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자연'으로 녹여내
조형미·서정성 보여준 자연주의 '서정시인'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한국 ‘민중미술 1세대’로 불리는 전 인천대 교수 강광 작가가 지난 5일 새벽 별세했다.

1940년 함경남도 북청에서 출생한 강광 작가는 향년 82세 나이로 숨을 거뒀다.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입대해 1년 반 동안 월남전에 참전했다.

고 강광 작가.(사진출처 가나아트센터)
고 강광 작가.(사진출처 가나아트센터)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자연'으로 녹여내

월남에서 귀국한 후 제주 오현중·고교 미술교사로 재직했다. 고영훈·강요배·강승일 등 제주지역 작가들을 화단으로 이끌었다.

6.25전쟁, 월남전, 민주화운동을 몸소 경험하며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온 그는 한국 근현대사 속 비극을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이라는 두 갈래길에서 ‘자연’이라는 소재로 작품에 녹여냈다.

그에게 자연은 단순히 재현할 수 있는 매재가 아니고 스스로의 감정을 드러내는 상징물이었다. 그는 실제 살아가고 있는 혼잡한 현대사 안에서 느끼는 본인이 감정을 자연이 지닌 고유의 분위기로 표현했다.

오월의 노래-일어버린 섬. 96x130. 1985년.(사진제공 제주도립미술관)
오월의 노래-일어버린 섬. 96x130. 1985년.(사진제공 제주도립미술관)
風景-바람부는 날. 112x146. 1984년.(사진제공 제주도립박물관)
風景-바람부는 날. 112x146. 1984년.(사진제공 제주도립박물관)
狀況-인물. 97x130. 1983년.(사진제공 제주도립미술관)
狀況-인물. 97x130. 1983년.(사진제공 제주도립미술관)

빼어난 조형미·서정성을 보여준 '자연주의 서정시인'

1982년 군부정권 하에서 김경인, 임옥상, 신경호, 홍성담과 함께 ‘불온 작가’로 낙인찍혔다. 강광 작가의 작품들은 압수당하기도 했다.

제주에서 그는 유신정권 아래 암울한 현실을 고뇌하며 ‘관점’이라는 동인을 조직해 지역 미술운동을 이끌었다.

1970∼80년대엔 추상과 구상의 경계에서 하늘을 단순한 형태로 표현하며 조형 실험을 이어갔다. 90년대 후반엔 해학적인 호랑이, 패턴화된 꽃과 나무 등 민화적인 요소가 두드러졌다. 이런 화풍으로 빼어난 조형미와 서정성을 보여준 그는 ‘자연주의 서정시인’이라 평가받았다.

강광 작가는 1982년 인천대 미술학과 교수로 임용되면서 제주를 떠났고, 인천대 부총장과 제3대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유족으로 부인 박정혜 씨와 딸 은주·은수 씨, 사위 진은준·바나바나포초스 씨가 있다. 빈소는 인천 동구 인천의료원 장례식장이다. 발인은 8일 오전 6시30분이다. 장지는 부평승화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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