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나현 서울시립동작청소년성문화센터장

윤나현 서울시립 동작청소년성문화센터장
윤나현 서울시립 동작청소년성문화센터장

인천투데이ㅣ지난 2010년대 초․중반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로 인해 전 사회가 떠들썩했다. 이전부터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비하와 조롱, 낙인 등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나타나는 공통의 현상이자 심각한 문제였다.

그러나 일베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은 대다수 시민의 상식을 뛰어넘는 극단적인 폭력성과 선정성 때문이었다.

국민적인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끔찍하게도 지난 10년간 이러한 폭력성과 선정성이 사라지기는커녕 유명 BJ와 ‘남초’ 커뮤니티로, 그리고 사이버 렉카를 포함한 유튜브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조롱과 비하, 낙인 등이 온라인으로 옮겨진 후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시시각각 체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와 청소년시설들이다. 초ㆍ중ㆍ고등학교 청소년 사이에 혐오표현이 ‘유행’을 거듭하고 있다. 처음 접하면 한 번에 알아듣기조차 힘든 혐오표현이 마치 장난과 놀이처럼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 이러한 문화의 폭력성과 선정성을 예방하고 해결하고자 마련한 실질적이고 시급한 대책 중 하나가 바로 성평등 교육이다.

지난 몇 년간 수많은 성평등 수업에서 혐오와 혐오표현을 다루는 교육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혐오가 무엇인지 질문하면 청소년들은 ‘극혐 : 정도가 심하게 싫어하고 미워함’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혐오표현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를 단순한 개인의 감정이 아닌,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이해하는 과정이 필수다.

그 중 하나가 “난 오이 냄새가 싫어”라는 말과 “난 마늘 냄새가 싫어”라고 하는 말의 차이를 찾는 것이다. 오이와 마늘은 모두 익숙한 식재료이며 개개인의 호불호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같다.

이 때문에 처음 이 말을 접하는 청소년들은 두 말의 차이를 오이와 마늘이라는 두 단어를 제외하고는 찾기 어려워한다. 하지만, 여기에 몇 가지 구체적인 정보와 질문, 다양한 상황을 제시하면 청소년들은 금방 그 의미의 차이를 알아챈다.

예를 들어, 먼저 사전적 의미의 마늘 냄새가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설명한다. 그리고 “저 말을 하는 장소에 마늘이 있었을까?”, “왜 갑자기 마늘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것일까?”, “한국인들끼리 이 말을 하는 것과 아닐 때의 차이는 어떤 것일까?”, “진짜 한국인에게 마늘 냄새가 난다고 했을 때, 그럼 이 말을 한국인에게 해도 되는 것일까?” 등과 같은 몇 개의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러면 청소년들은 상황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며 대답한다. “그 사람에게 모욕감을 주려고 하는 말이에요”, “한국인들끼리 할 수는 있지만, 외국인이 한국인에게 할 때는 조심해야 해요”, “아예 그런 말을 쓰면 안 될 것 같아요”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몇 가지 질문과 생각만으로도 청소년들은 혐오표현의 특성과 문제점을 금방 이해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말들에 속뜻, 숨겨진 메시지가 존재하며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사회적 위치와 관계, 사회적인 권력의 차이에 따라 동일한 말이라도 말의 의미와 효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청소년들은 이미 알고 있다.

이를 확장해 실제 교실 안에서 자신들이 접해보거나 사용하고 있는 “여자냐”, “장애인이냐?”, “게이냐”등과 같은 말들 안에 담긴 잘못된 편견과 그 영향을 알아보는 활동을 진행해 보자.

“여자냐”라는 말을 쓸 때, 어떤 의미로 쓰는지, 이 말을 듣는 여성의 기분은 어떠할지 생각해보고, “장애인이냐”는 말의 숨겨진 의미를 찾고 이를 장애인들이 쓸 수 있는지 확인해 보며, “게이냐”라는 말로 인해 위축될 사람은 없는지 그 효과를 살펴보자.

그러면 대다수 청소년은 수업이 끝난 후 “혐오표현이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 “장난으로 쓴 건데, 나쁜 뜻이 담겨있는 줄 몰랐다”, “그 말을 쓴 것이 부끄러워졌다”, “앞으로 혐오표현을 쓰지 말아야겠다” 등의 소감을 전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성평등 교육으로 청소년들은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과 타인의 다양한 차이를 인식하고 차별과 폭력이 만연한 세상에서 평등한 관계 맺기를 조금씩 배워나간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무지나 무관심 등으로 인해 저지른 잘못에 진심으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이를 인정하는 것을 통해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하려고 한다.

여기까지 지난 4월 13일 수요일 JTBC가 진행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vs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 '장애인 이동권' 맞짱 토론]에 대한 시청 소감이자, 차기 여당 대표가 될 사람에게 성평등 교육을 권하는 이유다.

※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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