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 ‘두 개의 문’ 개막작으로 선정, 영화 외에도 볼거리 넘쳐

▲ 8회 인천여성영화제 포스터.
8회 인천여성영화제(집행위원장 최주영)가 13일부터 15일까지 ‘영화공간 주안’에서 열린다. 13일 오전 10시 30분 첫 상영을 시작으로 영화 총40여편을 상영한다.

인천여성영화제는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영화 상영으로 시민들과 새로운 소통의 장을 마련해왔다. 인천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해온 인천여성영화제는 회가 늘어갈수록 영화제를 찾는 관객이 증가해 작년 7회 영화제에선 개ㆍ폐막식을 비롯해 여러 차례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개막을 코앞에 두고,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고 있는 8회 인천여성영화제의 이모저모를 미리 들여다봤다.

■ 개ㆍ폐막작

‘두 개의 문’과 ‘희망버스, 러브스토리’
‘깔깔깔 희망버스’ - 용산 철거 문제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다룬 작품

영화제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건 바로 개ㆍ폐막작이다. 영화제가 그 해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 개막작 '두 개의 문'.
13일 오후 6시 개막식에서 상영하는 개막작 ‘두 개의 문(감독 김일란ㆍ홍지유)’은 2009년 1월, 용산 재개발 지역 철거민 진압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이다. 당시 철거에 반대하며 망루에 오른 주민 5명과 이를 진압하던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했다. 사건 가해책임은 대법원에서도 끝내 밝혀지지 않았고, 주민들이 구속돼 지금까지도 복역 중이다. 이 영화는 농성과 진압이라는 첨예한 적(敵)과 아(我)의 대립구도에서, 가해자인 경찰특공대의 시선으로 용산참사를 들여다본다.

당시 옥상 건물에는 두 개의 문이 있었다. 농성자들이 저항하던 망루로 통하는 문과 막혀 있던 또 하나의 문. 제목 ‘두 개의 문’은 실제 존재했던 두 개의 문을 뜻함과 동시에 이 사건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그리고 진실로 향하는 두 개의 통로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지난 6월 21일 개봉한 ‘두 개의 문’은 적은 상영관 수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로서는 이례적으로 개봉 8일 만에 관객 1만여명을 돌파하며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영주 인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서늘할 정도로 냉철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이 작품을 통해 섬뜩한 진실 은폐 과정을 목도함은 물론, 생생한 국가 폭력의 현장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15일 오후 6시 폐막식과 함께 폐막작 두 편을 상영한다. 두 작품 모두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이들이 전국에서 타고 온 ‘희망버스’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희망버스, 러브스토리(감독 박성미)’는 러닝타임 9분의 짧은 애니메이션이다.

이어 상영하는 ‘깔깔깔 희망버스(감독 이수정)’는 희망버스를 타면서 얻은 놀라움과 감동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노동자 투쟁과 그에 연대하는 투쟁에는 의례 투쟁조끼ㆍ방패와 진압봉ㆍ화염병과 쇠파이프 등 다분히 투쟁적이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뒤따라온다.

하지만 대중이 자발적으로 만든 희망버스는 일사불란함보다는 자유분방함이, 결연함보다는 유쾌함이 가득했다. 연대의 형태 역시 이전의 조직된 집단이 아닌, 개인 혹은 개인들로 구성된 다양한 집단의 형태로 바뀌었다.

이영주 프로그래머는 “모두가 절망하는 시대에 희망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보살핌의 연대’라는 생각을 했다. ‘보살핌의 연대’가 만드는 희망을 뭉클한 감동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철거민과 해고노동자라는, 사회 전반의 문제를 여성영화제 개ㆍ폐막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여성’ 문제는 결코 ‘전체’ 문제의 하위 카테고리, 즉 ‘부분’이 아니다. 여성영화란 전체 중의 부분(절반)인 여성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남성 중심 사회에서 지금껏 드러날 수 없었던 부분을 여성의 시선으로 드러낸 영화”라며 “개막작은 약자인 주민만이 아니라 적대적 대립구조의 바깥에 있는 국가의 하수인(경찰특공대)에게 목소리를 부여한다. 폐막작 역시 기존의 남성적인 연대가 여성적인 보살핌의 연대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세 작품 모두 여성감독이 연출했다는 것 이상으로, 여성영화제에 더없이 적합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 폐막작 ‘희망버스, 러브스토리’.


■ 놓치면 섭섭해 ‘감독과의 대화’와 ‘씨네토크’

인천여성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영화가 끝난 후 상영관에서 진행하는 ‘지브이(GV= Guest Visit: 감독과의 대화)’에 특별히 공을 들인다는 점이다. 이 자리에서 영화 감상을 공유하고 미처 해소되지 않은 궁금증을 감독에게 질문할 수 있다.

해외 작품이거나 감독이 참가할 수 없는 경우에는 ‘씨네토크’를 진행한다. 영화제 공동주관단체 회원들이 미리 영화를 본 후 관객과 대화를 준비하는 것. 이번 영화제에선 총22회 상영 타임 중 개ㆍ폐막작을 포함한 지브이 14회, 씨네토크 5회를 진행한다.

