철 참여예산센터 소장

인천투데이|요즘처럼 서민들이 지역의 리더들에게 인사를 받는 기회가 어이 흔한가. 어깨가 으쓱하고 대접받는 기분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구름처럼 흩어져 찾아간들 반갑게 맞아줄까. 서민을 대하는 태도가 조석으로 변하는 나팔꽃 같아서야 아니 될 말이다. 마음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면 쉬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 초기에 신문고라는 제도가 있었다. 지금 TV 사극으로 방영중인 이방원의 태종 2년 무렵이었다. 하지만 일반 백성들과는 거리감이 있고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민생의 휴척(休戚)을 아뢰고자하는 자는 북을 치라고 했지만 한양과 도 단위에만 설치돼 거리상 문제와 사전에 여러 단계의 글을 올려야 돼 글을 모르는 백성들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격쟁’이라는 제도도 있었다. 일반 백성이 궁에 들어가거나, 임금의 외부행차 시 징이나 꽹과리를 쳐 직접적으로 왕에게 고충을 고하는 것이다. 글을 올려 자신의 민원을 제기하는 상언(上言)처럼 글을 아는 백성들은 글로, 글을 모르는 백성들은 타악기를 울려 자신의 민원을 제기했다.

근대에는 ‘위민실’이라는 것이 있었다. 1986년 9월 12일 ‘위민선정 위민봉사 실천지침’이 일선에 시달됐다. ‘모든 공직자는 국민에 대하여 겸손하고 겸허하여야 한다, 모든 행정 시책은 국민의 고정(苦情)과 애환을 도와주고 해결하는 시책이어야 한다’는 기본 방침 중 첫 번째 시책이 위민실의 운영이었다.

운영 조례가 제정되고 전국의 시‧도와 시‧군‧구, 경찰국과 경찰서 단위로 일제히 운영을 시작했다. 주민의 억울하고 어려운 고정을 상담 해결, 어렵고 불우한 주민을 상담, 협조, 해결이 주 기능이었다.

억울한 일이 있더라도 어느 곳에 호소해야 할지 답답하거나 어려운 사정이 있어도 속 시원히 털어놓고 도움을 청할 곳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 찾는 곳이었으나 3년 정도 지나 일반 민원실에 흡수되고 말았다.

그 후 2005년부터 온라인 공공민원창구인 국민신문고가 구축돼 운영하기 시작했고 2017년부터 청와대에 국민청원 게시판이 운영되고 있다.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목표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게 운영의 원칙이다.

현재 민원처리 제도의 절차와 방법, 처리 기준 등은 잘 마련돼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민원의 하소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용의 문제이다. 공무원들의 자세와 기관의 정책 우선순위가 질을 좌우한다. 민원부서에는 과거 위민실장의 선발 기준처럼 ‘유능하고 겸손하며 겸허한 공무원을 엄선 발탁’해 배치하고 합당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이번 선거에 관(官)을 머리에 이게 될 선량들에게 당부하오니 서민과 결탁하라. 서민과 협작하라. 서민들의 억울한 처지를 헤아리고 진심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라. 그들이 없는 관이란 벼슬이 무슨 소용이며 가치가 있는가. 이 시대에 신문고를 걸어놓고 북을 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느 정부이건, 어느 행정기관이건 민원처리를 최우선한다고 하지 않은 적이 없으나 아직도 만족할만한 수준에서 한참 떨어진다. 지금 유권자들의 손을 찾아다니는 정성에 까지는 미치지 못할 지라도 그 마음만큼은 당선이 되더라도 변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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