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지방의회 후반기 시작을 알리는 원 구성 과정에서 상당수 지방의회들이 의장단 선출을 놓고 몸살을 앓았다. 이 몸살이 시민들에겐 때만 되면 반복되는 자리싸움으로 비쳐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경상북도의회와 남원시의회 의장단 선거에서 돈이 오갔다는 제보가 나와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며, 금품 제공 의혹으로 경찰조사를 받아온 예천군의회 의원이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가까이 인천에선 남구의회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한 의원이 본회의장을 점거한 채 1주일간 단식농성을 해 의사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서구의회는 지역주민을 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의원이 새벽 2시에 의장으로 선출돼 지탄을 받고 있다.

부평구의회는 이번에 겉으로 보기엔 무난하게 넘어간 것 같지만, 속으로는 동료의원들 사이에 갈등과 반목이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의원들 간 껄끄러운 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의회의 의장단 선출은 보통 최다 의원 수를 가진 정당에 의해 주도된다. 현 대의민주주의제도 안에서, 정당 간 경쟁 속에서 이는 당연한 모습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의장단 선출 방식은 민주적이어야 할 대의기관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후보 등록도 없이, 그러니 정견 발표도 없이, 의원 각자가 이름을 적어내고, 많이 적힌 사람이 의장과 부의장이 된다. 말 그대로 ‘교황 선출’ 방식을 따른다. 이로 인해 의장단이 의회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사전에 논의되거나 검토되지 않는다. 시민이 의장단의 면면을 알 수 있는 길은 아예 없다. 대의기관이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스스로 차단하는 셈이다.

교황 선출 방식의 부작용은 크다. 후보 등록과 정견 발표가 없다보니, 다선 의원들 사이에서 ‘전반기엔 내가 할 테니, 후반기엔 네가 하라’는 거래도 오간다. 당내 경선에서 떨어진 이가 다른 정당 의원들과 이른바 ‘야합’을 일삼기도 한다.

의원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모를 리 없다. 다수 의원들이 현 교황 선출 방식에 회의를 느낀다. 하지만 개선하려는 노력은 없어 보인다.

초선의 이소헌 부평구의원은 후반기 원 구성 직후 본회의 자유발언을 통해 의장단 선출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후보등록제와 정견발표 도입을 제안했다. 원 구성 이전에 제안되고 적극적으로 논의돼 실행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더 이상 제안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7대 의회 원 구성은 7대 의원들이 알아서해야한다는 이야기는 무책임하다는 걸 방증할 뿐이다.

교황 선출 방식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광역의회 16곳 가운데 6곳이 후보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라남도의회와 부산시의회의 경우 상임위원장까지 후보등록제로 선출하고, 광주시의회는 의장 후보 간에 공개토론도 진행한다. 현 교황 선출 방식의 변경은 지방의회의 혁신을 느낄 수 있는 잣대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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