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여의도ㆍ송도) 대표 변호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019년 8월 9일 지명됐다. 이후 몇몇 의혹은 통과의례처럼 보였다. 그런데 2019년 8월 19일 조국 후보자의 딸이 부산대 의전원에서 낙제하고도 6차례 장학금을 수령했다는 보도와, 그 다음 날 고등학생 때 의학논문 1저자로 등재되고 이를 입시에 활용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여론이 폭발했다.

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 대표 변호사
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 대표 변호사

정국이 소위 ‘조국 사태’로 기운 가운데,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019년 8월 26일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9월 2-3일 2일간 진행키로 했다. 문제는 이 날부터 시작됐다.

인사청문회 일정이 나오자마자,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검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 특수부 라인을 총동원해 2019년 8월 27일부터 서울대, 부산대 등 30여곳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했다.

검찰 수사압박에 정국은 더욱 경색됐다. 2019년 9월 2일 예정됐던 조국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연기됐다. 그러자 검찰은 바로 다음날 2019년 9월 3일, 부인 정경심 교수가 근무하는 동양대와 서울대 의대 등을 2차 압수수색했다.

그리고 2019년 9월 6일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개최된 상황에서 정경심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더 큰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검찰은 ‘정경심 교수에 대한 유죄증거’를 피고 정경심에게 복사해 주지 않았다. 통상 검찰이 기소를 하는 것은 유죄 증거가 충분해 법원에 형량을 정해 달라는 신청을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검찰은 어떤 죄를 지었는지를 적은 ‘공소장’을 작성하고, 공소장에 적은 죄를 증명할 증거를 법원과 피고 측에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피고는 자기를 방어하고, 법원은 증거에 따라 죄의 유무를 판단한다.

그런데 피고에게 검찰이 기소한 범죄의 증거자료를 전혀 복사해 주지 않은 일은, 필자가 아는 한 이 사건이 유일하다.

결국 검찰은 2019년 9월 6일 조국 후보자의 청문회 날 기소한 사건(1차 기소)에 대해서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2019년 11월 11일 다른 사문서위조 사건으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2차 기소). 법원은 검찰의 1차 기소에 무죄를 선고했다.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따라야 하며,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는 증거재판주의 원칙은 근대 형사소송법의 기본이다. 기소를 담당하는 검사 역시 이 원칙에 기속된다.

그런데 검찰 스스로 이 원칙(형사소송법 제307조)을 무너뜨렸다. 정경심 교수가 1차 기소 이후 추가 기소 건으로 최종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해도, 검찰이 ‘9월 6일 인사청문회에 충격을 주기’ 위해 수사를 활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윤석열 전 총장은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고위관료와 극적으로 대치하는 국면을 적극적으로 기획함으로써 자신의 몸값을 올리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렇다면 윤석열 당선인은, 조국 후보자를 공격하던 기준으로 자신의 내각을 인선하고 있는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 한동훈 전 검사장의 딸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두 달 간 논문 5개와 전자책 4권을 썼다고 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논문 주제는 반독점법, 국가채무, 코로나19, 분쟁지역 교육과 의료개혁 등이다. 전자책으로 한 달 간 책 4권을 쓰면서 기하학, 기초 미적분학, 세포주기와 유사 분열 등을 다루고 있다(한겨레). 세칭 ‘레오나르도 한빈치’의 탄생이다. 입시계에선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다.

한동훈 장관 후보자의 딸이 이 같은 세계적인 업적을 이룬 시점은 2020년과 2021년이다. 한동훈 후보자가 정경심, 조국과 그 딸에 대해 수사와 기소에 열을 올리고 있던 시점과 일치한다.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고위직 재직 당시 딸과 아들이 경북대의대에 편입한 사실이 있다. 딸은 특정 고사실에서 구술평가 만점을 받았다. 면접관들은 정호영 후보자와 연결된 사람들이었다.

또 정호영 후보자의 아들은 현역병으로 입대 예정자였는데, 1년 뒤 정호영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부원장일 때 ‘척추협착’진단을 다시 받아 4급 보충역이 됐다.

검찰 지휘부가 마음만 먹으면 수사 형식으로 정치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윤석열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여실히 보여줬다. 윤 당선인이 조국을 치듯 한동훈과 정호영을 친다면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조국만 친다’는 사실도 명백해 졌다.

정의의 잣대로 국민을 체포하고 가두는 형사 수사의 영역은 불편부당한 공정 핵심이다. 윤석열 당선인으로 인해 검찰 수사의 공정성은 이제 대한민국 갑남을녀 모두가 불신하는 문제가 돼버렸다.

수사의 적격, 검찰이 수사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 것이다. 검찰이 고위공직자에 대한 어떤 수사를 하던, 이제 한국 국민은 ‘누구 편에서 하는 수사인가’라는 관점으로 보기 시작했다. 이 문제는 시정하는 게 마땅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민주당은 수사 적격성을 상실한 검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부패·경제 범죄로 축소하고 별건수사를 금지했다.

민주당의 이번 검찰관련 법 개정은 당장 1차 수사 부담이 늘어난 경찰의 수사능력에 대한 개선문제, 갑작스런 검찰권한 축소로 인한 충격 등에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급하게 추진된 면이 없지 않다.

윤석열 당선인은 자신으로 인해 초래된 검찰의 수사적격 문제에 국민에게 사과하고, 민주당과 정치적 타협으로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타당하다.

민주당이 제시한 대안의 문제점만을 지적한 채, 검찰의 수사적격 개선에 대해서는 새 정부의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문제 해결을 회피하는 것이다. 검찰총장이 정치적인 기획수사로 스스로 대통령이 된 사건, 지금 말고 검찰개혁의 다른 최적기가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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