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희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 센터장

홍인희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 센터장
홍인희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 센터장

인천투데이|구한말 조선과 미국은 제너럴셔먼호 사건(1866년)과 신미양요(1871년)를 겪으면서 그다지 우호적인 관계는 아니었다. 하지만 1876년 조일수호조규 체결 이후 러시아 세력이 남하하면서 우리는 서양 국가와 협력할 필요를 느꼈고, 그 첫 번째 상대로 미국을 선택했다.

1880년 까지만 해도 조선은 미국과의 수교에 부정적이었다. 미국이 일본을 통해서 서한을 전달하려고 했을 때와 미국이 직접 통상 의사를 적은 서계 등을 조선은 모두 무시했다. 조선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은 김홍집이 가져온 ‘조선책략’의 영향이었다. 당시 유생들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지만 고종은 미국과 조약을 맺기로 마음먹었다.

미국과 조약에서 청나라 이홍장이 조력자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미국, 청, 조선의 목표는 각각 달랐다. 조선은 대외적 위기를 미국과의 조약으로 극복하려고 했고, 청나라는 일본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청이 서양과 맺은 불평등 조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고 했다.

각 국의 이익을 어떻게 하면 조약에 넣을지 세 국가는 동상이몽을 꾸고 있었다. (김정호, 2019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의 정치외교사적 의의에 대한 재조명’, 한국동양정치사상사연구)

1882년 5월 22일(음력 4월 6일) 조선은 서양 국가 중에서 최초로 미국과 조약을 인천에서 맺었다. 조선에서는 신헌과 김홍집이, 미국은 슈펠트, 청은 이홍장이 파견한 마건충과 정여창이 인천에 모였다.

이들은 각기 자국의 이익을 좀 더 관철시키기 위해 피 튀기는 신경전을 벌였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은 대외 관계에서 서양 열강에 대한 경험이 없었고, 처음부터 기울어진 테이블이었으나 조선만 인지하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조미조약은 조선에 불평등한 조약이면서도 평등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 바로 관세자주권 조항 때문이었다. 당시 청과 일본은 이미 서양과의 조약에서 관세자주권을 빼앗긴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미조약에서 조선이 주요 수입품에 대한 세율을 10%로 관철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다.

게다가 관세자주권의 확보는 이홍장의 의도뿐만 아니라 조선 관리들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였다. 조선은 1876년 조일수호조규를 통해 개항했지만 당시 관세에 대한 지식이 없어 사실상 관세를 면제해서 조약을 맺었다. 이에 대한 폐단을 통렬히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조미조약에서는 반드시 관세자주권을 관철시키려고 했다.

그렇게 관세자주권이 지켜지는 듯 했으나 결국 조약의 마지막 제14관 최혜국 대우 조항으로 추후 관세자주권은 무력화 됐다. 1883년 7월 일본과 조일통상장정을 체결하면서 무관세 무역은 철폐 했지만 관세율을 8%로 정하고, 조선의 관세 자주권은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1883년 11월 조영수호통상조약에서도 수요수입품의 관세율은 7.5%가 됐으며 또한 조선의 관세자주권을 부정했다. (한승훈, 2018년, ‘조미수호통상조약(1882) 관세자주권을 확보하려는 조선의 노력과 좌절’, 내일을 여는 역사) 평등한 조약으로 포장하려고 했으나, 당시 이미 많은 조약을 맺었던 서양 세력은 교묘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강대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아야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달라진 것이 없다.

140년 전 이날의 조약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한미 동맹관계의 시작이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과 조약에서 고종은 관세자주권을 확보하려고 했으나 결국 좌절됐다. 14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자주권이 얼마나 보장되고 있으며, 이를 관철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미국과 수교한지 140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변한 것은 무엇이고, 그대로인 것은 무엇인가.

어느 나라든 당당한 외교, 국익우선 외교를 지향한다. 하지만 현실은 세력의 우위가 외교의 우위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수교한지 140년이 된 지금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새로운 정부는 구한말 고종보다 못한 현재를 보여주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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