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조현근

아빠, 인천 바다는 대한민국 영해가 아니야?”이번이 세 번째 질문이다. 딸 셋을 둔 부모로서 답변이 궁색하다. 교육부가 발간하는 초등학교 사회과부도 53쪽 ‘우리나라의 영역’이 표시된 지도를 보면 인천 앞바다에 영해 표시가 없다.

조현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조현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

교과서에 나오는 여자아이의 말풍선에 “영역은 ‘영토(땅)’, ‘영해(바다)’, 영토와 영해의 하늘인 ‘영공’으로 이루어져 있어요”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딸의 눈에 인천 바다의 영해는 보이지 않는다.

인천 학생들은 물론이고 국내 모든 학생들조차 같은 지도로 대한민국의 영토와 영해를 배우고 있다. 예전의 한 방송뉴스는 더 충격적이다. 인터뷰에 응한 한 중학생의 대답은 “영해인지 몰랐다”고 했다. 교과서에 영해표시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내 학생들 중에선 인천 옹진군 백령도가 충남에 있는 곳으로 알고 있는 학생도 많다. 영토의 중요성 측면에서 독도의 위치는 온 국민이 다 알지만 서해 5도는 그렇지 않다.

교육부 교과서를 비롯한 해양수산부 영해지도, 국토교통부 국가기본도 등 정부 간행물에도 서해 상 영해 표시는 옹진군 덕적군도 소령도에서 끝난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울릉도와 독도는 명확히 영해 표시가 돼 있건만 덕적군도, 백령도, 연평도 등 인천의 바다와 섬들에는 대한민국 영해 표시가 없다.

최근 인천 앞바다에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에게 공유수면 점사용 인ㆍ허가를 내준 해수부와 옹진군이 서로 관할해역이 어디까지인지 몰라서, 허가를 내줬다가 취소하는 엉터리 행정도 발생했다.

대한민국 영해는 기선으로부터 12해리에 해당한다. 기선은 통상기선과 직선기선으로 나뉘는데 동해 등 섬이 없는 곳은 간조 시 해안선이 통상기선이고, 서해와 남해 등 섬이 많은 곳은 가장 바깥 섬의 중심 선을 이은선이 직선기선이다.

영해의 공유수면 관할권은 지자체가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영해 내 수산업, 해양자원 등 바다 이용과 관리에 대한 권한이 지자체에 있다. 하지만 인천은 일부만 행사하고 있다. 항만 역시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인천은 누가 뭐래도 해양도시이다. 그리고 인천은 대한민국이 세계시장과 경쟁해야 하는 ‘개방’의 현실에서 ‘개성’있는 산업을 창조하고 미래를 ‘개척’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 앞에 놓여 있다. 바다와 항만은 변하지 않는 인천의 전략자산들이다.

‘동양의 신은 역사’라는 말이 있다. 때로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130여 년 전 근대 개항 후 오늘날 국제도시라 할 수 있는 제물포 조계지가 있었다. 지금의 인천경제자유구역처럼 선진문물과 문명으로 조성한 계획도시였다. 당시 일제는 인천에 역량을 투입해 갯벌을 매립하고 도시를 세워 그들의 자원을 대형화․복합화․집적화 시켰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한국 스스로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조성한 국제도시다. 제물포 조계지와 비슷한 점이 많다. 제물포와 월미도를 잇는 교량은 영종도와 송도를 잇는 인천대교와 비슷하고, 두 곳 모두 신항과 국제학교, 첨단기업, 새로운 주거단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부족하다. 시대가 변했다. 어제의 제물포 조계지와 오늘날 경제자유구역을 넘어서는 도시의 경제, 산업 비전이 있어야 한다. 핵심은 바다에 있다. 환황해 경제권의 중심도시 인천의 경쟁력은 바다에 있다.

또한 인천이 고 최기선 시장 시절 경기도에 속했던 옹진군과 강화군을 인천에 편입했을 때 얘기했던 ‘남북공존과 평화경제 확장’도 결국 바다를 핵심으로 삼았다.

지중해 등 세계에서 지정학적 조건으로 성립된 해양 도시들은 역사적으로 문물의 개방과 다양한 인적 교류가 이뤄졌을 때 전성기를 누렸고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살았다.

인천의 바다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변하지 않은 보물이다. 항만의 관리권도 지방정부가 찾고 영해 12해리에 대한 해양 주권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시장 선거는 전·현직 시장 후보 간 책임론만 오가고 있다. 과거의 말들로 인천 시민의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14년 박근혜의 힘 있는 시장 유정복, 2018년 문재인의 힘 있는 시장 박남춘, 이런 것 하지 말자. 시민의 힘이 있는 시장이 돼야 한다. 어제보다는 내일을 이야기하라. 민선 8기 인천의 바다에서 시민의 미래를 찾길 바란다.

※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