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온 국민에게 광주 학동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로 충격을 안긴 HDC현대산업 개발이 인천 공사 현장에서도 안전관리를 부실하게 하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을 수십 건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7일 HDC현산이 시공하는 국내 대규모 건설현장 12개소를 대상으로 시행한 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부는 올해 1월 11일 발생한 광주 학동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이후 감독반을 구성했다. 현장별로 10명 이상씩 투입해 안전조치 준수 여부를 중심으로 감독했다.

그 결과 국내 건설현장 12개소에서 위반사항 총 636건을 적발했고 이중 306건은 검찰에 송치했다. 330건은 과태료 8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인천에서도 HDC현산이 건설 중인 용현·학익 도시개발 씨티오씨엘 3단지 아파트 현장에서 안전관리를 52건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검찰에 송치된 24건은 모두 원청사인 HDC현산이 위반한 건이다. 안전관리책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함께 송치됐다.

나머지 과태료 대상 28건 중 HDC현산은 9건을 위반해 6860만원, 하도급사 7개는 19건을 위반해 3340만원을 부과했다.

노동부는 인천 건설현장에서 HDC현산이 구체적으로 어떤 안전관리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밝히진 않았지만, 국내 12개소 위반 사항을 보면 가늠이 간다.

건설현장에서 빈발하는 떨어짐 사망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난간·작업발판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 위반사항이 261건이나 적발됐다.

또한, 위험성 평가와 산업재해 발생 보고, 안전보건관리비 등 기초적인 의무를 위반한 사항은 144건 적발됐다. 특히, 대형사고 예방을 위해 사전에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부실하게 이행한 사례도 10건이나 적발됐다.

노동부는 HDC현산이 구축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실제로 현장에서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의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도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광주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공사 사고 현장.(사진제공 국토교통부)
광주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공사 사고 현장.(사진제공 국토교통부)

노동부는 이번 감독 결과에 따라 현장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모두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국토교통부와 함께 실시한 합동점검(46개소)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작동되는지 여부를 다시 확인하기 위한 추가 기획 감독도 실시할 예정이다.

올해 1월부터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에도 인천에선 끊임없이 중대재해로 건설현장과 공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 첫날인 1월 27일에는 송도 한 상가건물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추락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월에는 인천남항 컨테이너터미널에서 항만 노동자가 트레일러에 치여 숨졌고, 며칠 뒤에는 남동공단의 한 기업에서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이달 14일에는 계양보건소 신축 공사장에서 노동자가 추락해 중상을 입기도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 총연맹 등 노동계는 중대재해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경영책임자 처벌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법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을 3년 유예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형 아파트 공사를 많이 수주하고 있는 HDC현산의 현장 12개소에서 636건의 안전관리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는 것은 만연한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 부실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작은 규모의 업체가 공사 중인 현장에서 안전관리가 잘 지켜지는 어려울 것이다.

인천시는 점검반 5개를 편성해 다음달 5일까지 관내 시공 중인 건축현장 1116개의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HDC현산처럼 안전관리 부실 문제가 드러나면 그에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HDC현산을 법상 최고 수위의 처벌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대로 엄벌이 이뤄지길 바란다. 또한 건설 현장 뿐 아니라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도 엄벌해 다시는 노동자가 현장에서 안타까운 사고로 숨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