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나현 성평등 교육활동가

윤나현 성평등 교육활동가
윤나현 성평등 교육활동가

인천투데이|필자가 진행하는 성평등 교육의 내용은 대부분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성평등에 관한 생각이다. 모두가 성차별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 큰 구멍이 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무엇이 ‘성’인지, ‘차별’인지에 관한 생각이 다르다.

우선 ‘성’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차별을 차별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게 왜 차별이야’라고 반문한다. 결국 ‘성’, ‘평등’의 의미 차이가 ‘성평등’을 한참 다르게 만든다.

두 번째는 페미니즘에 관한 생각이다. 참 신기하다. 페미니즘이라고 알려져 있는 대부분의 사실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나 편견일 때가 많다. 악성루머가 끊이지 않는다.

“페미니즘에 대해 잘 안다”고 호언장담하는 사람일수록 오해를 퍼뜨리고 있을 확률 역시 높다. 귀신같이 어딜 가든 나타나는 안티 팬과 같다. 정 싫으면 관심을 주지 않거나 갈아타도 될 것을 기어이 쫓아다니며 악성루머를 퍼뜨린다.

이러한 이유로 성평등 교육은 참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다. ‘성’, ‘평등’의 의미를 계속 질문해야 한다. 성별 고정관념,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차별과 폭력에 무감해진 감각을 깨워야 한다.

단단한 오해와 편견도 깨야 성별 권력관계를 볼 수 있게 된다. 다행인 것은 한국 사회가 그 경험을 축적해왔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지금의 청소년들은 과거에 비해 높은 인권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더 많은 차별을 발견하고 성평등 배우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창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의 선거운동이 벌어지던 지난해 12월 말의 일이다.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성차별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 “N번방 사건이 무엇이고 왜 발생했나요” “여성 징병제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남녀 경찰 선발기준이 다른 이유는 왜일까요” 등등. 사전에 전달받은 질문을 하나씩 읽으며 답하자 청소년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이었다. “여성가족부 폐지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은 지금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지난 9일 역대 최저인 0.73%포인트(24만여 표) 차이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전날까지도 10%포인트 안팎의 압승을 장담하던 국민의힘의 예상과 달리 신승이었다. 그리고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성별과 세대별 표심이 갈렸다.

당장 주목받은 건 20대 여성들이다. 이들의 33.8%만이 윤석열 당선자를 지지했다. 지난 몇 년간 단톡방 내 성희롱, 불법촬영,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와 웹하드 카르텔, 성 착취물, 다크웹, 강간약물, 낙태죄, 스쿨미투 등 여성들이 겪는 일상의 문제를 의제화한 이들이 윤석열 당선자에게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인 것이다.

당선 직후 이러한 투표 결과에 관해 묻자, 윤석열 당선인은 “젠더 성별로 갈라치기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이미 여러 차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현실을 부정하거나 “성인지 예산으로 북핵을 막겠다”와 같은 발언으로 그 의미를 왜곡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거 하루 전 3.8 세계여성의 날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 공약을 재차 올린 바 있다. 언론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20대 여성들이 던진 표의 의미를 여기에서 찾고 있다.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지난 13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다시 물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제 (여성가족부)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며 폐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여성가족부의 역사적 소명은 무엇이었을까. 성차별 해결, ‘젠더 갈등’ 해소, 소멸 등 이 부분이 중요한데,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2022년 지금 여성가족부의 역사적 소명은 누가 결정하는 것인가. 새 대통령인가, 그동안 사회적 논의가 있었는가, 이에 대한 여성들의 생각을 들은 적은 있는가.

성평등을 실현할 정책 구상으로서 여성가족부는 여러 측면으로 논의할 수는 있다. 1998년에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신설된 후 2008년까지 여성부에서 여성가족부로 재출범한 지금의 여성가족부는 그 위상과 역할 등에 많은 한계가 있었다.

그로 인해 여성계도 이를 비판하며 대안을 모색했다.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국가정책의 변화 방안을 적극 논의할 수 있던 것이다.

예컨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과거 언급했던 여성가족부의 예산 낭비도 같이 따져보면 됐다. 여성가족부는 600조원 넘는 정부예산 중 약 1.5조원(약 0.24%)을 쓰는 작은 부처로 이중 80% 가까운 예산이 가족정책과 청소년정책을 위해 사용된다.

실제 여성정책 관련 예산은 7.2% 수준이다.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예산이 전체 정부 예산의 0.24% 중 7.2%인 것이다. 이는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지원과 인신매매 방지 추진체계 구축, 여성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성평등 문화 조성 등에 쓰인다.

이러한 예산 사용이 부적절한지,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국방부·교육부·국토부 등 다른 부처와 비교해 정확히 따져보면 됐을 것이다.

이 과정이 생략되자 지금 청소년들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성차별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여성 징병제의 쟁점은 무엇인지, 경찰 선발 기준이 여성에게 유리한 것인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말이다.

그리고 2022년 지금, 여성가족부 폐지 이유를 질문하는 청소년들의 눈에는 ‘성별 갈라치기’로 인한 불안과 혼란이 가득 담겨 있다. 그리고 성평등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열망을 뿜어낸다. 이 간절한 눈빛에 책임 있게 답하는 것이 ‘국민 통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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