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 “민원 제기 시 신원 밝히지 않으면 조사 어려워”

“학생들에게 보충수업 설문조사를 하는데, 불참 시 담임선생님, 학년부장선생님과 상담을 해야 하고 학부모와도 상담해야 한다고 방송으로 경고를 합니다.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참여에 사인을 하죠. 이게 자율인가요? 방학 때 보충수업에 불참이라고 적어내면 선생님은 공부와, 인생을 포기한 낙오자처럼 대합니다”(연수구 ㄴ고교 2학년)

“담임선생님이 방학 보충수업 선택에 관해 설명하는데, 사실이라고 믿기 어려운 말을 했습니다. ‘보충수업은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인데, 선택하지 않을 경우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는 것입니다. ‘이 학생은 학교 내에서 시행하는 커리큘럼을 따르지 않았으며’라고 직접 이야기를 했습니다”(계양구 ㄷ고교 2학년)

“담임선생님이 방학 때 보충수업을 하지 않으면, 반장을 못한다고 합니다”(남동구 ㄱ고교 2학년)

여름방학을 앞두고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선택권 보장 조례’를 어기는 사례가 급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인천시교육청은 신고나 민원 제기 시 신원을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 조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인천지부ㆍ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인천지부ㆍ일제고사반대인천학부모모임ㆍ인천구별교육희망네트워크가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한 ‘방과후 자율을 부탁해 제발(http://cafe.daum.net/bangbujae)’ 카페와 시교육청 홈페이지, <부평신문>에 제보된 내용을 정리하면, 학교나 교사가 학생들에게 방중 방과후학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사실상 협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에서 보듯이 일부 학교는 방과후학교 불참 시 여러 차례 상담을 해야 한다거나 생활기록부에 안 좋게 기록되고, 심지어 반장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노현경 시의원은 시교육청이 지난 5월 30일부터 이틀간 인천지역 488개 초ㆍ중ㆍ고교 10만 157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선택권 보장 실태 조사’ 결과를 지난 15일 공개했다.

결과를 보면, ‘방과후학교 참여를 자율적으로 선택(동의)했나요?’라는 질문에 초 2.6%, 중 15.7%, 고 20.1%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여기에 ‘조금 그렇다’와 ‘그저 그렇다’는 의견을 포함하면 초 13.8%, 중 42.5%, 고 48.5%에 달했다.

방과후학교 참여 학생 중 ‘방과후학교에 참여할 때 자율적 선택권을 갖는다는 내용에 대해 들은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엔 중 34.4%, 고 35.6%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방과후학교에 참여하지 않아 불이익을 받았다’는 학생은 1098명에 달했다. ‘방과후학교가 정규수업이나 시험과 연관돼 수강하지 않을 시 불리했다’는 학생이 2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생활기록부 기재 관련 불이익을 받았다’는 학생도 56명이었다. 방과후학교에 참여하지 않을 때 강제자율학습을 했다는 학생은 26명, 벌점 또는 벌을 받거나 석식 또는 간식을 제공받지 못했다는 학생도 16명이나 됐다.

노현경 의원은 “학습선택권이 여전히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교육청이 시정조치했다고 하지만, 실태조사 결과를 보다 면밀히 검토해 향후 조례의 입법 취지대로 학습선택권이 완전히 보장되도록 홍보와 교육연수를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방과후학교 담당 장학관은 “1년에 한 번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난 학교들은 시정조치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조사가 쉽지 않다. 제보하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몇 학년 몇 반인지, 어느 교사가 말했는지를 정확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조사할 수 없다. 학교는 아니라고 하면 물증이 없어 할 말이 없다. 반장을 못한다고 했던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비밀이 보장되니까 신고 시 인적사항을 말해줘야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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