이 프로그래머는 “지브이나 씨네토크 시간에 관객들은 단순히 영화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여성들은 그 영화에 비친 자기 이야기를 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꺼내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 자체가 치유이며 감동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 영화보고 공연도 보고 선물도 받고 ‘다양한 이벤트’

▲ 7회 인천여성영화제 틈 콘서트 장면.
영화 축제답게 다양한 이벤트가 곳곳에 숨어 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하듯, 이벤트가 제 발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려선 안 된다. 이벤트가 가장 많이 벌어지는 곳은 바로 ‘관객카페’.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 로비로 발걸음을 옮기면 자연스럽게 관객카페로 들어서게 된다.

우선 14일 오후 3시 20분, 관객카페에서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공연 ‘틈콘서트’가 한 시간가량 펼쳐진다. 학익여자고등학교 현악동아리 ‘하르모니아’와 여성통기타 동아리 ‘안단테’, 해님방 지역아동센터 밴드 ‘골목길’, 직장인밴드 ‘놀토밴드’가 출연해 축제 분위기를 한껏 북돋운다.

‘틈콘서트’ 시간을 빼면 관객카페는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카페와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된다. 관객카페에는 편지부스가 마련돼 있다. 편지를 써서 편지함에 넣으면 한 달 후 주소지로 편지를 발송해준다. 또 함께 영화를 보러온 사람에게 편지를 쓰면 영화 시작 전 ‘우체부’가 편지와 함께 장미꽃을 전해준다. 관객 카페에 비치된 필름통을 꾸미면 그 안에 흙과 씨앗을 담아주고, 관객들이 소원을 적어 ‘소원나무’에 매달면 영화제가 끝난 후 자원활동가들이 논의해 그 소원을 실제로 이뤄준다.

상영관에서 벌어지는 이벤트도 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자원활동가들은 상영관 안 두 자리에 ‘특별한 당신, 행복한 자리’라고 적힌 종이를 붙여 놓는다. 이 자리에 앉는 관객은 ‘사랑의 우체부’가 전달해주는 선물을 받게 된다.

이밖에도 관객카페 입구에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는 포토존 이벤트를 진행하고, 간단한 과일과 음료, 여성들이 직접 만든 생활용품을 판매한다.

한편, 8회 인천여성영화제는 후불제 상영이다. 영화를 본 후 자유롭게 관람료를 지불하면 된다. 영화티켓은 당일 현장에서 발권 받을 수 있으며, 14~15일에는 어린이놀이방을 운영한다.

■ 이영주 프로그래머가 추천하는 영화

▲ 영화 ‘영아’ 중 한 장면.
1. ‘지스팟, 여성 쾌락에 대한 이야기’ | 세골렌 아노토ㆍ질 보봉 감독(캐나다ㆍ프랑스) | 7월13일 오후 4시
이 영화는 극소수만이 알고 있다는 지스팟의 위치와 그 생리, 발견 과정에 대해 과학적이고도 유쾌하게 탐구하는 다큐멘터리이다. 다채로운 캐릭터와 과학적 탐구를 통해 성적 자유와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이야기한다. 여전히 쉽게 꺼낼 수 없는 여성의 쾌락에 대한 이야기를 거리낄 것 없이 쏟아놓는다.

2. ‘나의 교실’ | 한지영 감독(한국) | 7월 14일 오후 1시 20분
서울의 한 전문계 고등학교 여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과 그 후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누군가는 이미 취업이 되었고 누군가는 열심히 면접을 보러 다니고, 또 누군가는 계속 낙방의 고배를 마시는 3학년 2학기 교실 풍경. 학교에서 사회로 나가는 경계에 선 십대 청소년들의 희망과 도전, 좌절과 절망을 보여준다. 십대 청소년, 또는 이들을 학교와 대학입시라는 틀을 넘어 바라보려는 어른들에게 의미 있는 작품.

3. ‘영아’ | 최아름 감독(한국) | 7월 15일 오전 11시
영화 ‘은교’의 주인공 배우 김고은이 출연한 작품. 장례식에 간 완무는 부의금을 훔쳐 영아와 하루를 보낸다. 편의점ㆍ학교ㆍ고시원에서 영아의 집을 오가는 여정 속에 미스테리한 영아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난다. 돈 벌고, 연애하고, 결혼도 하고 싶었던 평범한 영아의 꿈. 영아의 꿈은 지금 어디 있는 것일까? 영화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영아’는 한 대기업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4. ‘왕자가 된 소녀들’ | 김혜정 감독(한국) | 7월 15일 오후 3시 30분
1950년대 대중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여성국극(창극의 한 갈래). 자신 안에 있는 남성성을 무대에서 여지없이 펼친 배우들 뒤엔 패물을 훔치고 부모에게 거짓말을 해가며 공연을 보러 다닌 여성 팬들이 있었다. 학업을 팽개치고 결혼도 잊은 채 전국을 누비고 다닌 여성국극 배우들. 왕자를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왕자가 되기 위해 길을 나섰던 소녀들은 그후 어떻게 되었을까? 젠더의 모호함과 함께 예술 장르가 재편되며 사라지는 과정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현재 구순이 된 배우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감동과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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